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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은퇴 후 삶이다. 각종 연금을 드는 등 노년을 준비하지만 불안감은 점점 커 간다. 4월 5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018년 은퇴준비지수’ 보고서에서 올해 은퇴준비지수는 54.5점이라고 밝혔다. 25~74세 비(非)은퇴자 1953명을 조사해 발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준비지수는 2014년 57.2점에서 2016년 55.2점으로 하락했고,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타지에서 수십 년을 보낸 선교사들은 은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선교단체나 교단 총회에서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은퇴 후 연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많은 선교사들은 적은 후원금으로 사역하다 은퇴한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못한다. 후원 교회나 단체들도 선교사들이 귀국한 이후에는 후원금을 끊는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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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인 세계선교사지원재단(사무총장 김인선)과 동서 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대표 이대학)는 선교사 341명을 대상으로 은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58.2%가 ‘은퇴 이후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37.5%는 국민연금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다. 선교사 62.5%가 주거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54개국에서 10년 이상 사역한 현직 선교사들이다.
3월 5일 데일리굿뉴스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사역했던 A선교사는 5년 전 은퇴하였다. 은퇴 후 몇 차례의 심장 수술을 하고 일주일에 3번 투석해야 하지만 국내에 머물 집이 없어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브라질에서 사역하다 2년 전 은퇴한 B선교사의 형편도 다르지 않다. 선교지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위험을 넘겼지만, 은퇴 후에도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일정한 거주지가 없어 몇 차례 옮겨 다니다 친척의 도움으로 겨우 임대 아파트를 지원받아 이사를 앞두고 있다.
선교사들의 은퇴 후 삶은 선교사들만의 몫일까.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선교사 파송 국가다. 1990년대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경제가 성장하며 한국교회는 세계 각지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이제 세계 어느 곳이든 한국인 선교사가 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선교사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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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은 은퇴 선교사들을 위해 ‘생명의 빛 예수마을’을 건립 중이다. 오랫동안 헌신해 온 선교사들의 은퇴 후 거주를 돕겠다는 거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총 100가구를 지어 은퇴 선교사 약 200여 명이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남서울교회의 후원으로 2016년 생명의 빛 예배당을 먼저 건립했다. 선교사 거주 공간 36채가 내년 여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유권신 소장(밀알디아코니아연구소)은 ‘생명의 빛 예수마을’을 통해 선교사들이 자립하는 데까지 도우려 한다고 했다. ‘생명의 빛 예수마을’의 목적은 은퇴 선교사에게 단지 좋은 주거를 제공하는데 있지 않다. 선교사들이 은퇴하고 나서도 선교사로서의 소명과 자존(Dignity), 정체성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오랫동안 해외에서 사역한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가평군 일대는 물론 춘천, 홍천 등 근교에 있는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는 사역을 마련하려고 한다. 또 선교사들이 원한다면 장애인 도우미나 요양보호사 등 재가복지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는다. 후배 선교사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사역도 한다. 이는 선교사들의 안정된 생활 자립뿐 아니라 선교사로서의 자존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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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 예수마을’에는 작은 공원과 세계 선교 정보센터도 조성된다. 공원은 성경을 모티브로 한 조경 속에 개인 기도실, 단체 기도실 등을 마련해 은퇴선교사 뿐 아니라 누구든 찾아와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세계 선교 정보센터는 한국교회 선교사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함으로 선교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은퇴 선교사의 삶을 함께 책임질 미주 한인교회와 교인들을 손길을 기다린다. 정기적으로 월 1만 원(10달러) 이상을 후원을 하거나, 교회(혹은 개인) 차원에서 한 채 6000만 원(5만 달러)을 후원할 수 있다. 한 채를 짓도록 후원하면 교회가 추천하는 선교사가 우선 입주할 수 있다.
문의는 밀알복지재단(유권신 소장: 전화 070-7462-9087, 이메일 ksyou@miral.org, 미주연락사무소 917-648-1199)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