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조엘 오스틴을 싫어할까?
왜 사람들은 조엘 오스틴을 싫어할까?
  • 신기성
  • 승인 2017.09.0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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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net.ng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허리케인 하비로 비롯된 휴스톤의 재앙과 관련하여 레이크우드교회 조엘 오스틴목사에 대한 비판과 옹호에 관한 기사가 끊이지 않고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만 하더라도 지난 1주일간 거의 10개의 기사를 내 보냈고, 뉴욕타임즈나 CNN등 거의 모든 매체와 기독교 언론들이 이와 관련한 보도를 쏟아내었다. 이미 수많은 언론매체들의 집중타를 맞은 오스틴 목사의 비난 대열에 굳이 합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스틴 목사를 비호하고 사리판단을 흐리는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의 반론을 대하다보니,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었다.

허리케인 하비의 강타로 휴스톤을 비롯한 텍사스 주 일대가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을 때, 오스틴 목사는 트위터를 통해 하나님이 함께 계시니, 의심이나 두려움에 빠지지 말고 ... 희망의 닻을 내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뉴욕타임즈는 오스틴 목사가 수재민들에게 문을 열어 피난처를 제공하는 대신에 “기도하라"는 제안만 했다고 비판했다.

https://www.nytimes.com/2017/08/30/opinion/trump-osteen-harvey-church.html?_r=0

오스틴 목사에 대한 폭발적 비난은 다만 그와 그의 교회가 문을 닫아 걸고 고난 당하는 사람들을 외면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일요일(27일), 레이크우드교회는 침수 때문에 교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교회의 사진을 인터넷에 내보내며 레이크우드교회가 발표와는 달리 침수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스틴 목사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고, 교회가 거짓 발표를 했다는 사실은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오스틴 목사는 여론의 비난에 떠밀려 교회 문을 열고 모든 피난자들을 환영한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결국 프로 농구팀 휴스톤 로케츠의 홈구장이기도 했던 레이크우드교회 건물은 개방되었다. 다행이다.

오스틴 목사는 왜 일찍 교회 문을 열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교회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지만, 휴스톤 시가 대피처 제공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국가 기관이나 정부가 요청하지 않으면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비판의 화살을 휴스톤 시로 돌리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여론을 오히려 악화시켜 그동안 침묵하던 언론들도 비난에 동참했다.

뉴욕타임즈는 번영신학을 가리켜 “자본주의의 부산물”이라고 하며, 결단코 자신을 낮추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휴스톤 근교에서 소위 번영복음을 믿고 따르며, 그들의 가르침처럼 의심이나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희망의 끊을 유지한 채 긍정적인 믿음만 가지고 있으면, 경제적인 성공과 건강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이번 재앙을 어떻게 맞고 견디고 있을까? 가난과 고통과 아픔과 재난은 불신앙과 죄악과 패배주의적 사고의 결과라고 굳게 믿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과 이웃과 자신 주변 모두에게 일어난 믿을 수 없는 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평생 이루어온 모든 것을 물속에 남겨두고, 등에 진 옷가지만 겨우 챙겨서 피신한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슨 기도를 드릴 수 있을까?

쓰나미, 카트리나, 샌디 등 엄청난 자연재해가 올 때마다, 타종교, 동성애, 타문화 등 자신들과 다른 “그들에게” 책임을 지우며, 마치 하나님이 폭풍과 함께 오셔서 타락한 그들을 심판이라도 하신 것처럼 강변하던 근본주의자들은 이번에 뭐라고 할까?

나는 지금 피해를 입은 분들을 비판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착한 사람들과 믿음 좋은 사람들도 고통을 당할 수 있으며, 하나님은 폭풍과 함께 오시는 분이 아니라, 고통 당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함께 폭풍과 비바람을 맞고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라고, 그래서 위로를 얻고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신앙 가운데 회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위해 소위 “번영 복음”이라는 그럴싸한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 목회자들과 그 허망한 비 복음적, 반 복음적 가르침이 기독교인들이 일상의 삶에서 늘 겪고 있는 실존적인 고통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인생은 성공을 향한 경주가 아니고 신앙의 무대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경기장도 아니다. 성서가 말하는 달음질에서의 승리는, 나를 버리고, 죽이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살게 하시는, 어려운 걸음을 걷는 여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abscbnnews

이번 홍수를 악화시킨 이유에 대한 몇 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째, 지구적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고, 앞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런 재앙이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파리 기후 변화 협정”을 탈퇴했다. 둘째, 배수 시설이나 안전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대형 도시 개발업자들의 힘에 밀려 도시 계획에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셋째, 지난 샌디 이후, 국가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예산 삭감을 주도해온 세력들이 보수 공화당이라는 사실이다. 텍사스 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소속 정치가들도 이를 주도하거나 혹은 동조해 왔으나, 이제 워싱턴에 가서 손을 벌려야 할 처지가 됐다. 이들의 가장 큰 지지세력은 보수기독계다. 물론 번영복음을 포함해서다.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acts-of-faith/wp/2017/08/29/heres-why-people-hate-joel-osteen/?utm_term=.14b695280ddf

워싱턴포스트는 한술 더 떠서 오스틴 목사가 미국인들의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고까지 주장한다. 자신의 요트와 자가 비행기와 만면한 미소로 유명한 오스틴은, “당신의 최고의 삶(Your Best Life Now, 한국어 판은 "긍정의 힘"으로 번역 출판됨)”이라는 책의 저자라고 비웃는다. 사람들의 고난보다는 자신의 부와 명예에 더 신경을 쓰는 위선자라고 꾸짖기도 한다. 심지어 '오스틴 목사는 홍수난 지역을 자신의 요트를 타고 돌면서 “긍정의 힘”을 팔러다닐지도 모른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비아냥거림을 옮겨 적기도 했다.

ⓒCNN

반면에, CNN과 타임(Times)을 비롯한 언론들은 휴스톤에서 “메트리스 맥(Mattress Mack)"으로 유명한 짐 매킹베일(Jim McIngvale)이 자신의 가구점을 개방하여 60여명의 연방 구조요원들을 비롯한 400여명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구점으로 오라고 광고를 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 소유의 트럭과 기사들을 보내 직접 구조작업을 돕고 교통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매킹베일은 카트리나 때와 작년 홍수 때에도 같은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인터뷰에 응한 대피자 마리아 파크( Maria Parks)는 그곳은 단지 피신처 아니라 집처럼 편안하다고 밝혔다.

오스틴 목사와 매킹베일의 기사가 오버랩 되면서, 강한 교훈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교회가 사람들의 일상적 고통을 외면하고, 부와 권력과 명예에 집착하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되는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비단 번영복음 뿐만 아니라, 교회의 선포와 관심이,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실존적 문제를, (함께 고민함 없이) 초월적, 영적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개념들로만 풀어내려 한다면 속빈 강정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을 현혹하고, 헛된 꿈에 취하게 하고, 그래서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게 하는 마취 효과는 있겠지만, 정작 큰 어려움이 닥칠 때, 그 가운데서 하나님을 발견하거나,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진정한 위로와 도움과 메시지를 찾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재난 당한 사람들과 함께 하시길 기도하면서, 교회도 하나님의 도구로서의 책임을 함께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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