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재소장을 기독교가 주목하는 이유
김이수 헌재소장을 기독교가 주목하는 이유
  • 지유석
  • 승인 2017.05.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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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각자 자리에서 빛과 소금 역할 하는 이들 더 많이 세상에 나오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이수 현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새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했다. ⓒ 출처 = 오마이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연일 화제다. 문 대통령이 자신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 나갈 고위 공직자를 발표할 때 마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특히 지난 19일 단행됐던 인사는 환호성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전고검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그리고 김이수 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다. 지검장 인사는 임명직이기에 윤 지검장은 22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반면 헌재소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란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에 김이수 대행에겐 당분간 ‘후보자’란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김 대행의 헌재소장 지명은 기독교계로선 주목할 수 밖엔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기독교의 위상은 맛 잃은 소금처럼 거리에 내던져저 행인들의 발걸음에 밟히는 지경으로 추락했다. 기독교계의 위상이 추락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장로, 전도사 등이 고위 공직에 진출했지만 국민을 섬기기 보다 자신들의 이익부터 챙겼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였다. 두 사람은 소망교회 장로와 성일침례교회 협동전도사란 이력을 지녔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제주 강정 해군기지 등 논란이 일었던 국책사업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높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반대하는 국민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황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전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통합진보당 해산에서 정부측 대리인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 위기에 처한 와중에 그도 정권 유지에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를 막고 담당 수사팀에게 인사보복을 가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으면서는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보고 문서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 전 국무총리가 대행 역할을 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을 영원히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앙의 궁극적인 열매는 행동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가 구주임을 믿고 고백하면서 싹튼다. 그리고 신앙의 궁극적인 열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 전 대통령과 황 전 국무총리가 입으로는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두 사람이 재임 중 보인 행적은 기독교 신앙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반그리스도적으로 비칠 때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개신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을 비웃듯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이들에게 묻지마 지지를 보냈다. 한때 보수 기독교계에선 황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염두에 두기까지 했다. 이러자 여론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와중이기에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더욱 돋보인다. 김 후보자는 평신도 공동체인 새길교회에 출석해 온 그리스도인이다. 개신교 원로인 한완상 전 부총리, 원로 역사학자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도 이 교회에 나간다. 김 후보자가 주목을 받은 건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있었던 통합진보당 해산 재판에서다. 당시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오로지 김 후보자만이 반대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가 낸 반대의견 요지는 이렇다.

“일부 구성원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를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민주주의는 바다와 같아서 다양한 생각을 포용해가는 것을 본질로 한다.”

김 후보자는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또 다시 국민을 감동시켰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원수의 성실의무 이행에 대해선 “탄핵심판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이진성 재판관과 함께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의 보충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보충의견에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적시했다. 그의 보충의견을 다시 인용해 본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김 후보자 역시 판결로 말했다. 비단 인용한 재판 말고도 한미FTA 반대 시위 물대포 사용 사건, 국가공무원법상 교원 정치활동 전면금지 조항, 정당법·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금지 조항, 간통죄 등에 대해 전향적인 의견을 내왔다. 그리고 그가 내린 판결은 그리스도교 정신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 교회는 겉으로 보이는 직분에 집착해 온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 대통령으로 세우려고 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와중에 김이수 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가뭄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 같다. 

부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장으로서 계속해서 그리스도의 정신을 판결에 담아주기 바란다. 그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잘 감당해준다면 세상 사람들도 그를 통해 예수를 보게 될 것이다. 김 후보자 말고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주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분들이 새 정부에서 책임 있는 위치를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리스도의 정신이 사회 곳곳에 스며서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하나님 보기에 좋은 세상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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