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도 자살을 꿈꾸고 있다
목회자도 자살을 꿈꾸고 있다
  • 양재영
  • 승인 2017.07.30 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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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탈진, 건강문제로 자살충동...은혜와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페리 노블(좌)와 고 아이잭 헌터(좌) 목사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미국 교계는 최근 목회자들의 자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초대형교회인 뉴스프링교회(NewSpring Church)의 담임목사였던 페리 노블(46, Perry Noble)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자살의 충동을 고백했다.

알코올 중독과 가정 불화등의 이유로 지난해 뉴스프링교회에서 해임된 페리 노블 목사는 동영상을 통해 “직업을 잃고, 아내는 나를 떠나갔다. 나는 실패자처럼 느껴졌고,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도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애리조나주 재활센터에서 지낸 4일동안 항상 멀리 도망가 자살을 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자살을 할 장소를 물색했고, 총을 꺼내들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페리 노블 목사의 경우는 자살 충동으로 멈췄다. 하지만, 대형교회의 목사가 실제로 자살을 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 올랜도의 대형교회인 서밋교회(Summit Church)의 창립자였던 아이잭 헌터 목사(당시 35세)는 2013년 12월 재직자와의 불륜으로 사임한 지 1년만에 자신의 집에서 자살해 충격을 주었다.

아이잭 헌터 목사는 플로리다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이자, 미국 복음주의계의 지도자이며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종교자문위원이었던 조엘 헌터 목사의 아들이어서 미국 교계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헌터 목사는  2012년 교회에 불륜을 인정한 후 담임목사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헌터 목사의 아내인 론다 헌터는 “남편이 극심한 행동장애와 알콜중독,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나의 삶과 세 아이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아이잭 목사가 자살한 그해 4월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의 아들이 자살을 했기에 미국교계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가정문제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높아지기도 했다.

고 김성수 목사(사진: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우울증, 탈진 등이 주요원인"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자살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계는 밝혀진 게 없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은 목회자들이 ‘자살’을 생각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목회자의 자살 원인으로는 ‘우울증’, ‘탈진’(burnout), ‘건강문제’, ‘가정문제’,  ‘저임금으로 인한 생활고’, ‘영성과 교인들과의 관계’ 등으로 조사되고 있다.

교회 리더십 발달을 위해 세워진 쉐퍼연구소(Schaeffer Institute)는 70%의 목회자들이 지속적인 ‘우울증’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71%의 목회자는 ‘탈진'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목회자의 80%는 자신의 사역이 가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한,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의 80%가 5년 내에 사역을 그만두고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 살고 있는 18세 이상의 성인 중 약 4%인 8백 3십만명이 강력한 자살 충동 속에 살고 있다고 조사됐다. 이중 약 2백만명은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웠으며, 그중 절반정도는 자살을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최우수병원으로 꼽히는 매요 클리닉은 자살은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맞서고 있는 삶의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 시작된다. 종종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 경우 순간적으로 자살이 해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공황장애 등에서 경험하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증상으로, 위기의 순간에 자살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난 2014년 미주한인교계를 뒤흔들었던 김성수 목사의 자살은 한국 교계에도 자살이라는 주제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주 한인교계의 한 목회자는 “불륜, 음주, 이혼 등에 대해 강한 거부감에 직면해 있으면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 역시 ‘자살 충동'이 낯선 주제는 아닐 것이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 리더십컨퍼런스의 사무엘 라드리거즈 목사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목회자들을 위한 공간과 사역 제공에 힘쓸 것을 주장했다.

라드리거즈 목사는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고백하지 않는 것은 큰 죄가 될 수 있다"라며 “우울증 등의 문제로 싸우고 있는 이들을 정죄하기보다  ‘은혜와 사랑'으로 치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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