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사회, 종교로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절망적인 사회, 종교로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 송상호
  • 승인 2016.06.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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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 책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를 세상에 낸 이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자. 우리사회가 지금도 앞으로도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당신은 “예”라고 하거나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대답 대신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와 헬 조선(지옥 같은 조선)’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두 단어의 출처는 바로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포기’와 직면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한국이 재건되려면 향후 100년은 걸려야 할 것”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출판사 펴냄, 송상호 저, 2016년 5월 30일

이 말은 6.25 한국전쟁 직후 맥아더 장군이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보고 한 말이다. 하지만, 5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사회는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세계사에서도 일찍이 유래 없는 초고속 성장을 창조해냈다. 이러한 기적을 일궈낸 기성세대들의 피땀은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니 ‘초고속 성장’이니 하는 말이 우리에게 반가울 수만은 없다. 세상 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 20세기를 넘어 21세기가 된 우리 사회가 아프고 있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말해볼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위를 무려 50개나 석권하고 있다. 물론 좋은 일이 아니다. 50가지가 너무 많아 몇 가지만 추려서 말해 볼까 망설이다가, 나열하는 게 우리사회를 직시하는데 도움될 거 같아 모두 말해본다. 아래는 우리나라가 차지한 불명예스러운 항목 1위들이다. 하나하나 꼭꼭 씹으며 읽어보라.

“자살률, 산업재해 사망률, 가계부채, 남녀 임금격차, 노인 빈곤률, 청소년 흡연율, 성인 흡연율, 가장 낮은 최저임금, 저임금 노동자 비율, 자동차 접촉 사고율, 인도에서 교통사고율, 보행자 교통사망률,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노인 교통사고 비율, 교통사고 사망률, 학업시간 가장 높은 순위, 환경평가 좋지 않은 순위, 어린이 행복지수 낮은 순위, 청소년 행복지수 낮은 순위, 이혼 증가율, 결핵 환자 발생률, 결핵 환자 사망률, 당뇨 사망률, 대장암 사망 증가율, 심근경색 사망률,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노령화 지수, 국가채무 증가율, 자살 증가율, 공공 사회복지 지출비율, 실업률 증가폭, 대학교육 가계부담, 낙태율, 과학 흥미도 없는 순위, 중년여성 사망률, 사교육비 지출, 15세 이상 술 소비량, 독주 소비량, 출산율 제일 낮은 국가, 근무시간 많은 국가, 세부담 증가속도 빠른 국가, 국가부채 증가속도, 식품 물가 증가율, 양주 소비율, 저출산, 공교육비 민간 부담, 사회안전망 가장 안 좋은 순위, 정치적 비전이 안 좋은 순위, 고등교육 국가가 지원해 주지 않는 순위”

이것이 나와 당신이 일궈온 대한민국이다. 이것이 초고속 성장을 이룬 우리사회의 어두운 성적이다. 이런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읊으니 뼛속깊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우리사회가 살기 힘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든 줄은 몰랐다. 이런 것을 일러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겠다.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자살현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37분마다 1명 꼴”

위의 수치가 우리를 아프게 한다. 바로 201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이 자살한 수다. 매일 약 39명이 하루에 목숨을 끊는다는 이야기다. 1년이면 약 14,200 명이 이 사회가 싫고 삶이 힘들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실제로 자살에 성공한 사람이 그 정도라면, ‘자살’ 언저리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나와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사회에서 ‘한강의 자살’을 아파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이와 같은 우리사회를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는 세 글자가 바로 ‘헬 조선’이다. 엄연히 민주사회에 살면서도, 소위 ‘흙 수저와 금 수저’라는 계층이 나뉘어져 있고, 기회는 만인에게가 아니라 소수 부자들에게만 열려 있다는, 그래서 흡사 조선시대 신분사회와 같다는 걸 빗댄 신조어다. 아무리 노력해도 밑바닥에서 헤매는 자신들의 처지가 지옥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견디다 못해 수많은 이들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초고속 성장에 따른 불균형이 우리사회를 아프게 함에도, 여전히 성장과 부에 배고픈 우리사회가 빚어낸 비극이었다. 진도 앞바다에서 305명을 우리 눈앞에서 수장시켜 버렸다. 더군다나 채 피지도 못한 수많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아픔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이글을 쓰면서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아직도 여전히 ‘세월호’는 미완의 숙제로 우리사회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대로 가면 너 다친다.”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저자 송상호

‘세월호’를 통해 하늘이 우리사회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당시 모든 국민이 소위 ‘멘붕 상태’에 있다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먼 옛날 일처럼 잊고 산다. 유족들은 피눈물을 삼키지만, 진영논리에 빠진 우리 사회는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싸우거나 외면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참회와 정신혁명의 골든타임’을 또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제대로 살아남기 힘들다. 제2, 제3의 ‘세월호’는 또 다시 우리 눈앞에서 가라앉을 것이다. 도덕적 붕괴뿐만 아니라 데이터 상으로 봐도 우리사회는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 앞에서 본 ‘50가지 불명예 순위’가 잘 말해준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공동체가 이리도 아픈데, 종교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종교는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종교란 게 이 공동체 안에 있기는 한 건가. 이런 뼈아픈 물음들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다.

지난 세기까지는 “종교란 무엇인가”를 인류가 끊임없이 물어왔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종교의 정체성을 묻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 이젠 “종교가 어디에 있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고 묻는 시대가 왔다. 지구의 멸망이 거론되고 있고, 우리 한국호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을 묻고 있다. 더 독하고 엄중하게 표현하면, “인류와 사회생존에 기여하지 못하는 종교가 왜 필요할까”다. 바꿔 말하면 종교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인류와 우리사회는 언제든지 종교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저서 “모든 종교는 구라다(유심 출판사)”가 종교의 정체성을 묻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종교의 역할과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아픈 이 사회에서 종교는 어디에 있어야 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책이다.

끝으로 철학자 한나 아레트의 말을 되씹으며 종교가 있어야 할 곳을 묻고자 한다. ‘인간성’ 대신 ‘종교성’을 넣어서 말이다.

“고양된 인간성(종교성)은 결코 고독 속에서 얻을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의 삶과 인격을 공공영역의 모험에 투신할 때 얻어 진다.”

* 이글은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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