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교회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 이승규
  • 승인 2009.01.21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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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김영봉 목사, 워싱톤기윤실 주최 건강 교회 포럼 발제

▲ 김영봉 목사는 교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목회자와 건강한 교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톤기독교윤리실천운동(워싱톤기윤실·공동대표 강창제 배현찬)이 '이민 교회를 위한 건강한 교회의 진단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1월 19일 건강 교회 포럼을 열었다. 70여 명의 목사와 교인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서는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가 '건강한 이민 교회 - 한 목회자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이상현 교수(프린스턴신학교)도 발제할 예정이었지만, 사고가 발생해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은 김영봉 목사의 발제를 요약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기독교는 무언가를 반대하는 종교, 또는 트집 잡는 종교로 인식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기독교가 사회보다 앞서 나가 건강한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기독교가 동성애 결혼 문제를 반대하는 것 등이다. 미국 젊은이들 역시 기독교에 대해 1·5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기독교는 악을 공격하는 것보다는 선한 것을 더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 기독교는 뭔가 의식 있는 종교로 비춰지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참혹하다 싶을 만큼 부정적이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나쁜 그리스도인>이라는 책을 쓴 데이비드 키네먼(게이브 라이언과 공동 저술했다 - 편집자 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리스천에 대한 이미지는 '믿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항목이 있다. 키네먼이 쓴 보고서를 보면 미국 교회와 한국 교회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미주 지역에 있는 한인 교회는 미국 교회와 한국 교회보다 더 열악하다는 것이다.

<나쁜 그리스도인>이라는 책을 보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 기독교인을 바라보는 이미지(동성애를 반대하고, 함부로 남을 정죄하고, 위선적이고, 시대에 뒤쳐졌고, 정치에 개입하고, 비현실적이고,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지루하고, 다른 종교를 배격하고, 일관되지 않고 등)가 나오는데, 그중 월등하게 높은 3가지가 있다. 바로 동성애를 반대하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정죄하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기에다 지난 8년 동안 교회와 권력이 상당히 밀착했다. 교회가 정치권력을 이용해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은 얼핏 볼 때는 굉장히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000년 역사를 봤을 때 교회는 권력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타락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말이 많고, 남의 얘기를 들을 줄 모른다고도 하고, 독선과 배타성으로 대화가 안 된다고도 한다. 또 신앙이 예의를 넘어선다는 생각으로 무례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도 한다.

어쩌다 교회가 이렇게 됐을까. 사실 나에게는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교회가 타락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경우 안 좋은 얘기는 뉴스에 의해 다뤄졌기 때문이다. 미담보다는 나쁜 일을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의 신뢰도를 비교하면 개신교의 신뢰도가 가장 떨어진다.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선 교회가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목회자, 건강한 평신도, 건강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건강한 목회자가 많아져야 한다. 성공하는 목회자가 아니라, 바르게 살고 바르게 목회하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건강한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서의 정체성에 성실해야 한다. 목회자는 '용서 받은 죄인'으로서 거룩함에 이르기 위해 힘쓰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적인 성장을 위해 계속 힘을 써야 한다.

목회자는 완제품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따라서 성령과 함께 걷는 도상의 존재로서 자기 성찰과 기도, 말씀 연구, 영적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 단순히 새벽기도를 위해서 말씀 보고, 주일 설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기능인이 하는 일이다. 유진 피터슨은 "목회자가 분주한 것은 가장 큰 직무유기이며, 자기 자신의 영성 수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는 서로 보살펴 교인들이 함께 구원의 길에서 진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목회는 설득과 회심,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많은 목회자가 회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원의 확신을 얻는 것에 집중하고, 구원의 확신만 있으면 모든 게 다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만 강조하면 감수성만 터치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 동안 교회가 지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감수성이 아니라 신학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의 고민도 있다. 목회자의 왕권을 강조하지 않으면 교인들이 짓밟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도 있다. 하지만 목회자 스스로가 교인들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영적으로 살아 있다면 삶에서는 얼마든지 낮아져도 괜찮다. 이는 목회자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원래 교회 직분은 낮아지라고 주는 것이다.

▲ 이날 포럼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워싱톤기윤실은 앞으로도 이런 포럼을 자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장로님이셨다. 내가 신학 공부를 하고 목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나에게 12가지 권면을 해주셨다. △왕으로 군림하지 말고 종으로 봉사해라 △영광은 주님께, 명예는 교인들에게 돌리라 △사람 앞에서 남의 말은 칭찬만 찾아 해라 △내 뜻이나 계획도 교인들의 뜻으로 만들어졌을 때 해라 △교회의 법과 질서도 민족의 윤리와 도덕과 터 위에서 지키라 △많이 배우고 행하되, 입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생각해 설교하지 말고 성령 받고 영감 받아 설교하라 △대접 받고 인정받을수록 두려워하고 낮아지라 △공사를 분명히 하고, 시종을 명확하게 하라 △재물과 명예보다 체면(사전 의미 - 남을 대하기에 떳떳하게 느낄 만한 도리)을 더 중시하라 △들리는 말보다 들리지 않는 말을 들을 줄 알라 △언제까지 처음의 마음과 태도로 살아라.

교회가 신뢰를 되찾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건강한 평신도다. 평신도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이들이 깨어나면 목회자도 깨어날 수 있다.

이민 교회에는 세 종류의 교인이 있다. '언더 크리스천(under-christian)', '오버 크리스천(over christian)', '저스트 크리스천(just christian)'이다.

언더 크리스천의 특징은 '교회도 많이 다니고 들은 것도 많은데, 삶의 변화는 없다. 헌신은 회피하면서 직함은 추구한다. 비판은 강력하나 건설적인 대안은 없다' 등등이다.

이런 교인이 생기는 이유는 이민 사회 특성상 교회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쉽게 교회 지도자 그룹에 들어간다. 여기에다 교회는 이들을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하기보다는 교인으로 잡아 두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또 돈이나 신분의 영향력을 교회가 무시하지 못한다.

오버 크리스천의 특징은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안과 사회에서의 삶이 확연이 다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런 비판력이 없이 목회자의 권위에 절대 복종한다는 점이다.

이런 크리스천이 나오는 이유는 교회와 목회자의 상징적인 욕구로 인해 교인 만들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민 사회 특성상 사회적 성취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교회가 이것을 충족시켜준다.

저스트 크리스천의 특징은 지속적인 영성 생활에 힘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만큼 교회도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정과 직장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분별해 행하기에 힘쓴다. 교회와 세상에서의 행동이 다르지 않다.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 문화에 오염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직업을 성직처럼 받든다.

브라이언 맥라렌은 미래에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한 적이 있다. △사람들을 성적 취향, 종교, 인종, 이념에 상관없이 사랑하고 △HIV와 AIDS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헌신하고 △가난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나눔을 행하며 부조리한 제도를 고치기 위한 노력에 힘을 더하고 △평화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인종 간 화해를 위해 힘쓰는 것이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목회가 바르게 되려면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가 바로 잡혀야 한다. △목회의 방향이 바로 잡혔는가 △목회가 이루어지는 제도와 조직이 건강한가 △목회를 수행하는 수단이 바른가. 이런 문제들은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부단히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결론을 말해보자. 지금 교회는 총체적이고 다급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그러나 가장 유효한 방법이 있다. 바로 '본질로 돌아가자'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과 회개와 성숙만이 해결책이다. 그것이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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