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은 사탄의 종교? 미국판 아무말 대잔치
가톨릭은 사탄의 종교? 미국판 아무말 대잔치
  • 마이클 오
  • 승인 2017.10.24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지지자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 가톨릭을 향해 망언을 퍼붓다
Robert Jeffress (유투브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한 복음주의 우파 목사가 가톨릭교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내뱉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남침례교 소속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는 지난 10월 8일 RWW (Right Wing Watch) 유투브 채널을 통해 가톨릭교는 ‘광신적인 이방 종교’ 라고 밝혔다. 그는 가톨릭교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바벨론의 신비주의 이교로써 사탄에 의해서 만들어진 교묘한 책략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발언을 들은 수많은 네티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유투브 동영상 댓글에는 ‘어릿광대’, ‘사탄은 바로 너 뒤에 있어!’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줄을 잇고 있으며, 가톨릭과 개신교  네티즌간에 감정적인 공방도 일어나고 있다. 다른 네티즌은 ‘가톨릭교에서 나온 개신교가 가톡릭교를 사탄의 종교라고 한다면, 그 자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며 제프리스 목사의 발언에 논리적인 모순을 꼬집기도 하였다. 

"Born Againism" (source: fortress press.com)

뉴스위크(newsweek.com)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발상은 기독교 우파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재출생주의 (Born-Againism)’의 영향에서 나온것이라고 한다. 책 ‘재출생주의’의 저자 에릭 그리쉬에 따르면, 이것은 근본주의적 세대주의와 은사주의 전통에서 뿌리쳐져 나온 것으로, 자연스럽게 복음주의자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넓리 유포된 발상이라고 한다. 이 발상의 특징은 두려움과 불안을 기저로 하는 폐쇄성과 배타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히 기독교 우파에게 인기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위크는 제프리스 목사의 이 공격적인 발언이 트럼프의 칭찬 이후에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제프리스 목사의 신간 ‘A Place Called Heaven: 10 Surprising Truths About Your Eternal Home.’에 대해 언급하면서, ’위대한 책이 드디어 출시 되었다… 로버트 제프리스 박사, 멋진 사람이다’라고 지켜세웠다. 제프리스 목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트럼프의 열열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으며, 트럼프도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러한 칭찬을 한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유착관계가 더욱 우파 기독교인들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극우 세력들의 인종차별적인 욕망이 공적인 영역으로 터져나오는 것도 같은 유형의 유착관계가 영향을 미친것으로 볼수 있다. 이러한 유착관계는 사회의 불안과 갈등을 조장하고, 반대파와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수 있다. 나아가 경계짓기, 차별과 배제 등의  반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인 기류를 형성하여 결국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퇴행하는 위험을 조장하게 된다.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탄핵정국의 홍역을 앓고 있을 당시, 민주주의 정신을 유린하고, 국민들을 억압하는 정권을 비호하는데 일부 우파 목회자들과 교회들의 역할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얼마전 이명박 정부의 대선 조작 댓글 부대 및 정치 공작 의혹에 있어서도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극우 기독교인들의 시위 (source:newsnjoy.co.kr)

이러한 기독교 우파들의 특징은 역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 포비아, 성차별과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성, 타 종교에 대한 차별적 태도 등 미국의 우파 기독교인들이 가지는 배타적이고도 폐쇄적인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각자가 위치한 신앙의 전통과 신학적 입장에 대해서 얼마든지 열린 대화와 토론을 할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배타적인 언어와 태도를 통하여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된다면,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공격이 권력의 비호와 유착관계 가운데 행하여 진다면, 이것은 더 이상 진리를 수호하거나 변호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비열한 패권투쟁이며 정치 행위라고 볼수 밖에 없다. 

정치 또한 신앙의 무대이자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정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거나 타인을 억압하는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될것이다. 오히려 신앙은 타락한 정치와 권력에 맞서 진정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나타내고 실현시키는 적극적인 의미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권력과 결탁하고, 타자를 억압하는 종교야말로 가장 저열한 형태의 반정치이자 민주주의 적이며, 하나님을 향한  도전이다. 기독교 신앙과 교회가 이러한 죄악의 길에서 벗어나, 온전한 진리의 빛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야 할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