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아픔이 되게 하라
아픔이 아픔이 되게 하라
  • 미쉘김
  • 승인 2018.12.14 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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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여유없는 일정의 삶가운데 마음을 먹고 스페이스를 만들어 내 삶, 내 자신, 나의 여정을 돌아보고 나를 빚었던 장소,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과거 가운데서 나의 아픔의 근원은 무었이었는지, 나는 왜 그렇게 느꼈었고 생각하고 행동하었는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부족함, 두려움, 상실의 경험들을 프로세스하며 여름을 나니 유난히 더웠던 (이제 지구는 계속 더 더워지겠지만) 여름이 지나니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즌을 여는 마음이다.

상담을 통하여 많은 영혼들의 아픔을 만난다 그리고 느낀다. 내 자신안에 아픔이 그들의 아픔과 만나 같이 아파하고 또 같이 치유를 경험한다. 다른 이의 아픔을 대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아픔을 경감해주기를 원한다. (When we witness people with pain, we try to make them feel better) 특히 사랑하는 가족, 자녀, 친구, 믿음의 동역자들이 아픔을 겪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고통가운데서 구출 (rescue)하고 싶어한다. 문제의 요인을 찾아 조언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움을 제공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바뀌지 않고 계속 우울해 하고,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시도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볼 때 혹시나 내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으로 자식을 망치고 상처준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함과 또는 조바심으로 문제 해결에 집착하거나 또는 상처 자체를 부정한다.

하지만 사실 상처는 아픔은 아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누군가가 그 아픔을 알아주고 이해해 줄 때야 비로소 치유의 과정이 시작된다. 바꾸려고 고치려고 하는 접근이 아닌 열린,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내가 될때 비로소 아파하는 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된다. 나 자신 또한 상담가로서 내담자들의 상처를 공감하고 누구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공감한다는 것이, 상처를 있는 그대로 같이 지켜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해결하고 싶고, 답을 주고 싶고, 조언을 하고 싶고, 내담자의 속도보다 앞서 나가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성장과 치유를 가지고 올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그 분들의 프로세스를 그분들의 것으로 존중하며 기다리며, 그분들 중심으로 (그 대상이 아동이라 할지라도) 나는 한낫 그들의 여정을 같이 걸어가는 자일 뿐임을 기억하며 그분들의 아픔의 증인 (witness), 스토리의 경청자 (listener)가 되려고 한다. 그럴 때 상담자인 나또한 결과에 관한 부담감, 불안감에서 벗어나 자유함과 영혼의 안식함을 느끼고 내담자분들과 동행할 수 있다.

하나님은 아픔을 통해 우리를 만나신다. 우리의 상처를 알고 계시고 그 아픔의 증인과 경청자가 되어주신다. 또 그 과정에서 상담자라는, 심리학이라는 도구 (tool)를 사용하셔서 우리 삶에 치유와 인식의 변화를 주신다. 우리의 아픔을 부정하시거나 너가 약하고 부족해서 우울함, 불안감, 공포를 느끼는 것이라고 정죄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통하여 더 깊은 치유와 성장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이제 더 이상 아픔을 부정하지 않고, 아픔이 아픔이 될 수 있게 되는 변화가 우리 삶에 있기를 기도한다.

미쉘 김 가족치료 상담사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는 지난 10년간 아동, 트라마, 애도와 상실, 우울, 부부와 가족갈등을 다루고 있는 상담전문가이다. 현재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감성지수가 높은 아이로 키우는 부모교육과 아동상담에 전문성을 가지고, 파사디나에서 내담자들의 자유과 치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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