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를 보내 주어야 할 때
이제는 그를 보내 주어야 할 때
  • 김기대
  • 승인 2014.03.2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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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기대 목사, '김성수 목사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보며'

   
 
  ▲ 김기대 목사.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예와 원칙을 중시하던 공자와 자유와 무위로 대표되는 노자는 비슷한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의 철학은 아주 달랐기에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사이에는 확인되지 않은 일화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자가 노자를 찾아와 자주 철학적 자문을 구했다는 일화인데 물론 도가 계열에서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는 피해갈 수 없다. 원칙주의자인 공자가 자연주의자인 노자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전설은 어떤 원칙이든 거기에 매몰되는 순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공자의 장례식에 노자가 문상을 갔는데 공자의 제자들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노자는 공자에 대한 마지막 존경마저 접었다. 죽음이란 영원한 진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인데 제자들이 그처럼 통곡을 하는 것은 공자가 제자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노자는 파악했던 것이다.

예수 역시 마지막 가는 길에서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를 위해 울라(누가복음 23장)" 고 했다. 슬퍼해야 할 것은 진리와의 육체적 이별이 아니라 진리 따라 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예수는 가르쳐 주고 있다.

갑자가 노자와 공자가 생각난 것은 이른바 말씀 중심의 목회를 하다가 약 1년 전 세상을 떠난 김성수 목사에 대한 흉흉한 소문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외로웠을 죽음의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기에 그런 소문이 떠도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소문이 다시 부각된 것은 오히려 그를 따르던 사람들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생전 설교 동영상을 보며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결국은 그에 대한 소문의 기억까지도 떠올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설교가 어떠했는지 나는 들어보지 않았기에 평가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그의 설교를 가리켜 말씀 중심이라고 한다.

'오직 말씀으로'는 개신교의 기본 신학이기에 말씀 중심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말씀인지 기업체 연수원에 초빙된 성공학 강사의 강연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명(?)설교가 판을 치는 세상에, 성서보다는 자기 계발서에서 발췌한 몇 마디 예화가 설교의 대부분을 차지할수록 좋은 설교로 인정받는 세상에서 그가 정말 성서 중심으로 설교했다면 분명 칭찬받을 일이다. 그 역시 “양복 입은 무당”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말씀을 버린 자들을 질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딱 그까지 여야 한다.

그의 설교가 모범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영상이 예배가 될 수는 없다. 예배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일어나는 살아 있는 현장이고 설교는 그 핵심이다. 그러므로 현장성이 떨어진 설교는 예배의 핵심이 될 수 없다.

"말씀 중심"이라는 말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말씀에 해석이 덧붙여지는 것이 설교인데 특정 설교만을 말씀 중심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물론 본문은 사라져 버리고 가벼운 위로와 예화가 중심이 되는 설교를 배격해야 되는 것은 맞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만담을 해야 하는 대형교회 설교자들의 고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말씀 중심'을 고민하고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전달하는 말씀만이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다 보면 원칙주의자 공자가 노자 추종자들에게 놀림 받는 것과 같은 일이 생겨나기 쉽다. 김 목사를 따르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노자의 생각도 배울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서든지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진리를 가르친 사람이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 공자가 아무리 예(禮)를 강조했어도 진리에 대한 예이지 개인에 대한 숭배가 아니다.

일부 교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그가 생전에 선포한 말씀과는 상관이 없는 '오직 교주로만'으로 보여 씁쓸하다.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고, 자신들의 신앙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들이 잠잠해지기를 원하고 그의 가르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이제 그만 고인을 풀어주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김기대 목사 / LA 평화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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