'교회 성장'이란 '한류'가 2세들 교회서 내몰아
'교회 성장'이란 '한류'가 2세들 교회서 내몰아
  • 박지호
  • 승인 2009.07.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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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나크리스천센터 이용욱 목사

1·5세 목회자, 고민과 아픔도 많았던 만큼 가능성도 많은 세대다. 1세 교회에서 자랐고 사역했기에 한인 교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기에 1세 교인들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면서, 탈권위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젊은 교인들을 비롯해 2세 교인들까지 잘 보듬어낸다. 2세 목회 경험도 있어서 1세와 2세가 공존하며 어우러질 수 있는 연합적인 교회를 만들어가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1세 교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에 붙들려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지만, 1·5세 목회자로서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창의적으로 목회 활동을 펴는 이들도 없지 않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이런 1·5세 목회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하나크리스천센터 이용욱 목사는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인 교회가 낯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색해진 한인 교회를 2세들은 조용히 떠나기 시작했고, 혹자는 이때를 'Silent Exodus'(조용한 탈출)라 일컬었다. 이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 하나크리스천센터의 이용욱 목사.  
 
"생각해보면 뭉클한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30년 동안의 신앙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의 고향과도 같았던 한인 교회가 낯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들은 더 커지고, 예배는 더욱 세련되어지고, 여러 가지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이상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 이질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뿐 아니라, 많은 1.5세와 2세들도 비슷한 공허함을 느끼며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목사는 교회를 떠나는 1.5세, 2세 청년들을 따라 한인 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방황하던 서너 명의 1.5세 청년들과 또 다른 한인 교회의 모델을 꿈꾸기 시작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한인 교회를 만들어보자며 3년 동안 준비했다. 교회 안팎의 2세 청년들에게 '교회를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교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등을 물으면서 설문조사를 했다. 교회가 아닌 '센터'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교회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과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조사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하나크리스천센터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람들은 2세들이 제 발로 교회를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이 목사는 한인 교회가 2세를 밀어냈다고 봤다. 신앙생활의 '한류'가 이민 교회에 몰아닥치면서부터다.

"본국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미국으로 건너온 '신앙 프로그램'들도 1.5세나 2세들에게는 '비'나 '동방신기'보다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연예계의 '한류'는 성공했지만, 신앙계의 '한류'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 목사가 말하던 신앙의 한류가 한인 교회를 휩쓸던 시점은 한국 교회가 무한 성장과 팽창을 시도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이민 교회들은 저마다 잘나가는 한국 교회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하며, 화려한 영상, 체계화된 제자훈련, 세련된 예배 형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2세들에겐 오히려 낯설었다.

그런 변화의 중심에는 '교회 성장'을 향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인 교회가 2세를 놓친 원인으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탓하는 시각이 많지만, 한인 교회의 성장욕이 2세들을 주변인으로 만들고 소외시켰다고 이 목사는 진단했다.

   
 
  ▲ 부활절을 맞아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의미를 가르치고 있는 이용욱 목사.  
 
   
 
  ▲ 교회에 실망한 한인 2세를 위한 새로운 신앙 공동체가 되기 위해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교회 대신 '센터'라고 이름을 붙였다.  
 
2세들이 교회를 향해 토해내는 안타까움을 하나하나 반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나크리스천센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교회 성장에만 몰두하지 말고, 이웃의 폭을 넓혀서 타 인종과 커뮤니티를 위해 섬기고, 미국 문화에 익숙한 2세를 가족처럼 배려하고,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자는 것 등 실천 사항도 구체적이고 소박하다.

"한국 교회의 찬양과 미국 교회의 가스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찬양 시간, 한국 축구 시합 중계뿐만 아니라 미국 풋볼 결승전인 '슈퍼선데이'도 배려할 줄 아는 교회, 건축 헌금보다는 미국 적십자에 보낼 후원금을 권장하는 교회, 타 인종 이웃을 위해 추수 감사절에 ‘터키 바스켓’을 전달하면서도 설교나 기도를 순서에 넣지 않을 수 있는 교회, 구정이 되면 한복을 차려입고 교회의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 그런 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나크리스천센터는 실력을 갖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뿐 아니라, 작품성 있는 영화 만들기를 꿈꾸는 젊은 영화감독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하나크리스천센터는 지난 10년간 시간과 돈과 열정을 교회에 집중시키는 대신 교회에 모이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 간의 '유익한 시간'을 적극 장려하고, 경쟁과 성공의 가치 대신 평화로움과 진실함을 추구하는 교회를 지향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 목사는 '이중 문화권 사역'도 시도했다. 길게 보면 이중 언어 사역은 어차피 2세, 3세로 넘어가면서 수그러지게 되지만, 문화 사역은 어떤 형태로든 연결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회 밖의 1.5세 청년들'에 초점을 맞추고 음악과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이중 문화권 사역'을 시도했다.

열린크로스오버콘서트나 라이브뮤직카페 등을 통해 양질의 문화를 보급하고, 교회와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 가교를 만들었다. 발렌타인데이에는 Valentine's Day Music Cafe를 열어 젊은이들을 교회로 초대하고, 가을에는 Fall Cafe를 마련해 올드 팝에서부터 힙합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과 단편 영화 등을 상영하며 젊은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다.

하나크리스천센터는 2세 청년들이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하나크리스천센터는 실력을 갖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뿐 아니라, 작품성 있는 영화 제작을 꿈꾸는 젊은 영화감독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때는 전문 음악가들로 구성된 '브리지크로스오버밴드'가 1달 여간 소형 교회나 장애인 단체 등을 돌며 이웃들과 함께 음악을 나누는 Christmas Concert Tour를 해왔고, 작년 LA에서 열린 '아이 오픈 크리스천 필름 페스티벌'에서 하나크리스천센터가 만든 단편 영화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전문 음악가들로 구성된 '브리지크로스오버밴드'는 매월 12월 한 달 간 Christmas Concert Tour를 하며 이웃들과 함께 음악을 나눴다. 오른쪽은 작년 LA에서 열린 '아이 오픈 크리스천 필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하나크리스천센터)  
 
하나크리스천센터는 교회에 실망한 한인 2세를 위한 새로운 신앙 공동체가 되기 위해 애써왔고, 지역사회 속에서 교회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였지만,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참 제자로 성장하도록 교인들을 도전하고 훈련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이 목사는 하나크리스천센터가 이민 교회의 대안 모델쯤으로 비춰질까 염려했다. 그저 미국 땅에서의 한인 교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더듬어 찾아가는 과정에 하나크리스천센터가 있었을 뿐이고, 이런 작업을 1.5세와 2세 목회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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