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교회' 하신다구요?
'가정 교회' 하신다구요?
  • 김기현
  • 승인 2011.08.26 14:49
  •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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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기현 목사, '교회를 교회답게 만든 것은…'

'김 목사님, 가정 교회 한다면서요?"

교회의 내외적 요인을 감안하여 교우들과 의논한 결과, 예배당 정리하고 집에서 예배드리기로 했습니다. 짐을 한창 정리한 다음에도 둘 곳이 마땅치 않을 듯싶어 집도 조금 너른 곳으로 같이 이사했습니다. 소식 자체를 몰랐던 이들이, 알았더라도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꽤 있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묻는 게지요.

"가정에서 예배드리는 교회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딱 잘라 ‘가정 교회’라고 말하지 않는 까닭이 좀 있습니다. 한편으로 교인의 숫자가 늘어 다시 예배당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에, 다른 한편으로 로고스서원이 자리를 얻으면 그곳에서 예배드릴 것이기에 딱히 '가정 교회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찌 될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가정’ 교회라고 해서 가정에 방점을 두는가 봅니다. 초대 교회는 가정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초대 교회의 본질, 그러니까 교회를 교회답게 만든 것은 가정에서 예배하는 공동체였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교회를 교회 되게 만드는 표지는 장소가 아닙니다. 구약에는 회막이, 성전이 무지 중요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오순절 성령 임재로 신자가 있는 곳은 어디나, 그들이 모여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교제하는 곳은 어디나 예배 처소이고, 교회입니다.

일부 개혁적인 이들은 교회의 정체성을 정관에 두는 모양입니다. 민주적인 정관을 만들고, 기존의 제도를 고치자는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교회의 타락과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어찌하든지 간에 줄이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것이 최선책이 아니라 가장 낮은 차원에서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긴 것이니까요. 그러나 정관이 절실한 교회는 애초에 제정할 여지는 전혀 없고, 필요 없는 교회는 만드는 일에 열심입니다.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치 교회의 표지로 여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말을 하고픈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건물이나 프로그램, 목회자 1인에 의존하고, 교회의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것들이 교회를 건강하게끔 만드는 일부 요소임에 분명합니다. 퍽 의아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설교 강단을 낮추거나 크리스털로 만드는 것을 교회 개혁이고, 예배 갱신이고, 젊은 목회의 표상인 양 말하는 것을요. 그 정도로 교회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일 텐데요, 그렇다고 그런 변화로 교회가 새로워졌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외적인 어떤 것으로 교회됨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하등 다를 없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의 중요한 표지를 말씀과 만찬의 시행으로 보았습니다. 실로 온당한 가르침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회자 위주이고, 일상과 분리된 또는 분리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다가 다양한 '패러 처치(para church)'의 등장으로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성경을 설교하고 교육하지 않는 곳이 없고, 모임을 파한 후에 밥을 같이 먹지 않는 곳이 드뭅니다. 그렇다면 선교단체가 아니라 교회입니다. 개혁자들의 논의를 따른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가정 교회가 아니라 가정에서 예배하는 교회라는 말을 하다가 너무 멀리 왔네요. 요는, 개 교회의 특징과 자랑을 가정, 정관, 건물, 프로그램, 목회자 등으로 설명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르지는 않아도 지엽적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예수님은 공생애 내내 가정에서 사역을 하셨거나, 우리더러 산헤드린 회원이 되어서 민주주의와 토론을 배우라고 하셨거나, 사역하지 않고 목수 일을 하시면서 동네마다 다니시면서 건물을 지어주셨겠죠.

작은 교회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이 꽤나 아쉬울 때가 있고, 부러울 때도 왕왕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교회의 본질이라고, 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고 여긴 적은 없습니다. 그랬기에 가정 교회라고 말하지 않고, 가정에서 예배하는 교회라고 말한 것입니다. 특색일 수 있겠지만, 마치 그것이 본질인 양 호도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참다운 교회는 은혜와 평화가 있는 곳입니다. 즉 은혜와 평화가 교회의 진정한 표지입니다. 거저 주고받는 곳, 각 사람의 외적인 신분이나 외모, 스펙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은혜가 넘치는 모습입니다. 원수 되었던 하나님과 평화를 이룬 자로서 여전히 원수인 자신과 가족, 이웃, 교우, 심지어는 아직도 원수인 하나님과 평화를 연습하고 실천하는 곳이야말로 참된 교회이고, 하나님 나라로 가는 여정의 교회입니다.

은혜와 평화가 한껏 넘치는 교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그 형태는 필시 가정 교회일 겁니다. 그럼에도 가정에서 예배드린다는 것만으로 ‘우리 교회는 남들과 달라’라는 선민의식은 잘못입니다. 그것은 다른 교회가 밟았던 오류를 되풀이할 뿐입니다. 큰 착각입니다. “어떤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 된 것처럼 생각하면, 그는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갈 6:3) 남도 속이는 일입니다. 교회는 그냥 교회입니다.

