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정죄 대신 유가족에게 위로를
자살자 정죄 대신 유가족에게 위로를
  • 양상호
  • 승인 2012.02.20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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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등 위로 예배 개최…"우는 자들과 함께 울자"

   
 
  ▲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위한 위로 예배가 2월 16일 서울 아현감리교회에서 열렸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목회사회학연구소, 크리스천라이프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했고, 80여 명의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양상호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정죄하는 분위기 때문에 남은 가족을 위로하는 말조차 쉽게 건네지 못한다. 유족들은 주변 눈치를 보며 슬픔과 고통을 홀로 삭여야 한다. 이런 금기와 관행을 깨고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예배가 2월 16일 서울 아현감리교회에서 열렸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목회사회학연구소, 크리스천라이프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했고, 80여 명의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한두 명씩 예배에 참석한 유가족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마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 조 목사는 설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보고 정죄하지 말고 슬픔과 고통에 힘들어하는 남겨진 이들과 공감하고 함께 애통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양상호  
 
설교를 맡은 조경열 목사(아현감리교회)는 '우는 자와 함께 울라'라는 주제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조 목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보고 정죄하지 말고 슬픔과 고통에 힘들어하는 남겨진 이들과 공감하고 함께 애통하자"고 했다.

조 목사는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내세워 현실을 판단하고 정죄했지만, 예수님은 조용히 애통하는 자들과 공감하고 함께 아파했다"며 "우리는 종교적인 관습에 얽매여 마음 아픈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기보다 판단하고 정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목사는 "애통하는 사람과 함께 애통할 때 그 고통은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울자"고 말했다.

이어진 기도회 시간에 참석자들은 함께 울며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더 사랑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하지 못한 자책의 마음을 예수님께 드린다"고 기도했다. 또 참석자들은 "고통과 절망에 신음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생명의 빛을 전하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다짐했다.

위로 예배를 기획한 박종환 교수(실천신대원 예배학)는 "죽은 사람, 죽은 방법에 대한 정죄보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예배를 준비했다"며 "예배를 통해 많은 유가족이 마음껏 울고 위로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편 조성돈 목사(실천신대원 목회사회학)는 예배 후 광고를 통해 "기윤실, 목회사회학연구소, 크리스천라이프센터 등 세 기관은 공동으로 기독교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하여 지속적으로 자살 예방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 참석자들은 중보 기도회 시간에 함께 울며 "고통과 절망에 신음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생명의 빛을 전하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양상호  
 
양상호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이 기사는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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