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지게 하라
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지게 하라
  • 신기성
  • 승인 2017.07.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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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기석 집사 살인 피의자 무죄 평결 사건에 관한 기자회견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지난 2012년 뉴욕 맨해턴 전철역 승강장에서 고 한기석 집사를 밀어 숨지게 한 나임 데이비스(Naeem Davis)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져 유가족 및 한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대배심은 지난 2012년 12월 3일 맨해턴 49스트릿 전철역에서 고 한기석 집사를 선로로 밀어 숨기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이비스에게 무죄 평결을 내리고 석방했다.

재판에서 담당 검사인 찰스 휘트(Charles Whitt) 검사는, 한씨가 기차에 치인 후에, 데이비스가 둘이 다툴 때 뒤에 내려놓았던 자켓과 헤드폰과 커피 컵을 챙겨 들고 유유히 걸어 나갔다고 밝혔다. 휘트 검사는 심지어 데이비스가 커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컵을 들고 갔으며, 다음날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근무했다고 전했다. 자기가 죽인 사람을 뒤로하고 그렇게 태연히 걸어 나가서 다음 날 정상적인 근무를 소화했다면, 이는 데이비스가 정말로 자신의 살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명의 대배심원들은 데이비스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였다. 술에 취한 한씨가 자신을 위협했고 어깨를 잡았기 때문에 뿌리쳐야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목격자들의 증언에서도 엇갈리는 부분이다.

고 한기석 집사의 가족들이 출석하고 있는 뉴욕우리교회 담임 조원태 목사와 교인들은 21일(금)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시했다. 유족들은 무죄 평결에 대한 충격 때문에 기자회견장에 나오지도 못하고 교인들이 대신 자리를 메웠다.

한인 대표들의 회견

존 리우 전 뉴욕 감사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조원태 목사는 무죄 평결에 대한 유가족과 한인사회의 분노와 실망을 전했고, 한 이민자의 삶과 가정에 큰 비극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나라의 “생명 존중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평결 이후에 이 자부심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밝히고 “한기석 집사는 신실한 신자였으며, 토요일 아침이면 교회에 나와 청소를 하기도 했다... 그는 사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다”고 회고했다.

박운용 한인 권익신장위원회 회장은 뉴욕 포스트 사진 기자를 가리켜 “46장의 사진을 찍는 시간에 한씨를 도울 수는 없었나... 자기 아들이라면 그랬겠나”라고 지적했다.

김광석 뉴욕한인봉사센터 회장도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슬픔을 표하고 “이민자로서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사건을 겪고 나면 우리가 어떻게 제2의 조국으로서 이 나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지금껏 신뢰를 증진해 왔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나라의 정의를 세우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승진 전 민권센터 대표도 역시 강한 유감과 실망을 표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미망인과 한 씨의 가족을 돕기 위해 한인 사회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억울한 소리가 들려지게 하라

마지막 인사말에서 조원태 목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밝히며 한씨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들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께서는 갈릴리에 가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고, 복음을 들려주며,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지도록 하셨다고 언급했다.

4년 전에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었다. 당시에는 메이저 방송사들을 비롯한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로 강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기자들이 많았지만 이번 평결 후에는 겨우 십여 명의 기자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인 동포 사회도 이미 끝난 건 돌릴 수 없다고 체념하는 듯하다. 기자가 살펴본 바로는 기자회견이 있은 후 지난 3일 동안 New York Times나 CNN 등 어느 메이저 언론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ABC 방송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기사를 볼 수 없다. 오직 미주 한인 언론사들만 이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억울한 목소리가 세상에 들려지지 않으면 잘못된 일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 이미 평결이 난 형사재판의 피고인에게 다시 죄를 물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씨를 살릴 수도 있었던 그 긴박했던 2분여의 시간에 대한 반성과 비판과 책임은 그냥 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충격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도움과, 또한 계속 진행 중인 민사재판에 대한 동포사회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고 쉽게 묻힐 수 있지만, 동포 사회가 힘을 합한다면 정의를 향한 우렁찬 함성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언론사들이 외면한다면 동포사회는 더 큰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래야 억울한 소리가 들려질 것이고 정의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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