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레이스'를 펼치는 목사님들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는 목사님들
  • 양재영
  • 승인 2020.02.2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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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근거리 개척'이 근시안적 사고인 이유

“돈이 있는 곳에 유대인이 있다"는 말이 상징하듯 유대인은 돈을 버는 것에 있어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유대인들이 상품 판매에 있어 하수로 보는 방법 중 하나가 ‘박리다매'(薄利多賣)이다. 유대인들은 박리다매식 판매는 결국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상품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고 봤다. 특히, 동일 지역에 동일 업종들이 몰리게 되면 결국 모두를 ‘죽음의 레이스'로 내몰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탈무드에서 마크 저커버그까지>(김욱 저/ 더숲) 참조)

최근 휴스턴지역의 한인교회들의 근거리개척과 관련한 취재를 진행했다. 대략 15,000명의 한인들이 모여 사는 휴스턴 지역에 45개의 한인교회들이 난립해 있다. 그리고 그중 20%에 가까운 교회들이 담임 또는 부목사로 사역하던 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인근에 개척한 것으로 밝혀졌다.

휴스턴지역에는 조엘 오스틴이라는 미국 최고 부흥사가 이끄는 레익우드교회(Lakewood Church, 출석교인 45,000명)나 에드 영 박사가 이끄는 세컨 뱁티스트(Second Baptist, 출석교인 20,000명)교회 등 잘 알려진 미국 대형교회들이 있다. 그리고, 한인교회에 염증을 느낀 다수의 젊은 한인들이 이곳에 출석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몇년전 한국에 유행했던 가나안 교인들은 이곳 미주지역에도 해가 갈 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휴스턴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의 교인들, 그것도 대부분 젊은층이 빠진 노회한 장년층이 중심이 된 교회를 이끌고 있다. 각 교회들은 한명의 교인이라도 더 끌어모으거나 잃지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그 와중에 교회가 유지해야할 기본적 가치와 소명은 생존이라는 명목때문에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규모가 좀 되는 교회는 담임이나 부교역자 가릴 것 없이 근거리 개척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담임목사와 결별하기로 결정하면 교회는 근거리개척과 관련한 합의를 맺는데,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모양이다. 부교역자를 청빙할 때 담임목사는 ‘우리 교인들을 빼내어갈 놈인가?’를 먼저 본다는 우스개 소리나, 아예 사역자를 안수받지 않은 전도사들만 뽑는다는 이야기들은 이러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교회가 ‘경쟁’이라는 구도에만 매몰되면서 추구해야할 가치의 질적 저하는 눈에 보듯 뻔하다.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미슐랭급은 아니더라도 기본은 해야 하는데, 어느듯 패스트푸드보다 못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민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감당해왔던 교회가 이젠 노년층의 추억팔이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근거리 개척이라는 사안을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각이다. 지역의 한 목사는 “이곳 사람들은 근거리 개척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교인들도 전혀 문제시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다른 목사는 “근거리개척은 우리들의 생존을 위한 방법이니 쉽게 정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숲 안에 있으면 숲을 보지 못하는 법이다. 근거리개척은 단지 사회적 통념에 반한다는 지적을 넘어 그 안에서 활동하는 모두를 ‘죽음의 레이스'로 몰고가 공멸할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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