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존스 목사, 코란 방화 계획 결국 철회
테리 존스 목사, 코란 방화 계획 결국 철회
  • 김성회
  • 승인 2010.09.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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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옮기겠다는 약속 받았다' 주장, 반나절 뒤엔 철회 번복도

오바마 대통령부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나토 사무총장, 각 종교계 지도자들까지 진화에 나섰던 테리 존스 목사의 '불장난'이 어이없이 막을 내렸다. 9.11을 기념해 코란을 불태우겠다던 테리 존스 목사가 9월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존스 목사는 발표가 있은 저녁 일부 언론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재를 했던 무하마드 무스리 이맘이 거짓말을 했다. 다시 코란 방화를 재고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낮 테리 존스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른 어떤 단체가 코란을 불태우는 것에 나는 절대 반대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테리 존스 목사.(출처 : <로이터통신>)  
 
이번 코란 방화 사건은 플로리다 주 한 구석의 동네 목사의 '불장난'이었지만, 반이슬람 정서와 맞물리면서 미국 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9월 9일 오후 존스 목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어 있는 병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트위터를 통해 나서서 "코란을 태우는 것은 우리의 가치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 나라는 종교적 자유와 관용이라는 가치 위에 세워진 나라"라며 일침을 놓을 정도였다.

기자회견 하루 전까지만 해도 코란 화형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던 존스 목사가 돌연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라운드제로 부근에 이슬람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슬람 지도자와 건립 위치 변경에 합의했다는 것이 그가 밝힌 표면적인 이유다.

테리 존스 목사는 이날 중부 플로리다 주의 이슬람 지도자인 무하마드 무스리 이맘(이슬람 목회자)과 함께 기자회견에 임했으며, 무스리 이맘을 통해 그라운드 제로 인근 모스크 건립 계획의 변경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나는 9.11에 뉴욕에 올라가 라우프 이맘을 만나 이 문제를 확정지을 것이다. 만약 라우프 이맘이 다른 소리를 한다면, 이슬람교는 매우 엉터리 종교의 표본이 될 것이다." (존스 목사)

하지만 존스 목사가 밝힌 해당 이슬람 지도자는 존스 목사의 기자 회견 직후 성명서를 통해 테리 존스 목사와 대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나는 테리 존스 목사가 코란을 불태우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테리 존스 목사와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테리 존스 목사 측의 주장(모스크 건립 위치 변경)에 나도 놀랐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종교나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장난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여기서 평화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의 손을 내밀고 있다."(페이살 압둘 라우프 이맘)

한편,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존스 목사는 독일 쾰른 지방에서 목회를 하다 "극단적이고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이유로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플로리다에 둥지를 튼 후 그라운드제로 부근의 모스크 건립과 관련한 논쟁에 편승해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계획으로 유명인이 되었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존스 목사는 코란을 태우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 채 반나절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전해지는 말을 고려했을 때는 코란 방화 포기를 재고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간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방화를 취소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이다"라고 입장을 또 다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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