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복음과 정의의 분리는 가장 치명적 잘못"
톰 라이트, "복음과 정의의 분리는 가장 치명적 잘못"
  • 신기성
  • 승인 2017.10.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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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는 위튼 칼리지(Wheaton College)에서 강연을 한 후 학교 신문인 위튼 리코드(The Wheaton Record)와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의 내용은 편집장 에밀리 프롬크(Emily Fromke)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편집자 주 -

 

ⓒscientiachristi.wordpress.com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바울 전문가로서 성경에서 어느 부분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톰 라이트는 로마서라고 답했다. 그는 박사학위 때부터 시작해서, 지난 40년간 로마서를 연구해 왔으며 로마서는 단지 하나의 서신서가 아니라고 했다. 바울은 로마서에 다른 서신들보다 확실히 많은 더 정성을 들였고, 예술적으로 작성했다고 평한다.

라이트는 로마서를 교향곡의 4악장으로 비유했다. 네 악장 모두 필요하지만, 각 악장이 각각 다 완전하고 표현하는 바가 있으며, 또한 함께 연합하고, 서로 교차하는, 놀라운 예술 작품이라고 했다. 로마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학 서적 중 하나이고 장엄한 신학적 진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로마서에서 신학적 집중력과 풍부함과 힘을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수의 정체성

저서 “톰 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원제: Simply Gospel)”에서 그는 예수께서는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는 것처럼 자신이 하나님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들을 하도록 부름 받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는 뜻으로 라이트는 해석했다.

이 설명에 대해, 프롬크는 “하지만 만약에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셨다면, 그는 자신이 야훼(YHWH)라는 사실을 소명 적으로만 안 것이 아니라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는 것처럼” 아신 거라고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라이트는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구 문명의 사고방식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는 합리주의의 틀에 갇혀 있지만, 우리 삶에 이런 합리적인 체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을 받으며, 음악을 즐기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는 등, 합리주의의 틀 안에 다 넣을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라이트는 자신이 이런 종류의 지식을 탐구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서구 기독교는 예수께서 진실로 인간이 되신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처럼 나타난 것이라는 가현설(docetism)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수께서 실제로 인간 삶의 어려움들을 맞닥뜨리지 않고, 혹은 결코 어떤 문제도 붙들고 씨름하지 않은 채, 하나님을 전하기 위해 그저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신 분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라이트는 우리가 복음서를 통해서 알게 되는 예수는, 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밤 새워 기도하셨고, 또한 결국 체포당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시며 “다른 길은 없습니까?” 물으신 분이셨다. 기독교는, 종종 예수께서 자신의 소명을 놓고 씨름하셨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예수는 자신이 하나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고 한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시는 주님은 자신이 땀방울이 핏방울 되도록 기도하셨던 분이시다. 그래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 이해하시며, 한편으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분이시다.

 

복음과 정의의 분리

라이트는 요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 문제, 총기 사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으로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삶을 제시했다. 산상수훈의 말씀을 지키면 어떤 폭력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하나님이 언젠가 이 세상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가르친다. 예수 안에서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로 만드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결정적으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를 다시 살리시면서 이 계획을 시작하셨고, 우리는 예수의 부활과 궁극적 종말 사이의 삶을 살고 있다. 복음서의 말씀을 주의 깊에 읽으면, 이를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라이트의 확신이다. 우리는 결국 하나님께서 세상을 바로 잡으시려는 그 계획의 부분이 되기 위해, 먼저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다.

하나님은 세상을 바로 잡아서 현재의 삶을 고치실 것이며,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의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현세의 삶에서 의롭다 칭함 받는 기쁨으로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으며, 우리가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우리가 그 계획에 사용되어지는 도구라는 뜻이다. 우리는 산상수훈의 사람들이다.

라이트는 복음주의와 정의의 분리가 지난 200년간 서구 세계에서의 가장 치명적인 잘못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산상수훈의 말씀을 지금 여기에서 실천하며, 복음적 삶을 정의로운 삶과 연결시켜야 하는 소명이 있다. 정의와 분리된 복음은 가현설 만큼이다 본질을 벗어난 가르침이다.

 

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에 관한 질문에 라이트는,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북미에서는 대체로 천국과 지옥을 믿는 것이 기독교인이 되는 것과 거의 동일시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하지만 신약성서는 천국과 지옥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신약 성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이다. 그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사상은 그릇된 철학적, 우주론적 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예를 들면, 하늘은 위에 있고, 지옥은 저 아래 있으며, 이 세상은 그 중간 어디쯤 있을 거라는 생각이 성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성서가 말하는 것은 예수께서 다시 오셔서 그 분의 일을 완수하실 때까지, 그분께서 이 세상에서의 하늘을 보여주시고, 성령께서 그의 제자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하늘을 만들 수 있게 하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를 이 세상에서 취하셔서 하늘로 데리고 가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상에서 하늘의 법을 온전히 그리고 궁극적으로 실행하신다는 의미이다”라고 주장한다.

라이트는 중세 이후로, 카톨릭과 개신교 공히 하늘을 죽음 이후에 구원받은 영혼이 가는 곳으로 잘못 받아들였으며 이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린 죄수에게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하신 말씀이 있지만 낙원은 최종적 부활의 상태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삼일 만에 예수께서는 죽은 자들로부터 살아나셨고, 따라서 낙원은 중간 상태에 관해 얘기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서 읽기에 관한 서구 문화의 영향

라이트는 18세기의 향락주의(epicureanism)가 세상으로부터 하나님을 분리시켰다고 분석한다.

18세기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결코 세상일에 개입하지 않으시므로 이 세계는 스스로 돌아간다는 사상이 생겨났다. 이에 따른 쾌락주의적 그리스 철학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라이트는 이 과학적 사고의 발달이 분명히 다윈의 영향이지만, 다윈의 연구는 사실상 쾌락주의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상이 정치에도 영향을 미쳐서, 하나님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시며 정치는 민주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따라서 18세기의 정치 혁명은 과학 혁명과 관계가 있다. 동시에 사람들은 “예수가 진정 누구인가?”를 물음에, “아 그는 혁명가였어 그리고 그는 실패해서 죽었지”라는 회의주의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재등장해서 예수에 관한 긍정적인 면들을 주장했는데, 이들은 기독교를 변증하기 위해 성서로 돌아가는 대신에, 변형된 플라톤주의를 선택했다고 라이트는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세상을 위-아래 형태로 이해했고, 또한 쾌락주의가 팽배한 세상 속에서 플라톤 철학을 계승함으로써, 영혼이 하나님과 접촉한다고 이해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신약성서를, 우리가 죽으면 하늘에 간다는 식의, 플라톤의 개념들 안에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따라서 18세기의 분리주의를 벗어나려면, 즉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하늘나라와 세계가 결합된 실체가 존재하고, 하나님은 천국과 세상을 함께 영광스러운 곳으로 만드시려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라이트는 주장한다. 하나님 나라에 관한 한, 다음 생에 가게 될 천국과 지금 현재의 삶을 분리시켜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분이요 그 분의 도구인, 우리가 할 일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여기에 이루어지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나라는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나라(미 6:8)”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책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을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Surprised by Hope)”라고 소개했다. 이 책이 출판된 후 다른 모든 책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메일과 카드를 받았으며 심지어 사람들이 길거리에 서서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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