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지원 제출 서류 중 하나로 '사모 소개서'를 요구하는 교회가 있다. 사모 건강을 파악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정작 제출용 서류 입력 항목에는 건강 관련 내용이 빠져 있다.

전주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A교회는 9월 10일 자 <기독공보>에 '담임목사 청빙' 광고를 냈다. 광고문에는 57여 년 전통을 가진 교회로, 하나님 뜻을 따라 성도들을 사랑으로 목양할 목사를 청빙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교회와 청빙 광고와 차이점이 없지만, 제출 서류 항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교회는 1차 제출 서류로 청빙 지원서, 자기소개서를 포함, '사모 소개서'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요구했다. 목사를 청빙하는데 왜 '사모 소개서'가 필요할까.

A교회 청빙위원장은 당회 결정에 따라 '사모 소개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요구한 것은 '인성'을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기독공보> 갈무리)

A교회 청빙위원장을 맡고 있는 B 장로에게 9월 9일 전화로 물었다. B 장로는 "당회가 하자고 해서 그대로 시행한 것뿐이다. 사모님도 건강하셔야 좋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B 장로 설명과는 달리 사모 소개서 필수 입력 항목에는 사진, 성장 과정, 최종 학력, 가족 소개 등만 나와 있지, 건강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 목적이라면 하다못해 '건강진단서'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B 장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기자에게 "왜 이런 것을 취재하냐"며 "(사모 소개서가) 나쁜 게 아니다. 건강하다는 것을 알려 주면 우리가 참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이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보통 담임목사 지원자들에게 대학 증명서·대학원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A교회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요구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B 장로는 "인성도 보려고 한다. 말씀도 잘해야 하지만, 일단 참고하려고 한다. 우리 내규에 있는 내용이니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A교회 청빙 광고를 본 예장통합 소속 한 목사는 "가족 소개서라면 몰라도 왜 사모만 특정해 소개서를 받으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본다고 해당 목사의 인성을 파악이 가능한지, 그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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