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는 신앙적 양심으로 접근해야
핵문제는 신앙적 양심으로 접근해야
  • 편집부
  • 승인 2014.10.11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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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전 유치 반대 이끈 이상호 목사 인터뷰
   
▲ 지난 달 29일, 삼척시 삼척우체국 앞에서 열린 삼척·근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주최 ‘반핵운동 20주년 기념 기자회견 및 핵반대 집단 1인시위’ 행사에 ‘핵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민공동행동’회원들도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민주노총 동해·삼척지부

한국시간으로 10월 9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실시된 원전유치 주민투표가 유치반대측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반대 84.9%) 탈핵 운동의 성과 뿐 아니라 진정한 시민 자치의 승리라는 점에서 삼척이 탈핵과 풀뿌리 운동의 구심점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관리한  이날 주민투표는 투표등록인원 4만2488명 중 2만8868명이 참여해 67.9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정부에 원전 철회를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투표로 삼척은 ‘탈핵’의 상징적인 도시로 떠올랐으며 앞으로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충돌할 때 시민 풀뿌리 운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투표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부와 무관한 사안이라며 찬반 투표의 관리자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나왔다. 삼척시가 투표 과정을 주관할 경우 선거인 명부를 만드는 것이 개인 정보 유출이 될 수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삼척 시민들 60%가 이번 투표에 한 해서 개인 정보 공개를 허용한다는 동의서를 시청으로 보내 선거인 명부가 작성될 수 있었다.

반대가 압도적이었다고 해서 투표가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삼척 시민의 의사를 공정한 투표를 위해 알린 것인데 이런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삼척시에 핵발전소 건립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큰 갈등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운동을 승리로 이끈 핵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민 공동행동 대표 이상호 동해 함께세우는 교회 목사와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나누었다.

이번 승리의 의미는?

이번 삼척 시민들이 권력이 지향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반대한다는 것을 결집된 힘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2005년 부안에서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삼척시민이 압도적 반대로 앞으로 국민의사에 반하는 정부의 집행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운동에 교계의 참여가 많이 있었는가?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솔직히 삼척에 위치한 교회 중 단 한 곳에서도 반대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2년 시카고에서 유학을 마치고 동해에 사역을 시작할 때 지역현안에 대한 교회 차원의 운동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한백교회 김형국 목사님, 초록교회 배윤숙 전도사님, 그리고 작년부터 NCC와 연합해 삼천 원전백지화 투쟁을 위한 모임과 예배를 드렸다.

목회자들이 교회 내 찬반이 갈리는 상황에서 한 쪽 의견만 들고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핵은 한 순간에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것으로 신앙적 양심으로 볼 때 반드시 교회가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승리의 비결은 무엇인가?

그 동안 삼척은 원전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새롭게 부임한 무소속의 김양호 시장이 원전 유치를 반대하면서, 억눌려왔던 삼척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의 일치된 목소리가 이번 승리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이번 승리의 결과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이다. 현재 정부는 삼척 시민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이번 승리의 결과물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번 삼척 시민들의 움직임이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까 걱정이다. ‘삼척만 안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핵 문제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한반도의 문제요 전 세계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또한 이러한 운동에 있어서 기독교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멀리 해외에서도 이런 운동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 드린다.

편집부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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