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괴롭히는 자 누구일까?
한국교회를 괴롭히는 자 누구일까?
  • 강호숙
  • 승인 2017.08.1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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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합과 엘리야의 공방전이 던져주는 혜안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열왕기상 18장을 보면, 이스라엘 왕 아합이 엘리야 선지자에게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는 자여 네냐"라고 하자, 엘리야는 "내가 이스라엘을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아비의 집이 괴롭게 하였으니 이는 여호와의 명령을 버렸고 당신이 바알들을 좇았음이라"고 맞받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합 왕 시대는 엘리야처럼 여호와를 경외하는 선지자들이 대놓고 다니질 못했다. 요는 아합의 아내 이세벨이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벌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아합의 궁내대신 오바댜는 위험한 시기에도 선지자 백 명을 굴에 숨겨 떡과 물로 공궤한 경건한 사람이었다(왕상 18:4).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핍박하는 아합 시대에 그릿 시냇가에 숨어 지내며 샤르밧 과부의 공궤 속에 연명하고 있던 엘리야는 자신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호와의 선지자라고 단언하지만(왕상 18:22),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자가 이스라엘 안에 칠천이나 남겨졌음을 말씀하신다(왕상 19:18).

나는 아합과 엘리야가 서로를 향해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자'라고 비난하는 일명 '네 탓 공방전' 장면을 보면서, 작금의 한국교회와 유사함을 느낀다.

홍대새교회 관계자가 들고 있는 손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양희삼 목사 페이스북에서)

한국교회 주류 기득권 세력들이 교회개혁을 외치며 비판하는 자들을 향해, 한국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다느니, 이단에 노출되기 쉽다느니, 자유주의자라는 등 자신들의 교단세력을 앞세워 정죄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거룩을 위해 성추행범 목사의 면직을 요구하는 자들에게 '전문 시위꾼'이나 예배를 방해하는 자들'이라고 한다. 학위를 거짓으로 포장하여 대형교회를 삼켜버린 목사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자들에게 '사단세력'이라고 쏘아붙인다.

아합 시대나 지금이나 이러한 교권주의자들의 세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총신에서 '여성안수 이슈'로 강의가 박탈당할 때 절감할 수 있었다. 몇 명의 학생과 의식 있는 시간 강사 몇 분을 제외하면, 직원은 직원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모두 교단과 총장의 막강한 힘과 엄포에 매몰되는 모습을 목도하였기 때문이다. 이른 바, 교단과 학교가 시키는 대로 처신하는 게 최고로 안전하고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불의한 권력과 무자비한 횡포에 저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간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교회 개혁은 안으로부터 시작한다. (양희삼 목사 페이스북에서)

하지만 합동총신이라는 우물 안을 나와 보니, 한국교회 안에 불의와 불공정, 차별과 거짓이 하나님 나라와 복음의 가치를 훼손하는 악임을 외치는 의로운 선지자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희망을 보게 된 것 같다.

엘리야 선지자의 대답처럼, 한국교회를 어지럽히는 자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불의와 차별, 혐오와 거짓을 도모하는 기득권 세력들, 그리고 그들 밑이나 옆에서 부역하거나 동조하는 자들이 아닐까. 그래도 그 가운데 오바댜처럼 자신의 처한 환경에서도 신앙양심에 따라 의롭게 살려고 애쓰는 자들은 분명 있으리라. 

성경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은 아합이 아니라 엘리야이거나 숨은 선지자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본문을 읽을지 모른다. ‘보수냐 변화냐?’ 라는 혼란과 남 탓 공방이 팽팽한 한국교회를 생각한다. 이 시대는 엘리야가 아합에게 말한 "여호와의 명령을 버리고 풍요의 신 바알을 좇은 것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전형"이라는 사실을 새겨듣고 처신해야 할 것 같다.

글쓴이 강호숙 박사는, 진정한 여성됨을 여성 스스로 찾는 교회와 세상을 위하여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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