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성수 안해도 된다”
“주일성수 안해도 된다”
  • 양재영
  • 승인 2019.02.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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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공회 400여년된 주일성수규정 폐지
서유럽, 주일성수와 성경의 절대성 따르지 않아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성당(사진:Getty 이미지)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성당(사진:Getty 이미지)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를 보는 것을 의무화한 영국 성공회의 400여년 된 규정이 폐지됐다. 

영국성공회는 1603년에 모든 교회의 신부들에게 일요일 아침과 저녁에 신자들을 위해 예배볼 것을 의무화한 교회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22일(금) 성공회는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승인했다.

이러한 변화는 교인수의 급격한 감소와 이로인해 신부들이 여러 교회를 담당해야 하는 부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성공회의 이번 결정은 서유럽 교회들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유럽은 여전히 기독교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인들의 70% 이상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대답했고, 포르투갈,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인들은 80% 이상이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봤다.

교회의 위기는 기독교 안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절대다수는 주일성수를 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기독교인들의 경우 소위 ‘가나안교인’(55%)이 주일성수 교인(18%)의 세배에 달했다. ‘가나안교인’의 비율은 비종교인의 비율(16%) 역시 압도하고 있다.

또한, 주일성수 교인들은 ‘성경의 하나님을 믿는다’고 밝힌 반면, 가나안교인들은 ‘성경의 하나님보다는 초월적이고 영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성공회의 이번 조치나 퓨리서치의 조사는 서유럽 기독교인들은 교회로부터 급속도로 독립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일상의 삶의 틀은 성경이 아닌 성소수자, 낙태, 난민 등의 정치·경제적 담론이나 과학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다수의 서유럽인들은 기독교인의 정체성과 주일성수를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지 않고 있다. 또한, 교회의 위기는 기독교 밖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그 안에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기독교에도 가나안교인이 200만에 달한다. 주일성수를 통해 교세 지키기에 급급하지 말고, 진정한 기독교의 가치를 세우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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