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길게 연재되어온 해리 포터 시리즈. 최근 개봉했던 <죽음의 성물 1편>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판타지영화를 말할 때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목사가 아이들과 같이 보았다면 다들 짐짓 놀라는 표정들이다.

기독교인들을 만나 해리 포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반기독교적이라고 대답한다. 왜 반기독교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마법과 마법사를 친숙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사교(occult)로 이끈다고 대답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읽어 보았거나 영화를 보았느냐고 하면 대부분 그럴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보지도 않고 읽지도 않은 것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이 "깊은 영성의 발로일까 아니면 얕은 편견의 발로일까?"

	▲ 최근 개봉했던 <죽음의 성물 1편>.

많은 기독교인들이 판타지 장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판타지 자체를 반기독교적이라고 하는 건 굿거리장단은 ‘굿’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므로 예배 음악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비슷한 경우다.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나,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만 해도 판타지아의 고전이며 시조이다. 두 사람 다 탁월한 기독교 변증가들이고, 그들은 자신들의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엘프와 켄타우르스와 마법을 동원하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지 판타지 장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담에서 오히려 자신의 글에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소설의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나니아 연대기>라고 밝혔다. 해리 포터의 모티브가 선과 악이라고 하는 기독교적 구도에 기반을 두었고, 그 점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와 동일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해리 포터는 오히려 절대선과 절대악을 거부하며 악마적 문화 요소를 선호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 경향성과는 분명히 ‘반대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분명한 ‘선과 악의 구도를 유지’하는 해리 포터의 이야기를 과연 포스트모더니즘의 산물로 봐야 할까? 어쩌면 반기독교적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개봉되지 않은 해리 포터 마지막 편을 보고 난 이후 오히려 안티 해리 포터 쪽으로 급선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지 잔상론이 과연 영적 민감함인가?

해리 포터에 대해 찡그린 얼굴을 가진 크리스천의 경우 이론적이기보다는 마녀 사냥식의 “이미지 잔상론”이 더 많다. 순결한 소녀들을 교회에 앉히고 그 앞에 외모가 외설적인 여성이나 혐오감을 주는 노파들을 세운다. 그들의 모습을 본 후 그 이미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악몽에 시달렸다고 할 경우 마녀로 몰아가는 방법이다. 

이러한 중세의 마녀사냥의 방법론이 아직도 쉽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진단하는 과정도 단순하다. 해리 포터를 보았다. 어둡고 무섭다. 목 잘린 귀신이 돌아다니고 자살한 여자아이 귀신이 화장실을 떠나지 못한다. 마법을 부리고 주문을 외운다. 이제 더 이상 논할 것이 없다. 남은 것은 대제사장이 참람하다하며 옷을 찢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아이가 해리 포터를 본 후 두통을 호소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나쁜 영화다”는 도식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진 듯하다. 이미지 잔상론으로 창작물에 주홍글씨를 박는 일은 이제 지양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나쁜 영화보다 더 나쁜 영화평론이다. 해리 포터 책과 영화를 보고 실제로 덤블도어의 제자가 되고 싶어하고 그래서 런던 역에서 벽으로 돌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영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지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 이미지 잔상론으로 창작물에 주홍글씨를 박는 일은 이제 지양했으면 좋겠다.

판타지 장르의 개척자는 성령님이시다.  만약 판타지 장르를 버려야 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다니엘서, 에스겔서와 계시록도 성경에서 제외시키자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판타지 기법을 동원하여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성경 저자의 영감 속에 종말의 때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버퍼링 없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셨다.

성령님의 이 무한한 창의성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판타지 장르가 사람을 리니지 폐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판타지는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 다. 이런 점에서 더욱 깊이 있는 C. S. 루이스의 후예들을 기대해 본다.

언젠가 해리 포터에 열광하는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교회는 “해리 포터 다시 보기”를 통해 믿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동방박사(East Magi)들이 알린 것처럼 해리 포터는 새벽별로 우리의 시선을 모으는 도구가 될 날이 있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해리 포터와 그 친구들도 셋이다. 동방박사들처럼 이 세 명의 서방박사들도 어느 틈에 별을 가리키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목사든 크리스천이든 거부감 없이 동방박사들을 말한다. 그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리킨 별을 본다. 해리 포터와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의 복장과 손에 든 마술 지팡이를 보지 말고, 그들이 가리키는 별을 보는 쪽으로 시선을 바꾸어보자. 지금 많은 사람들은 세 명의 박사들에 더 열광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방박사 해리 포터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그들이 가리킨 별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송병주 / 선한청지기교회 담임

* 이 글은 송병주 목사의 블로그(http://hanada386.tistory.com/)에 실린 글입니다.

송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