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를 창출하는 지도자'
'공감대를 창출하는 지도자'
  • 최용준
  • 승인 2009.12.2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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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럽 연합 대표로 선출된 롬파위 총리

최근 유럽 연합 지도자들은 새로운 소위 '유럽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현 벨기에 총리인 헤르만 판 롬파위(Herman Van Rompuy)가 지난 11월 19일, 유럽 연합의 27개국 정상들에 의해 만장일치로 첫 유럽 정상회의(European Council) 상임 의장이 된 것입니다.

이 상임 의장은 대외적으로 유럽 연합을 대표하며 대내적으로 유럽 정상회의를 주재합니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수상은 그를 한마디로 'consensus builder(공감을 이끌어내는 인물)'라고 칭찬했습니다.

   
 
  ▲ 새로운 유럽 연합 대표로 선출된 헤르만 판 롬파위 벨기에 총리.  
 
왜냐하면 그는 한동안 북부 네덜란드어권인 플란더스 지역과 남부 불어권인 왈룬 지역 간의 대립으로 정치적 불안을 겪었던 벨기에를 다시 안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적어도 이 '공감대를 창출하는 리더'라는 한마디가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그는 다양한 유럽 연합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판 롬파위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을 때부터 플레미시 기독 민주당 (Christen-Democratisch en Vlaams, CD&V)에서 활동하였고, 1985년부터 95년까지는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93년에는 예산부 장관에 선임되기도 했습니다. 1999년에는 다시 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고 2004년에는 내무부 장관으로 일하다가 2007년에 하원의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그후 2008년 12월, 레테름(Y. Leterme) 총리가 사임한 후 국왕에 의해 후임으로 지명되자,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 정부를 구성한 후 총리에 취임하여 지금까지 무난히 이끌어 온 분입니다.

유럽 연합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그는 "2년6개월의 임기 동안 공동체의 단합과 실천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아 업무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월 3일 체코를 마지막으로 유럽 연합 27개 모든 회원국의 비준을 받은 유럽의 준헌법인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 2010년부터는 정치적으로 더욱 통합된 소위 '유럽 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이 출현할 것입니다.

따라서 유럽 연합은 유엔에 대해서도 앞으로 유럽 연합의 지위를 바티칸이나 팔레스타인 같은 '준국가'가 아니라, 유엔 총회 및 위원회에서 별도의 의석과 명패를 부여받는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첫 유럽 연합 상임의장의 선출로 유럽은 미국의 더욱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고 합니다.

그를 일컬어 언론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타협으로 이끌어 내는 대단한 노력가(a painstaking builder of impossible agreements"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최근의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국가들은 타협을 통해 함께 승리해야 합니다. 한 쪽이 패배하는 것으로 끝나는 타협은 결코 좋은 타협이 아닙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유럽의 일치와 연합은 강점으로, 다양함은 풍부함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보수적 가톨릭 신자로서 그는 전통적 가치들, 종교의 역할, 낙태 반대, 유럽의 기독교적 뿌리 등은 보존해야 함도 강조합니다.

내년부터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유럽 연합의 선두 지도자인 판 롬파위 상임의장은 '다리 놓는 사람(a bridge-builder)'으로서 모든 면들을 최대한 고려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벨기에 정치권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그가 이제 유럽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감을 창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소국 벨기에 총리가 유럽 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작은 나라들이 오히려 다국적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소국은 역시 약소국이며 대국은 강국이지만 국제 조직에서는 '공감(consensus)'이 제일 중요하므로 소국과 대국의 차이는 약화되고 오히려 소국 지도자들이 최고 자리에 앉을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저는 성경에서 바로 이러한 consensus builder를 '바나바'에게서 발견합니다. 그는 예루살렘 교회의 사도도 아니었고 심지어 일곱 집사에 선출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산을 주님께 드린 헌신 및 여러 성도들을 '권면하고 위로하는' 사역으로 귀하게 쓰임받았습니다.

나중에는 사울을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들에게 소개하여 화해의 중보자로 활약했으며 10여 년이 지난 후 다시 안디옥에서 다소까지 찾아가 그를 동역자로 초청합니다. 나아가 안디옥 교회 내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세계 선교에 헌신함으로 역사의 전환점을 가져온 인물입니다. 비록 나중에 사도 바울과 심히 다툰 일이 있었지만 그것 또한 미숙한 마가 요한을 배려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고 만약 그 때 사도 바울이 양보하였다면 그들은 더욱 조화롭게 사역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 (디아스포라) 교회 내에도 이러한 'consensus builder'들이 많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다양한 그룹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화해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입니다. 또 부차적인 이슈들로 분열된 교회 및 교단들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화해의 중보자로 섬겨야겠습니다. 그럴 때 주님께서는 마침내 남북한의 평화적 통합도 축복으로 허락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최용준 목사 /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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