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서명 운동 변화의 필요성
교회 서명 운동 변화의 필요성
  • 박재익
  • 승인 2017.09.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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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성평등 조항 개정 반대 서명운동을 지켜보며
한국교회의 성평등 조항 개정 반대 운동

지난 8월, 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 원로목사님께서 자신의 설교 중 성도들에게 국회의원들에게 전화, 문자, 메일을 보내는 등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하셨다. 이는 내가 이 교회를 다닌 지난 10여 년 동안 처음 듣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정치 참여 발언이었다. 이례적인 강한 권유가 있은 다음주, 교회에서는 ‘성평등 조항 개정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이 상황을 마주하면서, 몇 년 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운동 당시의 기억도 났다. 서명운동은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표하는 사회 참여 행동 중 하나다. 교회 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이웃을 위해 사회 참여 활동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정치적 활동(정당 활동과 다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서명운동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회에서 행해지는 서명운동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교회의 서명 운동을 바라보며 몇 가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첫째는 참여의 폭과 주제다.

우리 교회가 소외된 사람들, 약자들,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이처럼 강력하게 전교인에게 정치 참여를 권한 적이 있었는가. 내 기억에는 없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노동법 개악,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살인사건, 지하철 구의역 비정규직 청년 사망사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등. 시간 순으로 대충 나열해도 이웃들이 고통을 겪었던 사건이 이렇게 많다. 이 중 하나라도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고통 받은 자와 약한 자의 편의 선 적이 있었는가. 내 기억에는 없다. 권력과 자본에 의한 악과 불의에는 항상 침묵했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교회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간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불편해할 수 있는 비슷한 계층의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문제에는, 침묵하는 교회가 동성애 관련 이슈에 적극적 참여를 가능케 해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죄는 내가 절대 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정감과 그리고 내부 결속력 강화를 위해 부추겨진 위기의식, 자극적인 말로 과장되고 날조된 정보에 기초한 불안감이다. 교회가 정의로운 사회와 강도 만난 사람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읽는 성서는 이런 부분을 더 많이 말하고 있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서명 운동에 참여하는 자세다.

교회의 서명운동은 주로 교회 지도층의 결정으로 시작되어 일반 성도들의 수동적 참여로 진행된다. 어떤 사안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찬반 의사 표시를 할 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지적, 감정적 동의일 것이다. 감정적 부분이야 여러 형태의 감정으로 충족된다고 할 수 있지만 지적인 동의를 위한 사전 지식의 취득은 부족해 보인다. 강단에서 말해지는 서명운동 참여 독려 이유와 프로파간다를 위해 만들어진 몇 분짜리 동영상으로 사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서명했다고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몇 년 전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 때도 차별금지법 전문을 정독한 후 서명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주 높은 확률로 법안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교회의 말만 듣고 서명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도 교회의 반지성주의를 드러내는 한 예라고 본다. 또한 일방적인 참여 독려와 이에 호응하는 모습은 서명운동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다. 개인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도자와 합리적 의심 없이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행해진 서명 운동이 일반사회에서 신뢰성 있는 자료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서명 운동을 주관하는 이들에 관한 문제다.

정치적 극우 성향과 근본주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일부 장로들은 반이슬람, 반동성애, 종북 프레임과 이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을 교회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려고 계속 시도해왔다. 이번의 서명운동도 교회의 자발적 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관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를 보면 단체의 대표나 기본적인 정보도 없으며 올해 7월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생각에는 동일한 인물들 또는 집단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름만 바꿔가며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같은 자료를 공유하며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주요 자금원은 아마도 보수적인 대형교회들과 교단들일 것이다(혹시 우리 교회에서도 이런 유령단체 같은 곳에 성도들의 헌금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 지 궁금하다.).

교회에 세워진 서명운동 독려문

이런 단체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영적 전쟁이며 투철한 기독교 신앙의 발휘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이들에게서 기독교의 정신과 예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주장이 거짓, 날조, 과장된 정보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권사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보면 출처불명의 온갖 허위사실들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전파된다. 성서는 사단을 거짓의 아비라고 했다. 또한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을 환대하시며 당대에 혐오 받고 배척당했던 이들을 먼저 찾으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신념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사이에서 아무 연관성을 찾지 못하겠다.

서명 운동이 있은 지 이미 한 달이 넘었다. 이제야 글을 마무리 한다. 이번 서명 운동에서 굳이 긍정적인 면을 찾는다면 사회적 성(性), gender 개념이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마저도 사회적 성을 말하며 사회 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는 법에 넣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고 무작정 서명하신 분들은 아예 보지도 못했을 것이므로 실질적 의미는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글쓴이 박재익은, 보수적인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평범한 교회 집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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