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모꼬지를 여는 희망의 사람들
복음의 모꼬지를 여는 희망의 사람들
  • 최태선
  • 승인 2012.01.03 17: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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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목사의 평화의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그대가 내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습니다"라고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그 외로움을 시 속에 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때에 따라서는 손을 부여잡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 깃든 헛헛함은 도무지 사라질 줄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의 외로움은 우리가 모르는 영혼의 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아파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고통에 익숙해져서 그걸 고쳐야 하고,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인간은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휘파람만 불고 있는 겨울나무가 되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이 되기도 합니다. 외로움에 찌들어 있지만 않고 그래도 그 외로움을 노래할 줄 아는 인간들이 있기에 양지쪽 나무 그늘에 가려 녹지 않고 남아 있는 한 조각 눈처럼 여전히 한 자락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이성선 시인의 '다리'라는 시입니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일까요? 아무 말 하지 않지만 시인은 제게 다가와 마음을 아프게 찌릅니다. 타인과 외부의 잘못만을 원망하며 사는 인간들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늘 위험한 일입니다. 수긍보다는 예상치 못했던 분노가 폭력이 되어 솟구쳐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말해주려 해도 그 놈의 분노 때문에 다가갈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차라리 모른 채 하고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것은 세상을 사는 지혜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시인은 절묘하게도 분노를 지나쳐 우리 마음 깊이 감추어진 자비로 다가가게 합니다. 그의 또 다른 시 여름비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대낮에 등때기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후두둑
문밖에 달려가는 여름 빗줄기
 

언제 보아도 시는 깨달음입니다. 그냥 깨달음이 아니라 모두를 깨우치고 모두에게 전달되는 깨우침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이토록 잘 못 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런 시인의 마음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무심코 내리는 여름 빗줄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스승으로 삼는 그의 마음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게 시인은 늘 존경의 대상입니다.

 그런 그가 우리 모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 때문에 다리가 외로운 거야.' '당신은 너무 빨리 다리를 지나가고 있어.' 무심코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인은 다리 위를 천천히 지나가라고, 다리 위에 멈추어 서서 먼산도 바라보고, 다리 밑을 흐를지도 모르는 물도 좀 바라보고 그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도 좀 바라보라 권합니다. 굳이 쓰다듬고 보듬지 않아도, 잠시 속도를 늦추기만 해도 다리는 외롭지 않을 거라고 쉬운 답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그런데도 그 일이 우리에게는 왜 그리도 어려운지요. 아마도 우리 마음이 차가움과 버성김(관계나 사이가 뜸)으로 가득 넘치는 만무방(막 되먹은 사람 혹은 예의와 염치가 도무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머리악쓰며(기를 쓰며) 살아가게 합니다. 만무방이 되어 드레(점잖음과 무게) 없이 살아가면서도 도무지 그걸 인식하지 못하기에 든직하지(사람됨이 묵중하다)도 뜸직(겉보기보다 훨씬 무게 있어 보이다)하지도 못하고 마뜩찮게(마음에 마땅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시인은 '빠른 걸음'이라는 두 단어에 넉넉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나도 외롭고 너도 외롭고 모두가 외로운 세상을 순간순간 선득(갑자기 서늘한 느낌)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모두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모꼬지(여러 사람이 놀이나 잔치 따위로 모이는 일)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 모꼬지를 가능하게 만들어줄까요? 그게 바로 복음이라고 말 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어떤 이들은 코웃음을 흘리겠지만 사실 복음은 온 인류를 포함하여 모든 피조세계가 함께 어우러져 한 바탕 모꼬지를 벌이자고 모두를 초대하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출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작은 아이가 내놓은 것입니다. 아이에게 그 빵은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입니다. 한편 어른(제자들)들은 군중을 흩어 각자 알아서 먹을 것을 구하도록 하자고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습니다.(막6:35-36) 하지만 군중을 위한 말처럼 들리는 이 말에는 돈은 들이지 않고 도리만 하려드는 인간의 마음이 투사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로 먹게 하겠느냐?"(요6:5)고 걱정하십니다. 제자들을 나무라시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성경은 이를 빌립을 시험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라고 해설을 달고 있습니다. 빌립이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7) 라고 대답합니다. 아마도 그들에게 이백 데나리온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 떡을 산다고 해도 모자랄 것이라는 말입니다. 거기에는 돈을 내놓기 싫은 그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대화 내용을 잘 살펴보면 예수님의 생각과 제자들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알아서 먹을 것을 사게 하자고 하는데 예수님께서는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이웃을 생각하면서 내놓는 것, 내놓기 싫은 마음을 찢어 이기고 마침내 가진 것을 내놓는 것 그것이 기적입니다. 어른들은 그 기적을 피해가지만 어린아이는 자기가 가진 전부인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기꺼이 내놓습니다. 어린아이가 그것을 내놓았다면 다른 어른들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의 가지고 있는 양은 분명 아이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많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어른들의 현실감각으로 상황을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놓지 못하는 마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바로 우리들의 마음이며 위 시에서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삽나이까?"(9)라고 대답하는 베드로의 말에는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은 아이의 마음을 무시하고 그것이 전부라는 사실 역시 하찮게 여기는 어른들의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자기 배고픈 것과 자기 배를 불리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입니다. 그게 어른의 마음입니다. 아이의 희생과 어른들의 이기심이 대조를 이룹니다. 기적은 어른의 마음이 아이의 마음으로 변화하는 것과 다름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기적을 만들고 경험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이 아이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무리들을 모두 풀밭에 앉게 하시고 아이가 가지고 온 그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축사)를 올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소년의 마음과 희생을 나누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먹고 남은 것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습니다. 배가 불러진 무리들은 자신들의 배를 부르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배부른 것에 만족하여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14)라고 갈채를 보냅니다. 어른들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시며 한심하게 여기거나 분노하신 것이 아니라 측은지심을 가지셨습니다. 그들은 그분이 일으키신 신기한 일만 바라볼 뿐 그분의 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먹은 음식이 아이에게서 나왔다는 사실과 그것을 들고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다는 사실, 오천 명이 넘는 사람에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절망과 불평을 넘어서는 그 마음과 그런 모든 것 이전에 무리들이 배고픈 것을 걱정하고 측은하게 여기시는 그분의 마음을 그들은 보지 못합니다. 가진 것을 다 내놓은 아이의 마음 역시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괘씸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더 불쌍히 여기십니다. 떡과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향해 달려드는 그들이 가여우실 뿐입니다.(아! 우린 언제 주님의 이 마음을 배울 수 있을까요?) 그들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더 완고해졌습니다.(막6:52) 그리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는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배부르다는 사실에 취해 그들은 자신들이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에 대한 이야기의 밑바닥에는 인간을 대하시는 그분의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기적의 발원지는 그분의 마음입니다. 그분은 당신을 따라다니는 많은 무리들을 보시고 가엾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들이 목자 잃은 양 같았기 때문입니다.(막6:34)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신 근원은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는 그분의 마음입니다. 다른 기적을 행하실 때에도 예수님의 이 마음이 동하셨습니다. 우리는 떡과 물고기가 불어난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불어나게 한 그분의 마음을 느껴야 합니다. 오병이어 이야기의 주제는 기적이 아니라 그분의 자비하신 마음입니다.

