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블로거 고소하고 언론 보도 삭제 요구
삼일교회, 블로거 고소하고 언론 보도 삭제 요구
  • 유연석
  • 승인 2011.05.09 19: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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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이유로 2억 6,000만 원 소송, 언론중재위원회에 [한겨레] 제소

삼일교회가 한 블로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2억 6,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그가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실과 이에 대처하는 교회의 모습 등을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려서 교회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다. 교회가 블로거를 상대로 입막음 소송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삼일교회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사람은 지 아무개 씨. 그는 과거 삼일교회 교인이었는데, 지난해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이 <뉴스앤조이>를 통해 보도되자 몇몇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정을 들은 뒤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에 관련 내용을 올렸다. 지 씨는 전 목사의 성추행 내용이 기존에 알려진 '안마'보다 심각한 '강간 미수 수준'이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내용을 숨기거나 방치한 교회 부목사와 장로들도 전 목사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 삼일교회는 교인이었던 지 아무개 씨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 6,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삼일교회 측은 지 씨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인은 총 26명으로, 시무장로 6명과 진장 20명. 삼일교회 대다수 교인은 20개 진에 소속되어 있으며, 진장은 교역자와 평신도가 한다. - 진장 소송인, 부목사 11명, 강도사 1명, 전도사 3명, 평신도 5명. 이들은 △2009년 11월 사건이 강간 미수 사건이다 △삼일교회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피해자가 이단이라는 설, 단순히 안마 사건이라는 설 등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전병욱 목사의 사과문은 궁지에 내몰리니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다 △삼일교회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를 위해 성 상납을 해 왔다 등 지 씨가 5가지 항목을 주장해 원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교회 측은 1인당 1,000만 원씩 총 2억 6,000만 원을 지 씨에게 청구했다.

이 교회 교인이자 교회 측 소송대리인 정범성 변호사는 <한겨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 씨에게 인터넷에 올린 글을 삭제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으나 지 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하게 되었다. 2억 6,000만 원 소송은 상징적인 것일 뿐이다"고 했다. <한겨레> 기자는 이를 "'목사가 성추행' 폭로하자 2억 6천 '입막음'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 15일 보도했다.

<한겨레> 기자는 또 삼일교회 교인들의 말을 종합하여 "교회는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 이후 자기반성보다는 전 목사를 보호하고 문제 덮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피해자를 이단 교회가 보낸 '꽃뱀'으로 지칭하거나 전병욱 목사를 '다윗'에 비유하면서 옹호해 왔다는 게 공통적인 증언이다"고 했다.

삼일교회는 "'입막음 소송'이 아니다"며, <한겨레> 기사는 왜곡 보도이니 삭제해 달라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정 변호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일교회 성도들이 이 사건의 공범이고, 장로들과 교역자들이 전 목사를 도와 전 목사로 하여금 죄를 범하게 공조했다'라는 허위 사실을 퍼트린 자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미 지 씨는 하고 싶은 얘기를 블로그에 다 했는데, 이게 왜 '입막음'이냐"고 반문했다.

'입막음 소송'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는 "반론을 게재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왜곡 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기사는 삭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입막음 소송'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이유를 밝혔다. <한겨레> 기자는 "교회 측은 지 씨에게 블로그의 모든 글을 삭제해 달라고 몇 개월간 수차례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2,600만 원이 아니라 2억 6,000만 원이다. 이게 '입막음 소송'이 아니라면 뭐라고 표현해야 하느냐"고 했다.

또, "교회 측이 명예훼손이라며 제기한 5가지 항목을 보면, 마지막 항목 '부교역자들이 성 상납을 해 왔다'는 주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전병욱 목사와 관련이 있다. 마지막 항목에 대한 지 씨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해 검증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지막 항목 때문에 지 씨에게 글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한다. 삼일교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만 문제 삼았다면 명예훼손 소송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삼일교회는 사실상 전 목사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지 씨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고 했다.

   
 
 

▲ <한겨레> 기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삼일교회에 대해 틀린 내용이 없으므로 기사를 삭제할 수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블로그 등에 올렸다. (<한겨레> 기자 트위터 갈무리)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고소나 제소가 결국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된다는 우려다. 지난해 전병욱 목사가 사임하면서 일단락되고 잠잠해지던 성추행 사건이 고소와 제소 때문에 기사 등으로 재생산되고,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통해 또다시 퍼지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잊고 싶은 성추행 사건이 교회의 명예를 회복하고 분열을 막는다는 이유로 다시 물 위에 드러나는 셈이다.

고소가 진행되면 지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의 당사자인 전병욱 목사와 피해자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교인은 교회 홈페이지에 "교회가 100% 승소한다고 해도 전 목사님의 치부 그리고 피해자들의 치부까지 까발리는 소송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글을 올렸다. <한겨레> 기자 또한 "삼일교회를 괴롭히려고 쓴 기사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기독교계에 모범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의 소송, 기사 삭제 요구 등 이들의 행동을 보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국 이러한 행동들이 전병욱 목사와 피해자에게 또다시 피해를 끼치고, 삼일교회 교인과 교계 전체에 안 좋은 결과를 주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전병욱 목사와 피해자 등 당사자들은 고소 사건의 쟁점이 아니므로 조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우려는 법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며, (지 씨의) 글만으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연석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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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 2011-05-18 00:31:11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거리가 생겨나 이런 기사나 오르내리고 온전히 뉘우칠줄모르고 고소나하고 있으니, 참으로 성령님이 탄식할것입니다. 목사가 성문제로 그렇게된것을 왜 교회가 입막음하고 숨기려하나요 그러니 세상사람들이 장사꾼소굴이라하지요. 사업체로 보이네요.

짜장라면 2011-05-13 23:26:16
글게 애초에 전 목사에 대한 징계와 본인의 사과가 즉각적으로 이루어 져야 했었다. 한겨레 신문등과 같은 반 기독교적 성향을 가진 매체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을 잘 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 2011-05-12 18:27:56
전목사님을 위하여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