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교로 명예훼손 고발당한 사례 봤더니
[기자수첩] 설교로 명예훼손 고발당한 사례 봤더니
  • 진민용 기자
  • 승인 2019.12.1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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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로 살펴본 목사의 설교에 대한 법적 판단 사례를 살펴 봤습니다
법원 로고에 십자가 이미지 합성
법원 로고에 십자가 이미지 합성

최근 명성교회 일명 '부자세습', 여기서 명성교회는 이 단어를 '계승'으로 불러주기를 바라지만, 이미 이 용어는 사회적 통상의 언어로 불려지고, 또 언론사가 명성교회 측 요구대로 '계승'으로 불러준다면 그것 또한 언론사가 '명성교회는 세습이 아닌 계승이 맞다' 는 편을 들어줌으로써 오히려 '세습' 이라고 지적하는 수 많은 교회와 단체로부터 '기레기' 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명성교회는 이 점 널리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이번 고발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목사의 설교가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한 다른 사례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대법원 사이트에 접속해 그 자료에 있는 모든 판례들을 다 찾아봤습니다.  대법원에 올라온 목사와 관련된 사건 사고는 400건 가까운 판례가 있었지만, 그 중 '설교'와 '명예훼손' 관련 자료만 찾았습니다. 

물론 대법원 사례들만 찾은 것이므로, 1심과 2심에서 끝난 사례들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일단 대법원에서 검색된 목사와 관련된 명예훼손 사례 중 이번 명성교회가 연동교회 목사를 고발한 것과 유사한 사례 즉, 목사가 교회 예배시간 강단에서 했던 설교에 한정하고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알기 쉽게 사건을 재구성 하기위해 이야기 식으로 풀었습니다. 

1. 사례 하나 

지난 2005년 경기도의 모 신학대학 채플시간에 신학생들을 상대로 설교를 했던 A 목사는 설교 도중, 당시 이단으로 의심 받던 한 다른 B 목사를 지칭하면서 "그는 이단 중에 이단입니다. 그는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 설교를 들은 B 목사의 측근이 이를 알렸고 B 목사는 그를 '허위의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으로 고발했지만, 2심 까지 '무죄'를 받아 대법원에 상고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형법 제307조 제2항을 적용하기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판결문은 이어 

"기록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인이 행한 위 설교의 전체적인 취지 및 설교의 내용 중에 위 ‘피가름’의 의미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어 피고인이 기존 기독교계의 주류적인 입장과 같이 위 ‘피가름’의 의미를 다의적인 것으로 이해하여 설교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설교에서, 고소인의 주장과 같이, 마치 고소인이 위 ‘피가름’의 교리에 의해 혼음의 교리를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참조)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2. 사례 둘 

두 번째 사례는 1991년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 A 씨가 설교시간에, 같은 교회 부목사인 B 씨를 거론하며 "B 가 가르치는 교리는 이단성이 있고, A 씨 자신이 직접 B 에게 성경을  배웠던 C 를 만나서 "B 의 가르침은 문제가 많다"고 하자 C 씨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고 답했다는 이유로 설교시간에 "C 에게 확인한 결과 B 가 달라졌다는 것은 B 씨가 그동안 이단적 교리를 가르쳤다는 증거"라고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B 씨가 A 목사를 고발한 사건입니다. 

2심에서 A 목사는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판단하기에 A 씨의 설교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이 맞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입니다. 

당시 판결문에는 "당초 공소제기된 공소사실과 변경허가신청된 공소사실은 모두 피고인이 같은 일시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청중들 앞에서 한 연설중에 같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고(원심은 위 각 공소사실의 피해자가 다르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변경허가신청된 공소사실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하였다는 것이어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시는 잘못이라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공소외인(교회 목사)과 동인을 지지하는 피해자(같은 교회 부목사)등이 이단교리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로 이들과 다툼이 있어 왔는데, 위 각 공소사실에서 적시된 바는 모두 피해자의 이단성에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각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각 공소사실이 동일성이 없는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950 판결)

3. 사례 셋 

지난 2000년 한 종교단체의 교주(?)가 사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사실을 그 단체 교인들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평소 이 단체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하던 A 목사가 그 사실(교주의 죽음을 추종자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죽음을 알리는 과정에서 일부 허위사실이 있었습니다. 

A 목사는 수 차례 설교시간에 "00종교단체 교주는 식당에서 냉면을 먹다가 중풍을 맞아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단체를 가리켜 '냉면급체교' 라고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판결문에는 2심에서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안 나오지만, 주문 내용에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 는 내용으로 보아 원심은 무죄를 선고 했지만, 대법원은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람들이 피해단체를 ‘냉면급체교’라 한다는 피고인의 발언은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공소외 1이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단순히 피해단체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평가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공소외 1이 식당에서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풍으로 죽었다’는 취지의 발언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로서, 피해단체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는 공소외 1의 죽음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비하하는 것인바, 이는 피해단체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것임에도, 이를 무죄로 판시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고 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12. 10. 18. 선고 2012노566 판결)
 
4. 결론, "비판은 두루뭉술하게, 칭찬은 얼마든지" 

이번 고발사건을 보면서 명성교회의 소위 '세습'을 비판하는 목사님들이 많았을 텐데, 그 수위가 높기도 하고 낮기도 했을 겁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의 적용에 있어서 '사실 적시' 를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아니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땅 투기나 하고 그렇게 돈 욕심이 많아서야 되겠습니까" 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00교회 목사님 있잖아요. 그 분이 글쎄 00부동산에 들어가는 걸 봤어요. 가서 뭐했겠어요. 요즘 핫한 00 재개발 거기 투기해서 한 몫 잡으려는거잖아요" 라고 하면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목사님들의 설교는 교인들에게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힘이, 때로는 신호등이나 표지판이 됩니다. 방향을 잃어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의 사례를 통해 길을 안내해야 하고, 세상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교인들에게는 목사의 칭찬 한 마디는 그 어떤 것 보다 큰 힘이 됩니다. 설교가 때로는 세상의 불의에 항거하면서 용기를 내도록 권면하기도 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의 판단과 법을 너무 두려워 하지말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설교해 달라고 감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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