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67표, 반대 31표, 기권 5표. 담임목사 사임안 가결을 공포합니다."
노회 총무인 폴 후커(Paul K. Hooker) 목사가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예배당에 있던 교인들은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일을 떠올리는 듯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지난 3년 동안 크고 작은 문제로 대립해온 갈등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4월 15일 주일 오후, 플로리다에 자리한 잭슨빌한인장로교회(PCUSA)는 소속 노회의 주관 아래 '목회자와의 관계 해소'를 묻는 특별공동회의에서 조 아무개 목사(55)의 사임안을 가결했다. 애초 사임안 가결은 조 목사의 사퇴에 곧바로 효력을 미치기보다는 목회자 거취 문제에 권한을 가진 노회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조 목사가 소속 노회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같은 날짜로 사임 의사를 밝혀 사실상 사임을 확정하게 되었고, 이틀 후인 4월 17일자로 조 목사는 공식적으로 교회를 떠났다.
이날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특별공동회의는 소속 노회인 플로리다 세인 어거스틴(St. Augustine)의 총무인 후커 목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86명이 서명하여 특별공동회의를 청원하게 된 배경 ∆당회 서기에 대한 재신임 확인 ∆안건 내용 설명 ∆표결 방법(무기명 다수결) ∆유효 투표권자 명부 확인 ∆투표자 자리 재배치 ∆각각 8분씩 허용된 ‘목회자와의 관계 해소’에 찬반 의견 발표 ∆표결 ∆검표 작업 ∆공포 ∆이후로는 목회자와 교인 상호간에 더 이상 법률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전 교인의 확약,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 목사로부터 온 편지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는 순으로, 비교적 차분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공개리에 진행되었다.
노회측은 교인 상호 간에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을 의식한 듯 진행 과정에서 양측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용어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고, 찬반 의견 과정에서도 교인들이 박수로 호응하거나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또한 중요한 사안에 이르러서는 참관인 자격으로 동반한 법률 자문가에게 법적인 자문을 구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입회를 하였다.
사임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가장 오래된 29년 전통을 지닌 잭슨빌한인장로교회가 그동안 목회자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혼란에 휩싸이게 된 원인과 동기, 그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사임 논의에 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조 목사가 같은 교회의 시무장로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이다. 사건의 경위는 지난 3월 24일 오후 2시경, 조 목사가 임시당회 개최를 재가 받기 위해 당회 서기 자격으로 찾아간 김원재 장로(54)를 목회자실에서 면담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멱살을 잡고 바깥 복도로 4-5미터 끌고 나와 두 차례 발길로 찼으며,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김 장로는 가까스로 자리를 빠져 나왔다는 내용이다.
폭행이 유발된 명확한 동기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사건 전날인 3월 23일에도 여섯 명의 장로들(시무장로 3인, 은퇴장로 3인)이 조 목사 집을 찾아가 사퇴를 권고한 바 있어, 당시 조 목사가 감정적으로 상당히 예민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폭행 시비가 있자 후커 목사는 노회 차원에서 3월 25일 주일을 비롯해 별도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설교와 교회 출근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조 목사는 이를 수용했다.
이날 특별공동회의에서도 폭행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계속되었다. 피해 당사자로 주장하는 김 장로는 오른팔 어깨 아래 부분의 찰과상 흔적이 찍힌 사진과 경찰 보고서 사본을 공개하고, 목격자의 진술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낙윤 장로(재정위원회 위원장)는 “폭행 이후 상당 시일이 지났는데도 검찰의 대응이 없는데 마치 확정적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목회자의 앞날을 위해서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목사는 이날 표결 이후에 공개한 편지 내용에서 폭행에 대한 사실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감정 문제가 교회와 지역 사회에까지 확대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피력하며, “모든 사태의 원인은 본인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앞으로 교회를 떠나더라도 지난 세월 동안 좋은 일들만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사태 책임 통감하고, 좋은 일들만 기억하겠다”
그동안 잭슨빌한인장로교회는 교육전도사를 청빙하면서 무리하게 종교인 비자(R1) 요건을 갖추어 추진하자 일부 교인들이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내재되어 있었다. 이 같은 주장이 일자 당회는 해당 교육전도사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하였고, 교육전도사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해 당회를 고소해 문제가 확산되었다. 이 교육전도사의 부친은 한국에 있는 목사로, 조 목사와는 한국에서 같은 신학교를 나온 사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조 목사는 또 부임 초기의 약속과는 달리 목회자의 신임 조항을 비롯한 교회 내규 제정에 반대를 보이며 공동회의 상정 자체를 막아왔고, 이 과정에서 교인간에 분열이 일어나는 등 여러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었다.
이러한 혼란이 일어나자 50여 명의 교인이 떠나갔으며, 현재 남아 있는 130명(장년 기준) 교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당회에서 논의하고 공개 좌담회 등을 개최했지만, 사실 관계에 대한 접근보다는 일부 교인들이 “하나님의 기름 부은 종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라거나 “목회자는 영적인 아버지이다”고 언급하며 서로 입장이 맞서 갈등만 증폭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 목사의 사임안 가결로 잭슨빌한인장로교회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먼저 목회자 거취를 둘러싸고 극명하게 대립되어온 교인들 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화합을 이루는 문제이다. 이날 특별공동회의에서 조 목사 청빙 당시 청빙위원장이었던 이병수 은퇴장로는 “오랫동안 한 지역에 살면서 은혜롭고 사랑이 넘치는 성도들이 처참하게 갈라선 책임에 대해 제 자신부터 잘못이 크다”고 말하며 “이제 문제를 극복하고 화합하여 후세에게 건강한 교회를 물려주자”고 눈물로 호소했다.
후커 목사 역시 사임안 가결을 공포한 후 교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이 교회가 과연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고 운을 뗀 뒤 “교회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여기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에게 달려 있으며, 그동안 갈등의 과정에서 옮고 그름에 매달렸던 판단을 이제는 접어두고 화합할 때만이 교회가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해 참석한 교인들을 숙연하게 했다.
교회 공동체 회복은 이제 진실을 둘러싼 공방보다 화해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어
잭슨빌한인장로교회가 겪어온 홍역은 다른 지역 교회에 교훈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교회 운영이 내규나 민주적인 절차 확보 등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지나치게 인간적인 양심에만 의존할 경우 궁극적으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목회자 편의 위주의 교회 행정은 결국 목회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잭슨빌한인장로교회는 교회 운영 지침에 대한 정관이나 내규가 없었고, 22년 동안 근무한 후 은퇴한 전임목사 이후 신임목사 청빙시 단순한 경력만을 참고하여 청빙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조 목사가 2003년 10월에 부임하자마자 취임식 대신에 위임식을 요구하자 이를 수용해 불과 4개월만인 다음해 1월에 위임목사로 지위를 변경시켜 목회자가 스스로 오판하도록 토양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잭슨빌한인장로교회는 그동안의 암울한 과정을 뼈아픈 성숙의 기회로 삼고,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보였던 인내와 노력 이상으로 공동체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이루는 지체로서, 잠시나마 견해가 달라 서로 상처와 아픔을 주었던 점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건강한 교회 회복을 위해 교회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명확한 비전을 재설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여 건강한 틀을 갖추어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젝슨빌이 다 알아 짜~ 식~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