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전광훈 목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 유영
  • 승인 2016.10.2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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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석 기자가 전광훈 목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현재 지 기자는 전 목사가 형사고발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전광훈 목사 '빤스' 발언 적시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결해, 지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즉각 항소했습니다.

2심 선고공판은 지난 9월에 진행 예정이었으나, 검찰이 변론 재개를 신청했습니다. 전 목사 측이 새로운 증인을 세운다며, 변론 재개를 요청한 까닭입니다. 지 기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며, '빤스' 발언이 계속 퍼지는 것에 전 목사가 진심으로 상처받았다고 생각해 재판보다 화해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자고 전 목사 측 소송 담당자에게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재판은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 기자는 이 공개서한으로 다시 화해할 기회를 찾자고 제안합니다. 물론, 목회자의 비상식적 발언은 지적받아야 한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전 목사가 이러한 발언을 이어간다면 계속해서 지적할 것이라는 말도 함께 말이지요.

지유석 기자가 전광훈 목사에게 어떠한 말로 화해를 요청했는지, 재판보다는 화해를 왜 선택하려고 하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지유석 기자가 전광훈 목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전문입니다. 

전광훈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전광훈 목사님, 절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는 27일 심리를 앞두고 있는데, 이에 앞서 목사님께 긴히 여쭙고자 하는 점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이렇게 공개로 하는 이유는 아래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목사님은 제가 2012년 4월 23일과 2014년 2월 24일 포털 ‘다음’ 카페 ‘한국교회정화운동협의회’(아래 한정협)에 올린 두 건의 게시물이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벌금 200만 원으로 약식 기소했고, 전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목사님은 다시 검찰에 항소해 8월 30일 한 차례 심리가 열렸고, 9월 선고공판을 앞두게 됐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변론 재개를 신청했습니다. 이번 심리에서는 목사님 쪽에서 증인을 세운다고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전 이런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목사님께서 제 게시글로 인해 정말로 상처받으셨구나, 그래서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증인까지 세우시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재판을 통해 이런저런 공방을 펼치기보다 기독교인들끼리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전 이 뜻을 교회 쪽 소송 담당하시는 분께 전달했고, 이분께서는 목사님과 변호사님과 상의 후 연락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때가 지난 9월 말이었는데 지금까지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목사님께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건 대화를 제의했음에도, 목사님께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건가, 기어코 세상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시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증거도 제출하고, 증인도 세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이 증인을 세워 입증해야할 만큼 심각한 그 무엇인가가 숨어 있는 사건인가요?

목사님께서는 처음 저를 고소할 때 두 건의 게시물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한 건은 버리고 다른 한 건만 집중 문제 삼고 있습니다. 목사님 입장에서 보아도 한 건의 게시물은 명예훼손을 문제 삼을 소지가 없다는 판단이겠지요?

전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목사님께서 문제 삼은 두 건의 게시물을 수차례 들여다보았습니다. 한 건은 그렇다 치지만, 나머지는 제가 볼 때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점을 재판 과정에서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1심에서도 “향후 숙고하겠다”는 뜻을 재판장님께 전했고, 2심 재판에서도 재판장님과 재판부를 향해 “제가 지나쳤다는 점 인정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제 이야기가 거짓 같으면 재판 기록을 열람해 보시면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전 다만 목사님의 그 문제의 발언이 목회자가 공개 석상에서, 그것도 목사들이 청중으로 있는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점에 대해 수위를 높여 비판한 것입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계속 변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2011년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의 발언에 대해 “‘목사가 성도의 신뢰와 존경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당 발언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도 “신도들은 목사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 그러나 목사들이 신도들의 그와 같은 충성심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목사님은 본인의 입장과 다르게 본인의 발언이 계속 확대 재생산돼 억울할 것입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목사님의 해명에 혹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목사의 설교는 사회의 상식에 부합해야 하며, 특히나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사실 이건 기본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 보다 높은 윤리적, 도덕적, 예언자적 메시지를 담아 설교를 듣는 신도들이나 다른 목사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어떤 목사님들은 이런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다가 몹쓸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목사가 강단에서 예언자적 메시지를 담아 설교했을 때, 비로소 많은 일반 성도들의 존경과 동시에 사회로부터도 신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목사님의 그 문제의 발언과 뒤이은 해명이 성도는 물론 일반 사회가 쉽게 수긍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도대체 무엇을 입증하겠다고 증인까지 세워 법정 공방을 이어나가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목사님께서 계속해서 법정 공방을 이어 나가겠다고 한다면, 저도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전 공연히 게시글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목사님께서 문제 삼은 게시물은 목사님이 “전교조 안에 성을 공유하는 사람이 1만 명”이라고 했다가 전교조로부터 고발당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은 바로 그 시점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전 해당 게시물에서 목사님의 부적절한 발언이 처음은 아니었고, 문제의 ‘빤스 발언’이 있었음을 적시했으며 앞으로 이런 망언이 나오지 않으려면 사랑제일교회 성도들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목사님은 벌금을 선고받고서도 망언을 되풀이했습니다. 목사님의 문제 발언은 인터넷 검색하면 누구나 다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법정은 인간이 고안해 낸 가장 평화로운 분쟁해결 수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 여기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주먹다짐이나 다른 폭력적인 수단을 통한 갈등해결보다는 낫겠지만 말입니다.

법정 공방을 벌이다 보면 소송 당사자들끼리 모든 것을 ‘까발리게’ 되고 그래서 어느 한 쪽이 이긴다고 해도, 궁극적인 관계는 파탄 나기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선 인간에게 합력하여 선을 이루라고 하셨지만, 법정 공방은 관계를 깨니 저도 이런 마음에 목사님께 대화를 제의했던 것입니다.

재판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공방을 멈춰주시기를, 그리고 목사님 발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시기를 간곡히 권면합니다. 정히 법정 공방을 이어나가고, 증인을 세우고 다른 증거를 찾아내 제게 꼭 유죄판결을 받아 내시겠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법에서는 사실을 적어도 명예훼손이 성립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제 신앙양심마저 목사님 앞에 굽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목사님의 발언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종교인으로서, 특히 성직자로서 그 어떤 자리에서도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었고, 동시에 저는 한 명의 신도로서 목사님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전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예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히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전광훈 목사님, 부디 하나님의 뜻을 다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016.10.23. 
복음에 빚진 자
지유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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