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도에게 한국말로 찬송가 복창시키는 한국 선교
회교도에게 한국말로 찬송가 복창시키는 한국 선교
  • 정민영
  • 승인 2009.12.31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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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한국 선교를 위한 제언(4) 선교적 동인 및 문화 침식의 문제

정민영 선교사(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는 한국 선교계를 "선교적 사사시대"라 일컬었다. 개인이나 개별 교회나 단체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고 피차 간섭하지 말자는 식의 백인백색의 주관주의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선교사는 한국 교회의 선교 행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안 도출을 위한 정리를 시도했다. 2007년 아프간 사태 직후 작성한 글이지만, 여전히 한국 선교계에 유효하기에 앞으로 6가지의 주제별로 연재해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1. 호전적·대결적 접근의 문제
2. 영적 전쟁의 무교적 해석 문제
3. 과시적·고지론적 접근의 문제
4. 선교적 동인(motivation) 및 문화 침식의 문제
5. 동원–훈련–현장 체제의 불균형 문제
6. 단기선교의 문제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사명이고 누구든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야 하지만, 아무나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게 아니라 잘 준비된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과업이다.

선교뿐 아니라 무슨 일이건 시행하기 전에 학습과 준비, 훈련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선교는 더더욱 두렵고 떨리는 마음과 청지기적 자세로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오늘날 한국 선교에 만연한 극단적 행동주의와 주관주의,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이다. 도대체 무조건 저지르면 된다는 발상은 무엇에 근거한 것이며, 그러한 행동 이면에 도사린 동인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누구의 왕국을 세우자는 것인가? 선교지에 뛰어들기 전에 그 동인과 자격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는 일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사람의 잘못을 하나님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회교적 발상('인쉬 알라')이지 기독교적 방식은 아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최근 한국 선교의 행태에서 하나님의 섭리 부분과 사람의 오류 부분을 구분해서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부분은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수순이 꼭 필요하다.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정작 그 발걸음을 인도하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주께서 고난과 순교를 요청하시면 마땅히 순종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순교 논리로 전체를 싸잡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연 뱀처럼 지혜로웠는가?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는가? 값싼 영웅심이나 만용으로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지는 않았는가? 우리의 노력과 무관하게 발생한 섭리적 요소는 무엇이었고, 사전 방지가 가능한 우리의 책임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향후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며 한국 교회와 선교계가 함께 합의해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 특정 단체나 개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향후 유사한 재난을 방지하고 바람직한 한국선교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어려운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선교의 전략적 관점뿐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도 한국 선교는 심각한 자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식을 강요하는 자문화중심적 패러다임은 차제에 선교 현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서구 방식을 매도하면서 한국식을 주장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우리네 속담을 떠올리게 만드는 파행이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회교도에게 찬송가와 교리를 한국말로 복창하게 하는 장면을 고발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돌았는데, 그것은 선교사인 필자마저 한국 선교에 식상하게 만들 만큼 역겨운 제국주의적 선교의 극치였다.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문화침식형 선교 행태를 차제에 척결하지 않는다면, 과거 196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선교중단운동(moratorium)이 한국 선교를 대상으로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민영 / 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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