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13억 갖고 쫀쫀하게....
그까짓 13억 갖고 쫀쫀하게....
  • 강만원
  • 승인 2015.11.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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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원 ⓒ <뉴스 M>

"13억의 전별금이 지나치다"는 항간의 주장에 대해 사실인즉 전병욱으로서는 무척 억울하다. 교인 100명에 미치지 못하는 삼일교회를 10년 남짓 동안 심혈을 기울여 2만이 넘는 대형교회로 키운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13억이 아니라 최소한 130억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함직하다.

이런 생각이 비단 전병욱만의 생각일까? 정년을 마치고 은퇴하는 목사들에게, 심지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교회를 떠나는 목사들에게조차 한국의 메가처치는 '전별금'의 명목으로 수억을 넘어 심지어 수 십 억에서 수 백 억에 이르기까지 전혀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목사들의 의식 속에 <내 교회>라는 생각이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당당하게 '사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자식이 목사라면 응당(?) 교회를 세습하겠지만, 목사 자식이 없으면 자기라도 두둑하게 챙겨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는 비단 목사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장로들의 책임이 결코 목사에 비해 적지 않다. 잘못을 저지르고 떠나는 목사에게까지 그렇게 베푸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장에 가득 쌓인 헌금을 보면 목사를 비롯한 장로들은 '눈먼 돈'을 어떻게 요리할까, 머릿속이 사뭇 복잡해진다.

이참에 예배당을 새로 건축하거나 증축해서 교회를 폼 나게 만들어 볼까, 음향과 영상에 집중 투자해서 시대에 걸 맞는 교회로 탈바꿈시킬까, 통장을 헐어 돈을 빼쓰는 김에 떡고물이라도 묻힐 수 있지 않을까, 온갖 잡념으로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티가 나지 않는 '구제'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대형교회의 1년 예산에 비해서 1%에 미치지 못하는 구제비가 이를 넉넉히 입증한다.

어쨌든 전병욱은 대단히 억울하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교회를 은연중에 자기 소유의 개인 재산처럼 생각하는 마당에 불과(?) 13억은 삼일교회의 전체 자산에 비해서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3억이 많지 않다"고 항변하는 전병욱의 뻔뻔스런 태도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목사 교회'로 변질된 한국교회의 치명적인 불치병은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님은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엄히 경고하셨지만, 한국교회는 이미 맘몬의 주술에 걸려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길 수 있다고 교인들을 세뇌한다. "하나님을 잘 믿는 자는 재물의 복을 받는다."는 한국교회의 전형적인 설교는 결국 하나님을 도구 삼아 맘몬을 숭배하는 <혼합 신앙>이 아닌가.

유대교가 율법 교회, 가톨릭이 교황 교회였다면 한국 개신교는 이들을 멀찌감치 앞서는 ‘목사 교회’이며, 설교에 재정, 인사, 행정까지 독식하는 ‘전제 교회’다. 그래도, 그래도 하며 가녀린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권력을 근본적으로 타파하며 교회의 틀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지 않는 한 한국교회는 결코 <예수교회>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목사 교회,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세상의 욕망을 좇는 목사 교회는 처음부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없기 때문이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없는 교회는 사이비이기 때문이다. 사이비 교회에 구원이 있다면 절간에도, 이슬람 사원에도, 미아리 점집이라고 구원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예수가 없는 구원은 어차피 사이비 구원이며, 사이비 구원은 '가짜'이며 가짜는 '없음'과 완벽한 동의어가 아닌가.

강만원 / <아르케 처치> 대표,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저자, <루나의 예언> 역자, 종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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