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와 HP는 결별할 것인가
UMC와 HP는 결별할 것인가
  • 경소영
  • 승인 2016.05.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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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웨스트 뱅크 지역 이스라엘 정착촌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기를 흔들고 있다 (Shadi Hatem/APA images)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경소영 기자] 연합감리교(United Methodist Church, UMC) 정기 총회에서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HP)와 카터필러, 모토로라 솔루션 등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 수익을 올리는 IT 회사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지 논의한다. 

UMC 사회국 등 여러 단체가 휴렛팩커드 등의 기업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으로부터 이익을 취하고 있어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법 제안서를 상정한 까닭이다. 법안은 UMC의 신앙고백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회사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UMC 목회자들은 HP가 현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지역에 여러 기술을 제공해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총회에 상정한 교회법 제안서에서 “HP가 이스라엘 정착촌과 이스라엘 해군을 위한 정보 기술을 제공하고, 웨스트 뱅크 지역 검문소에서 생체 측정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한다”고 지적했다.

몇 년 동안 연합감리교회는 휴렛팩커드에 이스라엘 정착촌 유지를 돕지 말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웨스트 뱅크 지역과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 지역의 이스라엘 군사 점령을 반대하고 유대인의 불법적인 정착지 건설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안건은 UMC 사회국과 'UMC 카이로스 리스폰스'가 교단 변호인단과 함께 제출했다. 카이로스 리스폰스 공동대표 미셀 요시 목사는 올해 총회에서 교회 지도자들의 여론이 바뀌고 있다며, 투자금 회수 결정이 교단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금 회수 운동에 동조하는 감리교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좀 더 가깝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르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 수익을 올리는 회사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결정을 UMC만 고민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의교회연합회(UCC), 미국장로교회(PCUSA), 퀘이커 교단(the Quaker’s Friends Fiduciary Corporation)등 대표적 개신교단들은 이미 투자 회수를 진행했다.

이들 교단은 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진출하는 것이 결국 그곳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밀어낸다고 판단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UMC 총회에서 제출된 법안도 국제 분쟁을 심화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번 총회에서도 투자금 회수를 결정하지 못할 우려도 크다. 지난 1월, UMC는 이스라엘 대표적 5개 은행에 실시했던 교회 은급 재단의 투자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비슷한 법안들이 2008, 2012년 총회에 발의됐지만 상정에 실패했다. 더불어 HP도 팔레스타인 지역의 갈등 조장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회사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 회사는 이스라엘에서 기업의 가치와 기준에 맞게 활동한다. 국가와 지역을 두고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여 편을 가르게 만드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 나라가 번영하고 국민들이 배우고 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유용한 기술적 이익을 만드는 일에 열심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HP는 이러한 공식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며칠 전, HP는 ‘HP 테크 벤처’라는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3D 프린팅과 가상 현실, 웨어러블, 인공지능 등 기술 연구를 진행할 이 회사는 이스라엘의 팔로 알토, 텔 아비브에서 활동한다.

이를 두고 많은 평론가들은 “HP가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 결국엔 팔레스타인 분쟁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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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스라엘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 안에 이스라엘 국적의 유대인들이 옮겨와 모여 사는 공동체를 말한다.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정책의 핵심은 유대인들로 하여금 정착지로 이주하게 하는 경제적 조치들이다. 웨스트 뱅크 지역 정착촌들은 국가 주요 지역이라는 이유로 막대한 금융 혜택이 있다.

팔레스타인은 동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영토를 인정받아 독립국가를 세우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 지역을 자신의 영토로 주장하며 정착촌 건설을 확장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부당한 점령이라 주장하기 때문에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 너머로 이스라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 Palestine News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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