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의 두 렙돈이 성전 회복의 열망을?
과부의 두 렙돈이 성전 회복의 열망을?
  • 김동문
  • 승인 2010.08.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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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선교사의 '알고 보면'(2) 과부의 두 렙돈에 담긴 사회·종교적 함의

 

저널리스트(<한겨레21> 중동 전문위원)이자 목사인 김동문 선교사. 20여 년을 중동 선교에 몸담은 덕분에 성경을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김 선교사는 성경을 '지각'의 영역에 가두어놓은 한국 교회 교인들에게 성경을 '감각'하고 있는지 묻는다. 성경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지. <미주뉴스앤조이>는 한인 교회 성도들이 일상의 시선으로 성경을 '감각'할 수 있도록 김동문 선교사의 '알고 보면'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성경에 나오는 '돈' 가운데 가장 익숙한 것은 아마도 과부가 생활비 전부로 드렸다는 두 '렙돈'일 것입니다. 렙돈은 '렙톤'이라는 헬라어 단어입니다. 가장 작은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화폐 개념으로 표현하면 '전'이나 '푼'에 대항할 것 같습니다.

렙돈의 환율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환율 가치는 변동 가능한 것입니다. 정확하게 연도별 환율 가치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대략 두 렙돈 300개가 있어야 하루 품삯에 해당하던 데나리온에 비슷한 경제 가치를 지녔을 것입니다.

그러나 환율 가치 이상으로 더 소중한 사연이 있습니다. 그것은 렙돈은 마카비 왕조 가운데 알렉산더 얀네우스 왕(기원전 103~76) 때 사용하던 돈입니다. 이 시절은 이스라엘 민족이 다윗 왕국의 영화를 회복한 시절로 평가합니다. 성전을 정화하여 '수전절'의 기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절에 사용하던 동전은 이스라엘의 독립과 성전의 회복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이후 마카비 왕조도 퇴락하여가고 결국 팔레스타인 땅은 로마 제국의 지배 하에 들어갑니다. 이스라엘의 열심당원들은 물론 적지 않은 이들은 다시금 이스라엘의 회복과 성전의 회복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알렉산더 얀네우스 같은 인물은 또 다른 희망의 이미지 코드였는지 모릅니다. 최소한 그 시절 사용하던 동전은 독립과 성전 회복의 상징이었습니다. 로마 제국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불온한 상징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런 돈이 로마 제국 치하의 그 땅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공공연하게, 아니 공식적으로 유통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종교 전쟁이었습니다. 렙돈이나 성전에서 유통하던 세겔을 제외하면 다른 돈은 모두가 가이사 아구스도 티베리우스(디베료) 황제의 글과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최소한 둘 중의 하나는 기본으로 들어있는 돈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절 유통되던 렙돈은 원래의 화폐 가치와 무관하게 로마 황제 가이사의 돈의 위력에 비교가 안 되는 그야말로 푼돈 그 자체였습니다. 보잘 것 없는 존재였습니다. 로마 황실은 이런 목적으로 렙돈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나 성전 회복은 그야말로 가이사의 발끝의 때만도 못한 초라한 존재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렙돈을 대할 때마다 희망이 아닌 절망과 좌절이 다가오도록 했을 것입니다. 그 두 렙돈을 과보가 과감하게 연보궤에 넣습니다. 두 렙돈은 렙돈 두개를 말할 수도 있지만, 두 렙돈이라는 단위의 화폐였습니다.

 

   
 
  ▲ 렙돈에는 환율 가치 이상으로 더 소중한 사연이 있습니다. (사진 제공 : 김동문)  
 

두 렙돈의 무게는 2그람 정도였고, 재질은 구리였습니다. 크기는 1.5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앞면(왼쪽)은 알렉산더 왕이라고 헬라어로 적혀있고, 이미지는 배의 키를 담았습니다. 능력과 힘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그리스 문명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였습니다. 뒷면(오른쪽)은 여호야단 왕이라는 글자와 더불어 태양이나 수레바퀴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늘을 이미지화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의 키가 되시고 빛이 되심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예수님 시대 가이사의 얼굴이나 글이 적혀있지 않은 돈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독립과 성전 회복의 열망의 이미지였습니다. 과부는 경제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이스라엘의 독립과 성전 제사의 회복이라는 그의 존재 이유를 담아 이것을 성전에 드렸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렙돈은 무엇을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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