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극복해야 한다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극복해야 한다
  • 양재영
  • 승인 2017.04.1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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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 25주년 포럼 한인타운에서 이틀간 열려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LA 폭동 25주년을 기념하는 포럼이 7일과 8일 양일간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길교회(노진준 목사)에서 열렸다.

미국과 한인 교계와 학계 리더들이 강사와 패널로 참석한 이번 포럼은 7일(금) ReconciliAsian의 수 허 목사의 사회와 사물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이틀간의 일정이 진행됐다.

행사를 시작하며 사무놀이패의 기념공연이 열렸다 ⓒ <미주뉴스앤조이>

사회를 진행한 수 허 목사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소개하며 “1992년 LA폭동의 의미와 역사를 돌아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트라우마와 정의의 문제를 고찰함으로 다시는 그와 같은 폭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사로 참여한 노진준 목사는 축사를 통해 “1992년에 저는 29세로 베를린에 있었는데 호텔에서 LA 폭동을 뉴스를 통해 알게되었다. 당시 무너진 베를린 장벽처럼 LA도 폭동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경이로웠다. 25년 후 폭동의 심장에서 사역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한길교회 노진준 목사가 축사를 전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영 리 허틱씨가 LA 폭동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25년전에 폭동을 경험한 김숙자씨는 “1985년에 미국에 온 후 남자 옷가게를 했다. 폭동이 난 이튿날 가게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사람들은 참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우리들이 먹고살기 바빠서 다른 커뮤니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먹고 살기 위해 우리끼리만 협조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제 이민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해 가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예수는 여전히 탄식하고 계신다"

한편, 첫번째 강의를 진행한 성서학자 체드 마이어스 교수는 LA폭동을 통한 평화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려주일에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로마제국의 압제 속에서 여전히 평화를 위한 길을 찾지 못한 백성들을 보시며 탄식하셨던 장면을 생각해본다. 25년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시민 폭동으로 기록되고 있는 LA폭동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평화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성서학자 체드 마이어스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그는 25년전 폭동 당시 사태가 흑인과 한인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된 것에는 인종차별적 사회구조와 시장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1992년 당시 (흑인소녀를 총격으로 살해했으나 집행유예로 풀러난) 두순자씨 상점이 최초로 불타게 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인종문제의 원인의 뿌리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LA폭동은 50년전 마틴 루터 킹 박사가 리버사이드에서 역사적 연설을 한 날과 오늘 현재와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길로 나아가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가 대답하길 간절히 원하시는 소명이다"

평화주의자 일레인 엔스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 ⓒ <미주뉴스앤조이>

평화주의자 일레인 엔스(Elaine Enns)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발생한 트라우마가 세대를 통해 계속 전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레인 엔스는 “우리는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잠시 거주하는 이민사회의 역사를 배우는 데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도 역사적 트라우마가 계속되게 하는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그녀는“기독교는 기억을 가장 중시하는 전통의 종교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예식 행위의 핵심은 기억하는 것이다. ‘유월절'과 ‘성찬' 등은 기독교가 기억하는 신앙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 포럼을 통해 개인적 치유 뿐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세울 수 있는 길을 고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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