제자들을 포함하여 어른들은 무리의 배고픔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막6:37)는 예수님의 말씀은 무리들의 배고픔에 너희들도 동참하라는 말씀입니다. '돌려보내려고 하지 말고 같이 배고픔을 느껴라. 그들과 함께 배고픔을 느낀다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너희의 자비심을 느끼게 해주어라.' 이것이 바로 주님의 마음이며 가르침입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자비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자비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몸이 복음이 되게 하여야 합니다. 듣고 말하고 먹고 자고 쉬고 하는 우리의 모든 삶이 결국 이 자비심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의 빠른 걸음은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외롭게 합니다. 다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외롭게 만듭니다. 모든 것이 외로워져 자신도 외롭다는 사실을 깨달아 알게 하는 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발걸음을 멈추는 그 순간 사방에서 몰려오는 외로움들을 보게 되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그 외로움들을 외면하고 물리치지 않을 때 그리고 오병이어 기사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을 때 차가운 외로움의 영토는 사라지고 세상에는 따스한 봄이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도 따뜻한 품을 찾아 떠돌고 있는 영혼들이 있습니다. 자기의 벗은 몸을 따뜻하게 감싸줄 포근한 솜이불 같은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외로운 영혼들을 기꺼이 품을 때 그들이 원래는 모두를 따듯하게 해줄 수 있는 온기(溫氣) 라는 걸 품은 자와 안긴 자 모두가 느끼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그렇게 외로운 자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시고 기다리십니다. 미움과 분노와 무관심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새로운 세계인 하나님나라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오늘도 그분은 우리의 마음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십니다. 당신과 함께 기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번 겨울에는 싸락눈이 힘차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선 시인에게 죽비소리가 되어 내렸던 여름 빗줄기처럼 싸락눈이 우리의 등때기를 아프게 후려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 어느 다리도 허전하게 혼자 남아 외롭지 않도록 말입니다. '다리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어 다리는 오늘도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다른 시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복음의 모꼬지를 열어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들입니다.

최태선 목사 / 어지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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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2012-01-05 16: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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