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뜨거운 마음만으론'
'선교사, 뜨거운 마음만으론'
  • 이승규
  • 승인 2010.09.1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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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는 A 선교사의 조언

   
 
  ▲ 올해도 수많은 교회에서 단기선교팀을 파송했다. 하지만 선교는 열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올 여름에도 수많은 교회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단기선교라는 이름으로 해외로, 국내로 다녀왔다. 한국 교회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단기선교팀을 보낸다. 10만 선교사 양성을 구호로 뭉친 한국 교회는 수시로 선교 집회를 열고, 적게는 수 십 명에서 많게는 수 천 명의 청년을 모아놓고, 선교사로 헌신을 촉구한다. 

장엄한 음악, 분위기 있는 조명 등이 청년들에게 손짓을 하고, 옆 사람은 나가는데 나는 안 나가면 꼭 믿음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청년이 이런 집회에서 선교사로 헌신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어떻게 선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복음이 갈급한 나라가 어딘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청년들은 집회에서 헌신은 했기 때문에, 뭔가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 그래서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물론 위에서 든 예에 속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말 선교사로 헌신하기 위해 훈련을 열심히 받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수는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을 하고 있는 A 선교사(A 선교사가 선교를 하는 나라는 선교를 법으로 금지한 나라입니다. 보호차 익명을 쓰게 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 주)는 한국 교회가 파송하는 선교사들의 문제로 '뜨거운 마음'을 꼽았다. 뜨거운 마음이라니? 선교사를 하려면 당연히 뜨거운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뜨거운 마음이 있어야 선교를 나갈 수 있지 않을까? A 선교사는 뜨거운 마음'만'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한국 교회는 마음이 뜨거우면 일단 선교사로 보냅니다. 그것만 가지고는 절대 부족합니다. 열정은 선교 현지에 나가서 조금만 힘들면 무너집니다. 그러면 자신의 영성도 관리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생깁니다."

마음은 뜨거워졌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변 여건을 교회들이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A 선교사는 그동안 한국 교회가 그저 보내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선교사 후보생들을 교육하고, 준비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 선교 갈 나라의 언어와 문화만 배운다고 끝이 아니다. 정치 사회 등의 분야도 알아야 한다. 누굴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금 나아져서 그래도 자신이 선교하러 갈 나라의 언어나 문화 등을 배우고 갑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까지 모두 공부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니까요. 농부를 만나면 농사 짓는 얘기를 해야 하고요, 정치인을 만나면 정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기업가를 만나면 경제 이야기를 해야 하죠. 다방면으로 지식이 필요합니다."

선교사 파송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 선교사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로는 훈련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평생 교육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3~4년 정도는 선교사로서 집중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A 선교사는 여름이면 흥행을 이루는 단기선교를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많은 교회가 단기선교를 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그걸 안 하거나 못하는 상황인데도, 꼭 있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생각을 하죠. 단기선교를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 교회에 단기선교가 정말 필요한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해요."

A  선교사는 현지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장기 선교사와 협력을 강조했다. 그 선교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를 파악해 그것만 해주고 오는 것이 제일 훌륭하다고 했다.

"단기 선교를 가는 사람들은 은혜를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 남아 선교하는 선교사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단기선교팀은 와서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고, 먹을 음식도 풍족하게 주고 갑니다. 그 다음부터는 장기 선교사가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줘야 합니다. 어떤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찾아와 '왜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불평을 쏟기고 합니다."

A 선교사는 장기 선교사가 부를 때 현지를 찾아가고, 장기 선교사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장애인을 돕는다든지, 미용을 해준다든지, 의료 봉사 등의 활동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A 선교사는 교회들이 직접 선교사를 훈련해 파송하는 게 이상적인 선교 형태라고 한다.

별로 안면도 없는 선교사를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에서 훈련 받고 교회 이름으로 파송을 받아 선교사로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현지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유대 관계도 좋아져 선교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A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말을 했다. 바로 돈을 조심하라는 얘기. A 선교사는 현지인들이 어렵게 사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돈보다는 복음이 먼저라고 했다.

"물질을 후원할 때도 현지에 계시는 장기 선교사를 통해 드리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돈은 최대한 늦게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선배 선교사들이 아쉬웠던 점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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