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장로'가 교단 총회장을?
'여자 장로'가 교단 총회장을?
  • 김성회
  • 승인 2010.07.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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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장로교 총회를 가다'(1) 총회장 선거 현장 스케치

한국 교회의 교단 총회는 '선거'와 '싸움'으로 요약된다. 감투를 위한 무차별적 금품 선거와 정치적 공세가 세속 정치판 못잖다. 교단의 중요한 현안과 신학적 과제를 다루는 총회가 정치적 이해 추구의 장으로 전락했다. 미국 교회는 어떨까.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주류 교단(mainline denomination) 중 하나인 미국장로교(PCUSA)의 교단 총회 현장을 찾았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처리해가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7월 2일부터 10일까지 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리는 총회 현장에 김성회 기자가 참석해 미국장로교의 총회 현장을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미국장로교(PCUSA) 총회장 선거에는 여성 장로가 출마했다. 여성 안수 문제로 아직도 갑론을박을 벌이는 한국의 장로교단과 사뭇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 신디 불박 장로 총회장 후보 중 유일한 장로이다.  
 
이번 총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디 볼박 장로(State Capital 노회 소속)는 변호사이며 미국장로교 조직 혁신 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다. 워싱턴 DC지역의 노회(Presbytery)의 회장이었으며 노회 산하 목회 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신디 볼박 장로는 "지금은 변화가 필요할 때다. 칼빈의 개혁 정신을 이어받아 문호를 개방하고 타 종교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와 함께 출마한 랜든 윗싯 목사(First Bresbyterian Church in Liberty 담임)는 "여성이 장로를 하는 것이 한국 현실에서는 특이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미국장로교단은 이미 여성 장로가 총회장을 한 전례도 있다. 나는 백인 남자 목사이지만 볼박 장로와 함께 선거에 나간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목사가 아닌 장로가 총회장을 하는 것도 한국에서는 없는 경우라는 질문에 "목사와 장로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점과 안수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장로나 목사나 총회의 동등한 회원이며 교회 직분의 차이가 총회장 역할 수행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총회장 선거 부스 전경.  
 
여성과 이민자들의 약진 두드러져

최근 미국장로교 내에서 여성과 이민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6명의 총회장 후보 중 여성은 3명으로 2명이 목회자이고 1명은 장로이다. 백인 남자는 단 1명이며 흑인 남자 목사와 1.5세 한인 목회자에서 등 총 3명이 남자 후보다. 총회장 후보는 선거 전에 부회장 후보를 지목하여 동반 출마하는데, 6명의 부회장 후보 중 한인 여성 목회자가 2명이 참여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8년에 산호세에서 있었던 교단 총회장 선거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중국인인 브루스 차우 목사가 당선됐다. 미네아폴리스 시에서 17년 째 목회를 하고 있는 김진성 목사(Church of All Nation 담임)가 그 뒤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 와서 조지아공대를 졸업하고 바로 신학대학으로 진학해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3대째 장로교인 집안에서 성장했다. 같은 미네아폴리스 노회(Presbytery)의 백인 목사와 한 팀을 이뤄 선거에 출마한 그는 다문화 목회를 주요 선거 공약으로 걸고 대의원들을 공략하고 있다.
   
마기 로터러 목사(First Presbyterian Church of Burnsville 담임)와 함께 출마한 조은경 목사는 샌프란시스코 대회(Presbytery)에서 다인종 교회 개척을 돕는 Healthy Congregations의 의장을 역임했으며 UCSF의 원목으로 봉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뉴튼장로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최원재 목사는 제임스 벨 목사(Holy Trinity-Bethlehem Church 담임)와 함께 출마한 또 다른 한인 여성 목회자이다.
 

   
 
  ▲ 대의원과 대화하고 있는 김진성 후보.  
 
'선거 운동 자체 원천적으로 제한' 
 
6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그럴싸한 선거 운동 현장은 볼 수 없었다. 모두 30평방피트 남짓한 부스를 하나씩 가지고 지나가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각 후보가 작성한 선거 홍보물은 하나의 파일로 묶여져 미국장로교단 웹사이트를 통해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었다.
 
미국장로교단 선거가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각 대회와 노회를 방문하고, 대의원들에게 전화나 우편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던 전통적인 방식의 선거 운동을 벌여왔었다. 이러한 방식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후보에게만 많은 기회를 부여하게 되자, 총회는 선거 운동 자체를 원천적으로 제한했다.

총회는 선거에 등록한 모든 후보에게 10가지 질문을 사전 발송한다. 1번부터 3번까지의 질문은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고 4번부터 10번까지 중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2개를 골라 500단어 안에서 답변할 수 있다.

올해 주어진 3가지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신앙 고백인 벨하신앙고백을 미국장로교단 신앙고백서에 첨부할 것인가", "포스트모던 시대에 자라나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해 어떤 목회를 해야 하는가", "217차 총회를 통해 제안된 바 있는 교단규례서의 간략화를 통한 각 노회와 당회의 자율권 확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등이다.
 
질의 응답서와 각 노회의 추천서가 첨부된 후보 안내서와 현장에서 진행되는 각 후보의 연설과 연설 후 대의원들의 질의·응답이 대의원들이 가질 수 있는 정보의 모든 것이다. 후보안내서는 교단 웹사이트를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물론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와 각 대회(Presbytery)에서 물밑 선거 운동을 벌이긴 하나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교회 성장을 선거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마기 목사 후보가 40명이 남짓했던 교회 교인 수를 부임 후 160명으로 늘였다는 내용을 후보 안내지에 올렸다. (출처: 미국장로교단 총회자료)  
 
10가지 질문으로 후보자들 사전 인터뷰

총회가 시작되면 각 후보와 한 명의 지지자가 제한된 시간 동안 연설을 한다. 연설이 끝난 후 총회에 모인 대의원들은 자유롭게 후보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모든 후보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모든 후보의 정견 발표가 끝나면 대의원 중 자문 대의원(Advisory Delegate)이 먼저 투표를 하게 된다. 자문 대의원은 청년 자문 대의원, 타 종교 자문 대의원, 신학교 자문 대의원, 선교 자문 대의원 등으로 구성된다. 자문 대의원의 투표는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 총회장 선거에 사용되는 전자 투표기.  
 
자문 대의원 투표 결과가 먼저 공개되면 대의원들에게 투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모든 투표는 자리에 놓여진 기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의원들은 각 노회가 선거를 통해 선발된다. 대의원은 노회의 크기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정된다. 대의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면 그 결과가 중앙 화면에 등장한다.
 
1차 투표에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투표 결과를 보고 대의원들이 각자 판단 하에 2차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는 한 후보가 과반수를 획득해야 끝난다.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으면 다시 투표를 진행한다. 712명의 대의원이 참가한 이번 선거에서는 대의원 모두가 선거에 참여한다면 357명의 표를 얻어야 당선될 수 있다.
 
6명의 후보가 출마한 전례가 없는 관계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득표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은 휴대 전화 사용 등이 제한된다. 대회장 바깥에서 투표에 관한 정보를 주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출된 총회장은 7월 10일까지 열릴 총회를 주도하며 총회 기간 동안 구성될 각 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총회장은 앞으로 2년간 미국장로교단을 대표하여 대외 활동을 벌이게 된다. 대의원만이 총회장 출마 자격을 가지므로 대의원이 아닌 총회장은 출마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연임은 불가능하다. 미국장로교 총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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