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은 현재를, 지금을, 오늘을 향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은 현재를, 지금을, 오늘을 향하고 있다”
  • 뉴스M 편집부
  • 승인 2020.05.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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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제럴드 싯처, 하나님의 뜻, 성서 유니온, 2020년
유튜브 [오늘의 신학공부]를 운영하고 있는 장민혁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유튜브채널캡처)
유튜브 [오늘의 신학공부]를 운영하고 있는 장민혁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유튜브채널캡처)

[유튜브채널'오늘의신학공부'=장민혁]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한다. 당장 이 서평을 쓰는 것은 하나님의 뜻일까? 장난스러운 질문이지만, 현실은 보다 심각하다. 진로, 취업, 결혼 등 인생의 크고 작은 기로에서 우리는 늘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일지를 초조하게 살핀다. 혹여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 싶은 불안감 때문이다. 궤도를 이탈해 우주를 방황하는 인공위성처럼, 우리의 인생도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하나님이 정하신 길을 벗어나 수렁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에 조금이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들은 제럴드 L. 싯처의 책에 눈길이 갈 것이다. 제목부터 [하나님의 뜻]인 이 책이,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 말이다. 필자 역시 같은 마음에 이 책을 펼쳐 든 것인데, 뜻밖에도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하나님에 뜻에 대한 “전통적 접근”의 기저에 놓인 질문이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지혜롭게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제럴드 L 싯처'의 '하나님의 뜻' (사진=책표지)
'제럴드 L 싯처'의 '하나님의 뜻' (사진=책표지)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이 맞는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우리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궁금해하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일 뿐이다. 이 질문에는 보장된 미래를 통해 현실의 불안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기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더 이상 믿지 않아도 될 만큼만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p.33) 고상한 단어 뒤에 감춰진 하나님 없는 종교성을 고발하며, 저자는 우리의 관심을 자신에게서 하나님께로 돌릴 것을 당부한다.

하나님을 향해 관심을 돌린다는 것은 곧 성서 본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을 의미한다. 싯처가 성경을 주의 깊게 살피며 발견한 것은, 성경이 ‘미래’에 초점을 맞춰 하나님의 뜻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분의 뜻은 늘 현재를, 지금을, 오늘을 향하고 있다. 내일의 일을 염려하기보다는 오늘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를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나님의 뜻은 “지금 내가 있는 바로 이곳에서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신통한 ‘노하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말일 수 있다. 그러나 싯처의 대안은 우리에게 놀라운 자유를 선물한다. 우리의 우선순위가 하나님 나라를 향하고 있다면,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사랑이 그 동기라면 우리의 어떠한 선택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선을 이루게 될 것이다. 순종 안에서 누리는 자유야말로 하나님 보시기에 그토록 좋았던 창조세계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은 저자의 눈물과 고민이 담긴 저작,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정연한 논증을, 하나님의 뜻에 항변하는 이들에게는 따듯한 위로를 선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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