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가나안’ 교회
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가나안’ 교회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10.02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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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강태우 기자] [뉴스앤조이]에 ‘가나안 성도 모임 초청장’이란 제목의 광고가 게시되었다. 초대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가나안 성도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상처받고 어느 날부터 교회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주일예배는 드려야 한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말씀과 기도가 필요해서 혹은 호기심으로 참석해도 환영합니다. 그리스도의 향기, 예수의 편지라는 구호는 요란한데 행함은 없는 현실, 사랑의 공동체라는 교회가 세월호 앞에서는 어찌 이렇게 동정심도 눈물도 없는지, 하나님이 예배의 대상이 아니라 돈이 신이 된 욕망의 한국교회, 그래서 교회가 가기 싫어진 가나안 성도들을 초청합니다.”

가나안 성도는 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교회를 ‘안 나가’는 기독교인이라는 표현에서 ‘안 나가’를 거꾸로 칭해서 ‘가나안’ 성도라고 부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10%였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100만 명에 달한다. 몇 해 뒤, 한목협의 ‘2017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0명의 기독교인 가운데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23.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가나안 성도가 두 배 증가하여 가나안 성도 200만 시대라고 한다. 예장통합의 2018년 말 교세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인 수는 255만 4,227명으로, 2017년에 비해 7만 3,469명이 감소했다. 최근 2년간 무려 교인 17만 6,673명이 줄어들었다. (2019년 8월 17일 [한국기독공보])

가나안 성도 모임을 인도하는 박원홍 목사
가나안 성도 모임을 인도하는 박원홍 목사

가나안 성도 모임을 인도하는 박원홍 목사(서문교회 담임)와 성도를 만나 그들의 고민과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초대장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하여 박 목사에게 가나안 성도 모임 취재를 요청했다. 반가워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우려를 표했다. 박 목사는 "과거에 몇 차례 목회자가 모임에 참석했는데 토론 시간에 오히려 가나안 성도에게 말로 상처 주는 일이 있었다. 또 기자가 와서 사진을 찍으며 취재하는 것도 성도가 불편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 예배에 참석하려면 먼저 이분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기자는 예배 전 박 목사를 만나기 위해 주일 저녁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모임 장소를 방문했다. 역사책만 있는 도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가나안 성도 모임 장소인 '꿈의숲작은도서관'에서 3년 동안의 가나안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목사는 가나안 성도 모임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뉴스앤조이, 복음과상황, 청어람, 기윤실, CBS,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의 강좌나 모임에서 가나안 성도를 만났다. 쉬는 분, 노는 분, 거부감을 가진 분, 교회에 대해 분노하는 분이 많음을 보았다. 목사로서 마음이 안타까워서 그분들을 어떻게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주일에 예배를 드리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함께 고민하고 같이 기도하고 싶어서 3년 전인 2017년에 모임을 시작했다"고 했다.

모임은 주일 저녁 6시에 식사 교제로 시작한다. 식사 후 6시 30분에 예배를 한다. 예배 시간이 30~40분 안에 끝나도록 짧다. 설교도 10분 전후로 짧다. 예배 시간이나 설교가 긴 것이 불만인 성도를 배려했다.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예배 후에 ‘설교 이어가기’란 시간이다. 그날 설교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이 시간에 자유롭게 질문하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한다. 설교에 대하여 성도 각자가 생각하는 다른 해석을 말한다. 성도도 설교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로를 위한 기도 시간을 갖는다. 한국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각자의 삶의 어려움에 대하여 솔직하게 함께 나누고 진실하게 기도한다.”

