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기적인 집단이란 오명 벗을 기회"
"교회가 이기적인 집단이란 오명 벗을 기회"
  • 박문규
  • 승인 2009.04.09 0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교회의 역할은?

미국이 젊은 대통령 오바마와 더불어 새 시대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미국이 80년 만에 최악의 경제공황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재산 가치가 떨어졌다고 울상이지만 실직자, 파산 위기에 몰린 소규모 자영업자, 집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는 서민들의 눈물 앞에서 우리는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위기 앞에서 기독교회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 경기 침체는 한마디로 미국이 땀 흘려 생산하지 않고, 너무 많은 소비를 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이 과소비의 나라이고 낭비벽을 갖고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미국이 세계 자원을 얼마나 낭비하는가는 통계 숫자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의 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근면과 검소를 장려하는 기독교 경제 윤리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허황된 논리 속에 묻혀버린 지 오래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는 개신교의 윤리가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는 막스 베버의 주장도 시대착오적 이론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이 과소비의 경제가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제 미국은 제3세계에서 과거처럼 물자를 수입할 돈도 없고, 달러 가치 역시 빠르게 떨어질 것이다. 이른바 궁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첫째, 미국이 저지르는 자원 낭비의 죄를 지적하고 교인들과 더불어 회개해야 한다. 미국인의 과잉 소비가 제3세계 근로자들이 땀 흘린 대가를 미국의 금융 거품, 부동산 거품으로 유인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것은 국제적 차원의 불의라고 지적해야 한다.

교회는 예언자적 안목을 지녀야 한다. 미국은 제3세계 국민들의 저렴한 임금 덕에 모은 돈을 다시 제3세계 사람들을 살육하는 전쟁에 썼기에 그 죄악은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 교회는 미국이 빨리 제3세계 국가에서 철군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것을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둘째로, 교회는 근면과 검소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 경제 윤리를 다시 강조하여 이 사회가 낭비와 과소비의 구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청빈을, 삶의 새로운 스타일을 교육해야 한다. 더 이상 교회가 비싼 옷, 좋은 차를 자랑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구역예배가 집 자랑하는 기회가 되어서도 안 된다.

지도자들은 사치스런 생활이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고 말하지 말고 죄악이라고 꾸짖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과소비를 선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들이 얼마나 교회 건물에 경쟁적으로 돈을 써왔는가 생각하면 부끄럽다. 요즘 대형 교회들은 영상 및 오디오 시스템에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매주 인쇄하는 주보와 강대상 꽃 장식, 교인 회식에서부터 검약을 실천해야 한다.

셋째, 교회는 교회 안팎의 고통 받는 사람들, 소외된 자들을 더욱 껴안아야 한다. 한국 교회가 구제와 봉사에 인색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선은 교회에서 직장을 잃은 자, 집을 뺏긴 자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을 교회 밖으로까지 가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독교회는 이기적인 집단, 사치한 집단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경제 위기는 교회가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님은 오늘날의 교회에 검소한 생활, 나누는 삶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참된 신앙을 실천했던 초대 교회의 모습을 되찾으라고 명하신다.
 
박문규 / 캘리포니아인터내셔날대학 학장, LA 기윤실 실행위원

* 이 글은 LA 기윤실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기윤실 홈페이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