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는 총회 때 무슨 주제로 싸우나?
미국장로교는 총회 때 무슨 주제로 싸우나?
  • 김성회
  • 승인 2010.07.06 0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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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동성애 및 중동 분쟁 등 민감한 이슈 놓고 열띤 논쟁

한국 교회의 교단 총회는 '선거'와 '싸움'으로 요약된다. 감투를 위한 무차별적 금품 선거와 정치적 공세가 세속 정치판 못잖다. 교단의 중요한 현안과 신학적 과제를 다루는 총회가 정치적 이해 추구의 장으로 전락했다. 미국 교회는 어떨까.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주류 교단(mainline denomination) 중 하나인 미국장로교(PCUSA)의 교단 총회 현장을 찾았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처리해가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7월 2일부터 10일까지 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리는 총회 현장에 김성회 기자가 참석해 미국장로교의 총회 현장을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여느 총회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동성애의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2년 전 열린 218차 총회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목사 안수를 결의한 바 있는데, 총회를 통과한 안건은 각 노회로 다시 보내져서 각 노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채택된다. 지난 2008년 총회 이후 1년간 진행된 각 노회의 투표 결과 총회의 동성애자 목사 안수 건은 부결된 바 있다.

▲ 동성애 관련 사전 공청회 현장.

올해도 역시 동성애가 단연 뜨거운 감자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각 위원회의 활동에 앞서 사전 토론의 성격으로 열린 공청회에는 수많은 대의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참여하여 열띤 분위기를 보여줬다. 목회자의 자격 요건에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정절하게 살거나 독신으로 순결하게 살 것을 요구하는 조항의 삭제가 핵심 쟁점이다. 또한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에서 사회적 결합(Civil Union)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논의도 매우 뜨겁다.

하지만 올해는 동성애 이슈를 덮을만한 안건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조직 구성에 관한 건이다. 현재의 교단 헌법은 날이 갈수록 내용을 더해가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는 것이 안건의 핵심이다. 지난 2년간 교단 헌법의 간소화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헌법위원회의 검토가 있었는데 이번 총회를 통회 이것이 보고될 것이다.
 
교단 헌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최소화 하고 노회(Presbytery)가 자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으며 소수자와 여성의 보호를 위해 교단 자체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소수 의견서도 제출돼있다.

중동 관련 안건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

다른 하나는 중동 관련 안건이다. 기존의 총회는 국제 문제를 보통 하나의 위원회에서 다뤘으나 올해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다루는 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됐다. 또 다른 위원회는 하나님의 사람들(God's People)이라고 불리는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관계 설정에 관련한 건을 다루고 있다.
 

▲ 중동 평화만들기 관련 사전 공청회장의 대의원들과 방청객들.
팔·이 분쟁 위원회는 이스라엘이 중동 지방에서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들이 흑인을 탄압할 때 사용한 아파르헤이트와 같다는 선언을 보고서로 준비하고 있다. 유대인 공동체와 유대교는 이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귀추가 주목된다.
 
이 안건이 총회를 통과하는 것이 가지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미국장로교단 소속 1만 여 교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전달될 것이며 중동 문제와 관련한 미국 내 여론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관련 문제는 항상 "유대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라는 역공을 당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지난 30여 년간 이렇다 할 종교계의 대응은 없었다.
 
팔·이 분쟁위원회도 사전 공청회를 열고 참가자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이스라엘의 정책을 지지하는 소수 의견서도 제출 되어 있는 상태다.
 
7월 2일 저녁에는 “Shalom, Salaam, and Peace: One Hope, Two Peoples, Three Faith Traditions”(평화: 하나의 희망, 두 민족, 세 개의 믿음)이라는 주제의 저녁 만찬과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대교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이 함께 초대되어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한 제언이 잇따랐다.
 
이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신앙 고백인 벨하신앙고백을 미국장로교 신앙고백서에 추가할 것인지 여부와 대회의 존폐 여부, 총회장 선출 방식의 변화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총기 사용 규제, 사형제도 폐지 등 기타 논쟁적인 안건들
 
주요한 안건에 가려져 있지만 논쟁이 될 만한 안건도 많이 있다. 목회자의 의료 보험이 낙태에 대해서도 의료비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은퇴 자금을 수령하는 배우자가 동성결혼을 유지하는 경우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임시 부목사와 관련된 안건도 올라왔는데, 현재 교단 헌법은 임시 부목사가 그 교회에 부목사로 남는 것을 금하고 있다. 임시 부목사가 영구 부목사로 남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임시 담임목사의 경우는 이에 관련이 없다.
 
총회에 안건이 올라오는 방식에 대해서도 안건이 올라와 있다. 현재는 대의원들이 안건을 상정할 수 있으며 개교회는 노회와 대회를 통해야만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데 안건 상정 방식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개정안이 올라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정의위원회도 별도로 2개가 구성됐는데, 그 안에서 다루어질 안건도 매우 다양하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회정의위원회 A과는 신용카드의 연간 이자 수수율 제한에 관한 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지대에서 행해지는 여성과 아동에 대한 학대 보고서, 공공 교육 강화와 관련한 건 등이 올라와 있다. 사회정의위원회 B과의 경우는 해안가 습지 보존을 위한 예산 배정 건, 인권 관련 건, 총기 사용 규제 건, 사형제도 폐지 건, 21세기 교회가 가야할 방향에 관한 보고서 등이 있다.

2010년 미국장로교 총회에 제출 된 안건만 300여 건이며, 해당 자료는 1,400페이지에 달한다. 친환경적 총회 진행을 위해 별도의 안건지는 배포되지 않고, 모든 대의원들은 자신의 컴퓨터를 가져오거나 총회에서 배정하는 컴퓨터를 가지게 된다. 총회가 시작되면 네트워크를 통해 다루고 있는 안건이 자동으로 컴퓨터에 제시되는 시스템을 갖춰놓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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