3년 동안 가나안 모임을 하며 처음 예상과 다른 점이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가나안 성도는 뭔가 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갈급함은 있는데 정작 본인이 나서서 바꾸려는 개인적 동력은 약하다. 최근 한국교회에 가나안 성도 100만, 200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하여 실망과 문제의식이 있는 만큼 변화와 갱신에 대한 열정이 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난 가나안 성도 중에는 신앙 등 여러 면에서 오히려 연약한 분도 많았다”고 했다.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가 재정이다. 모임에 나온 성도의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헌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담임하는 모교회의 재정 지원을 일부 받고 있다. 가나안 성도는 교회에서 받은 상처로 사랑과 위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내 말을 많이 하기보다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아쉬운 점은 몇 년 동안 꾸준히 광고했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가나안 성도는 많지 않았다. 한 번 교회에 대해 실망하고 떠난 분들이 새로운 만남이나 새로운 교회를 찾는 데에 열정을 가진 것은 아닌 듯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에 광고하는 가나안 성도 초대장
[뉴스앤조이]에 광고하는 가나안 성도 초대장

가나안 성도 모임의 일원으로 박 목사를 초기부터 돕는 김성기 장로는 “교회와 목회자들에 실망하여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이 100만, 200만이란 소리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도하던 중에 [뉴스앤조이]에 실린 가나안 성도 모임 광고를 보고 참석하게 되었다. 참된 교회를 찾는 뜨거운 열정의 가나안 성도가 많이 모일 것이라고 처음에 기대했다. 하지만 가나안 성도 모임을 언론에 홍보했으나 관심 갖고 찾아오는 성도는 적다”고 말했다.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는 2018년 온라인으로 826명의 가나안성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응답을 얻었다. 조사 대상은 ‘1년에 2회 이하 교회 출석자와 교회 불출석자’들이었다. 교회를 떠난 후의 예배 경험을 묻는 질문에 ‘교회를 이탈한 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69.1%), ‘교회 이탈 후 드린 교회 예배는 비정기적이었다’(80.2%), ‘교회 이탈 후 기독교 TV로 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79.8%), ‘교회 이탈 후 온라인/모바일로 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79.6%), ‘교회 이탈 후 다른 가나안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린 적이 없다’(77.1%)로 응답했다. ‘향후 가나안 성도의 모임이 있으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6.5%가 ‘없다’고 대답했다. ‘모임에 참석할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얽매이기 싫어서’(58.3%)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교회 이탈 후 자신의 신앙이 더 확실해졌다’(3.5%)고 응답한 가나안 성도는 소수였다.

김 장로는 “가나안 성도는 교회에서 받은 실망과 상처가 커서 불평, 불만이 많고 불신이 깊다. 모임에 나와도 처음에는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의 병, 육신의 병으로 힘들어하던 성도가 모임을 통해 위로받고 회복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기쁨과 보람이다”고 했다.

“가나안 성도의 불만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박 목사는 “구체적으로 제일 많이 상처받은 것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교회의 반응이었다. 한국교회가 많은 어린 학생의 희생에 대한 동정이나 자비심은 고사하고 무관심과 정치적으로 왜곡하여 해석하는 것에 대해 실망하고 교회를 떠난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목사의 설교를 듣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특별히 동의 안 되는 내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듣고 질문도 못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말했다”라고 했다.

2018년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가나안 성도를 대상으로 ‘출석했던 교회에 대해 가졌던 인식’을 물었는데 ‘신앙에 대해 어떤 질문이든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42.5%), ‘개인의 신앙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66.9%), ‘목회자가 권위주의적이다’(53.6%)고 응답한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박 목사는 “가나안 성도들은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칭찬받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공개하길 원한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따뜻하고 끈끈한 관계를 원한다. 공동체의 관심과 사랑과 돌봄을 필요로 한다. 여러 기독교 단체들이 가나안 성도에게 관심 갖고 다양한 행사도 열어주어 감사하다. 그런데 관심이 피상적이고 도움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좀 더 유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가나안 성도와의 만남과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단체나 기독교방송에서 건강한 가나안 성도 모임을 많이 소개해주고 가나안 성도를 우리 같은 모임에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장로는 “한국교회가 가나안 성도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주길 바란다. 말로만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 큰일이라고 걱정하며 정작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고민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기존 교회와 목사에게 실망하여,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이 신앙을 떠나지 않고 건강하게 회복하여 교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와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가나안 성도들의 신앙의 회복을 위해 늘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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