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세대교체, 재앙인가 기회인가?
목회자 세대교체, 재앙인가 기회인가?
  • Michael Oh
  • 승인 2019.08.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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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 연구소, 리더십 교체 연구 결과 발표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목회자 교체, 철저한 준비와 계획 없이는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교회 여론 조사 및 연구기관 [바나연구소(Barna Group)]가 지난 8월 6일 교회의 리더십 교체에 관한 연구 결과 “계획된 목회자 교체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Planned Pastoral Transitions Lead to Better Outcomes)”를 발표하면서 전한 메시지다.

미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주 한인 교회에도 목회자 교체는 때로 교회의 근간을 흔들 만큼 위험한 문제로 다가온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목회자 교체 과정으로 인하여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거나 끊임없는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바나 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교체, 떠나는 목회자의 몫?

62%의 교회는 전임 목회자의 결정으로 교체 과정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교체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미리 준비하는 교회는 17%에 불과했다. 한편 이런 상황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다가 갑작스러운 변화로 목회자 교체에 뛰어드는 교회도 13%를 차지한다. 주로 기존 목회자의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죽음 또는 중대한 사건 사고로 인한 경우다.

바나연구소
바나연구소

교체 이후 전임 목회자의 행보

한국과 미주 한인 교회에서 교체 이후 전임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미국 교회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임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기보다는 담임으로서의 권위와 위치를 내려놓고 교회를 계속 섬기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담임 목사직에서 협동 목사나 교육 목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15%, 아예 평신도 사역자로 남아 교사 등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20%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체 이후 전임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는 비율은 56%로 여전히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전임 목회자의 행보는 교체 준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목회자 교체 준비가 미리 계획되지 않았을 경우, 전임 목회자 61%가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충분한 계획과 준비가 이루어진 교회에서는 과반수(52%)가 계속 교회를 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되지 않은 교체는 목회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 없는 목회자 교체의 위험성

제대로 된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은 목회자 교체는 다양한 영역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기존 교회는 교체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상처로 인해 더욱 심각한 분쟁의 불씨를 떠안을 수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떠나는 목회자도 다른 교회로 부임할 때(34%), 부정적인 기억과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감으로써 목회에 상당한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후임 목회자의 적응 과정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과반수(51%)의 목회자는 부임한 교회가 목회자 교체 과정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다. 이런 교회에 부임한 목회자 중 12%는 부임 및 적응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위기가 있었으며, 21%는 쉽지 않은 장애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계획된 리더십 교체, 긍정적 결과로 이어져

반대로 미리 계획된 목회자 교체는 기존의 리더십과 일반 교인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복잡한 목회자 청빙 과정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감정 소모와 리더십 공백에 대해서도 더욱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다.

충분한 사전 논의와 준비는 목회자 청빙 기간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런 교회의 73%가 1년 안에 청빙을 마무리 짓는다고 한다. 이중 3개월 안에 모든 절차를 끝내는 교회도 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일반 교인도 함께 참여하게 될 때는 긍정적인 효과가 배가된다. 다수가 함께 목회자 교체 과정을 결정했을 때, 청빙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81%까지 올라간다. 한편 이런 참여가 부족했던 교회는 61%가량의 교인이 긍정과 부정이 섞인 반응을 보이며, 이중 53%가 청빙 결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바나 연구소)
(바나 연구소)

데이비드 킨너먼 바나 그룹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하였다.

“성공적인 리더십 교체는 신중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계획된 이별은 부드럽게 진행되는 반면, 갑작스럽거나 강제된 퇴임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일으킨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조사 결과 겨우 절반 정도의 교회만이 미리 계획하여 리더십 교체를 하며, 이 계획들도 대개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보다 많은 교회가 충분한 시간과 다수가 참여하는 리더십 교체 과정을 준비하기 바란다.”

한국 교회의 리더십 교체

바나 연구소의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및 미주 한인 교회도 귀 기울여 들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교회에서 리더십 교체로 인해 분쟁을 겪거나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과 준비로 목회자 청빙을 해야 한다는 바나 연구소의 충고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목회자 은퇴 후 다른 모습으로 교회를 섬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 목회자의 그림자가 여전히 교회에 드리워져 있을 때 생기는 다양한 결과를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원로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 간의 갈등으로 인해 교회가 깨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교회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로마서 8장 17절]도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의 갈등을 중심된 소재로 삼고 있다. 한 교회에 공존하는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의 권력과 이를 둘러싼 암투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내용이다.

은퇴를 7개월 앞두고 과감히 교회를 떠난 이재철 목사에게 향하는 찬사도 이러한 한국 교회의 상황을 방증한다. 또한 오죽하면 자신의 고별 설교에서 “여러분은 이재철을 버리시되,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버리셔야 한다”고 설교했을까?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목회자도 결국 후임 목회자에게는 짐이 될 뿐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은퇴 설교하는 이재철 목사 (CBS 유투브 캡처)
은퇴 설교하는 이재철 목사 (CBS 유투브 캡처)

목회자와 교회 모두에게 리더십 교체는 어려운 숙제이다. 모두가 교회를 사랑하고 그만큼 열심히 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아쉽다고 피하거나 미룬다면 더욱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교회를 사랑하는 만큼 또 목회자를 사랑하는 만큼 더욱더 철저하고도 충분한 준비를 하여 목회자 교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어려운 숙제를 잘해 나간다면 한국 및 미주 한인 교회의 장래는 그만큼 밝을 것이다. 단지 한 세대에만 빛나는 교회가 아니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건강해지는 교회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https://www.barna.com/research/pastoral-transitions/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317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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