김기현 / 로고스교회 담임목사·로고스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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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2012-02-03 01:05:02
그런데.. 가정교회에 대해서 논하면서 왜 책 이야기만 하시지요? 한번이라도 직접 보시면 많은 의문점들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가정교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비록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보다 하나님을 더 신뢰하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고, 좀 더 주님께 드려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었고, 옛날엔 미워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이 이리도 즐거운 것인 줄 처음으로 경험하였습니다. 하나님이 꼭 가정교회를 통해서만 만나주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그러하였기에... 그렇게도 변하기 싫어하고 내 자아를 지키고자 했던 저를... 이곳까지 데려와서 만나주신ㅠ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하아지 2011-12-04 01:35:22
가정교회를 경험하신 분들이 쓰시는 글들이긴 한건가요.
가정교회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성과 회복과 깊은 교제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초대교회의 공동체성을 이해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 아닌가요?
물론 통일교 같은 곳도 있지만, 김기현목사님이 하는 교회는 그런류가 아닙니다.
조지 바나와 프랭크 바이올라가 쓴= <이교에 물든 기독교>에서는 조지 바나가 수십년의 갤럽연구등의 결과로 그 결론을 "가정교회"로 내고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것이 규묘나 사이즈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오랜 연구의 결론이지요.
바나의 오랜 연구의 결론은 "가정교회"였습니다 (바나와 바이올라의 공저=<이교에 물든 기독교>

atom 2011-09-01 07:59:46
예 현재 미국에서 가정교회(house churches)가 다른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거실교회(living-room churches), 지하교회(the underground church), 오르가닉 교회(the organic church), 단순한 교회(the simple church), 벽이 없는 교회(church without walls) 등등으로...

Man 2011-09-01 07:49:28
atom, Watch Dog 님,
볼프강 짐존은 한국교회에서 말하는 가정교회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물론 그도 그 나름대로의 교회론적인 입장에서 펼친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는 존제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그의 의견을 비평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그런 말은 삼가하고 일단 그가 제시한 가정교회라는 것이 현재 한국의 교회에서 진행되는 가정교회와 어떻게 다른가에만 관심을 가져도 문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한 관계라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매우 피상적인 단어로 밖에 들리지 않지만 교회에서는 그 보다 훨씬 더 표층적인 행위로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실제로 교회에서 흔히 말하는 관계지향적 모임이라는 것은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교회 생활을 20년이 넘게 했지만 동역자라고 혹은 마음을 열어놓고 삶과 신앙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찾지 못했습니다. 저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선은 신앙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모든 것이 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연다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열려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쉽게 열어주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열었다고 해서 함께 나누는 삶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지요.

하여튼 볼프강 짐존의 말은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기독교의 교회내의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상주의적 교회론이라고만 보입니다.

저는 이런 식의 책을 많이 읽었지만 가장 중요한 현실성의 문제에 항상 부딪히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볼프강 짐존이 말하는 내용은 설교에서도

이런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이미 인간 세상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겠죠.

atom 2011-09-01 05:07:05
Watch Dog님께 진정 감사. '볼프강 짐존'의 가정교회.얘길 듣다보니, 한인가정교회라는 게 '용을 그리려다 이무기를 그리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 유기적이니, 권력지향적 구조의 타파니 하는 걸 '얘기'는 하지만 이게 '꿈'이란 거죠. 교회 모임이 진정으로 '유기적'인게 되려면 구성원들간에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나누어지는 쌍방향-또는 다방향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인가정교회 구조는 '전혀 아니올시다' 임! 조금만 다른 의견이 나오거나 이의가 제기되면 큰일나죠. 주일예베 수요예배 새벽기도 교회간행지 등을 통해 집중포화를 당하게 되죠. 일방적 탑-다운식 커뮤니케이션이 구조적으로 정착된 시스탬이 한국식 가정교회의 '특징'중 하나. 볼프강 짐존의 '꿈'처럼 가정교회의 특징인 유기적 조직체가 되려면 모세같은 지도자에 이끌려 지는 걸 지양해야 하는데, 실제 한국식가정교회가 움직이려면 모세같은 강력한 지도자의 진두배후지휘가 없고는 불가능한 얘기죠. 이는 가정교회의 '실제상황'입니다. 전엔 목사도 있고 장로도 있고 집사도 있어서 부족하지만 나름 잘못된 방향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었으나, 가정교회에선 '대장' 한명과 대장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목짜와 몽녀들 외에는 모두를 '졸병'에 불과합니다. 의사의 원활한 소통이 없는 유기체는 섹트화를 향해 달리는 알갱이 분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하죠. 제가 It is so dangerous!라고 하는 건 우선 이걸두고 말하는겁니다. 안타까운 건 최영기 목사님 말마따나 '본질을 제껴두고 쌈박질만 하는' 전통교회에 질린 젊은층, 또는 초신자층이 가정교회에 우르르 몰려가서 '안정'을 취한다는 겁니다. 유신체제가 좋은것도 있습니다. 일단 지도자의 방침에 동의만 하고 푹 안기면 '편~안~ 허거든요...안타까운건 이게 거짓 평안일 수 있다는 건데... 이걸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용기도 필료하고 영적인 민감성도 필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