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산은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눈물입니다." 안산시에서 결성된 '무사귀환을위한안산시민모임'이 건넨 전단지에 있는 말이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후 안산시는 온통 회색빛이다. 사건 발생 이틀째 밤, 안산에 있는 교회들이 잇따라 기도회를 열었다. 하루 종일 가슴만 졸이던 교인들은 이 자리에서 애끓는 마음을 쏟아 냈다.
▲ 안산시기독교연합회가 급하게 기도회를 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4월 17일 저녁 8시, 안산시 교인들은 안산빛나교회에 모여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을 쏟아 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안산시기독교연합회는 4월 17일 안산빛나교회(유재명 목사)에서 긴급 기도회를 열었다. 하나님의 긍휼을 바라며 부르짖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예배당을 메웠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죽은 사람도 살리는 하나님이신 줄 믿는다"는 말을 반복하며 기도했다. 정철옥 목사는 "지금 우리는 선실에 갇혀 있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 진도체육관에서 오열하는 부모들과 함께 있다"며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설교했다.
▲ 학생들이 유독 눈에 밟혔다. 한 학생은 계속 '죽은 자도 살리시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
현재까지 안산시 내 교회에 등록한 학생 중 총 47명이 세월호 침몰로 실종됐다고 연합회는 전했다. 안산제일교회 7명, 명성감리교회 5명, 안산동산교회 4명, 안산광림교회 4명, 예수사람들교회 4명, 성광감리교회 3명, 안산빛나교회 3명, 꿈의감리교회 2명, 산정현교회 2명, 하나감리교회 2명, 서광감리교회 1명, 안산평촌교회 1명, 쉼터교회 1명, 풍성한교회 1명, 목양교회 1명, 평안교회 1명, 소풍교회 2명, 어느 교회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2명 등이다. 한 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확실하지 않았다.
교회 이름과 사람 수가 들릴 때마다 교인들 사이에서 탄식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 교인도 여러 명 있었다. 대표 기도를 맡은 유선종 장로는 이렇게 빌었다. "채 피우지도 못한 우리 사랑스런 아들딸들이 저 차갑고 어둡고 무서운 바다에 갇혀서 절규하고 있습니다. 귀한 생명들을 구해 주소서. 그 많은 생명이 바다에서 잠들게 된다면, 다가오는 부활절에 우리가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 "그 귀한 생명들이 바다에서 잠들게 된다면 부활절에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느냐." 한 장로의 기도가 모두의 찢어진 마음을 대신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
▲ 안산동산교회에서도 목요 영성 집회 시간에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안산동산교회에 등록된 학생만 4명, 등록되지 않았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가 3명, 총 7명이 실종된 상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
안산동산교회는 단원고등학교에 쌀 400kg을 지원했다. 현재 300여 명의 학부형들과 200여 명의 재학생들이 단원고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먹고 지낼 쌀이 부족하다고 해서 지원한 것이다. 400kg이라 해 봤자 이틀 치였다. 교회는 마음이 동하거든 쌀을 보내 달라고 교인들을 독려했다.
▲ 무릎 꿇고 엎드리거나 두 팔 벌려 부르짖으나 실종된 학생들과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을 위한 마음은 같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
▲ 깜깜해진 교정에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마다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썼다. 굳은 표정으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
구권효 기자 / <뉴스앤조이>
본보 제휴 / <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