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를 상실한 공권력의 말로(末路)
권위를 상실한 공권력의 말로(末路)
  • Young S. Kwon
  • 승인 2020.05.29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영석 목사 칼럼
권영석 목사 (전 학복협 상임 대표)
권영석 목사 (전 학복협 상임 대표)

최근 불거진 윤미향 당선자를 둘러싼 정의기억연대의 비리 논란과 한만호 씨 비망록의 재발견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비리 논란, 그리고 얼마 전 채널 A의 유시민 씨 죽이기 음모론은 작년 하반기에 시작하여 아직도 끝나지 않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및 펀드 비리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팩트가 확인되기도 전에 정죄/기소부터 하고 보거나 심지어 없는 팩트를 지어내어서 재판에 회부하여 생매장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대명천지에서 그것도 공권력의 이름을 빙자하여 자행함으로써 아무도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불가역적(不可逆的) 팩트나 되는 것처럼 조작해 내고 있으니, 이런 잔인하고 야만적인 일은 우리 사회 전체를 파괴와 퇴보로 이끌고 말 것입니다. 검찰권이든 사법권이든, 언론권이든 군사력이든 대기업이든 힘을 가진 자들은 언제나 이런 조종과 조작(manipulation)으로 사익이나 사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유혹에 취약하다 하겠습니다. 

그런 직책이나 힘 자체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그 힘을 가지고 사용하는 인간이 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흉악한" 뉴스를 소비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현대인들도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도 이런 뉴스들을 마치 진실된 정보나 심지어 특종처럼 생산해 내는 이들은 대체 뭐 하는 집단인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인 줄 알고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알고 그런다면 악한 것이오, 모르고 그런다 해도 악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진실만을 보도하겠다'고 하는 사명을 권위로 내세우며 알지도 못하는 모르는 것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포장한다면 이 역시 악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신도 속아서 그런 것이라면 진실이 드러났을 때는 적어도 정중히 사과하고 보상해야 할 것이며, 속은 자신이나 속인 친구를 향해서는 분노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하긴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광주 항쟁의 진실을 은폐 조작하여 쿠데타의 정당성/불가피성을 확보하려 했던 제5공화국이 모든 공권력과 언론을 다 동원하여 국민의 귀와 입을 틀어막으려 했던 것이 아마도 대표적인 전범(典範)이었다 하겠습니다. 그 후로도 아직 그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은 세월호 사건과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들이 쏟아내던 가짜 뉴스와 은폐, 왜곡, 조작의 모양새는 일관성 있게 반복되어 오면서 우리 사회는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퇴보 내지 답습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아까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더욱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결국 일제 식민지하에서 극단적인 군국주의 권력에 빌붙어서 잘못된 힘의 논리를 뼛속 깊이 학습하였던 박정희 소장이 5·16쿠데타로 입문하여 10월 유신으로 완성하려 했던 유신 독재가 아마도 그 뿌리에 해당할 것입니다. 당시에도 3권을 비롯하여 경찰과 군대 등의 안보 체제가 그럴듯하게 구색은 갖추고 있었지만, 중앙정보부를 핵으로 하여 모든 권력 기관이 하나 같이 박정희 도당을 위해 철저히 사유화됨으로 가히 조폭 권력으로 둔갑하고 온 나라가 공안 폭력에 놀아나던 시절이었으니, 국가가 있었지만 국민의 국가도 아니었고, 정부가 있었지만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었으며, 삼권 분립이란 제도는 있었으나 없어도 전혀 상관없었거나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았을 정도로 그저 눈가림의  명분을 위해 존재하였던 것이니, 공권력이 아니라 사권력이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결국 그 말로는 권력의 수장이 비참한 최후를 맞아 자멸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나온 구호들 가운데, '이게 나라냐'나 '박근혜는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하는 것들은 공권력에 대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아버지 박정희가 시작한 권력의 사유화를 양아들 전두환이 보고 듣고 배운 대로  흉내 내려다 아직도 여론의 뭇매에 시달리고 있고, 매한가지로 권력의 사유화를 맛보고 자란 딸 박근혜 역시 어쭙잖게 공권력을 남용하다가 자멸의 길로 들어서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하겠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매한가지겠습니다만,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데에 필수 불가결한 집단/사회/국가 내의 인프라와 그 운영을 위해 마련한 권위 기구 곧 대의 제도(representative system)가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독선적이거나 일관성을 상실하게 되면 그런 사회와 국가는 질서와 치안을 유지하기가 몇 배는 더 어렵게 되고 맙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회나 국가는 조폭 집단에 다를 바 없게 됩니다. 소위 무법천지 세상에서는 힘센 놈이 법이고, 주먹이 정의이며 돈이 공권력을 대신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 개인이 거대한 조직을 대항하여 싸워 이기기란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조직이 내세우는 형식논리에 따르면, 그들은 언제나 국익과 안보와 정의 사회 등등 국민의 대의를 수렴하고 집행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이 '조폭적' 카르텔을 무너뜨리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힘든 법입니다.

말하자면, 선량한 국민들은 열심히 세금 내어서 결국 국민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서 함부로 군림하는 공권력을 지탱하느라 힘들고, 또 그들의 조작질에 이용당하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던 것입니다. 작금의 검찰과 사법부의 만행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 보자면, 우리가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꼬박꼬박 세금을 낼 이유가 무엇이며, 이런 엉터리 가짜 재판과 조작극의 관객 노릇을 하기 위해 아까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야 하는 것인지 촛불 혁명이 완수되기까지는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묵묵히 흘러가는 역사의 큰 물줄기는 거스를 수 없을 터, 탄핵 촛불로 타오른 혁명의 촛불은 이제 혁명의 횃불로 타오르고 있다 하겠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서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소위 선진국들조차 해낼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성취할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또한 조국, 한명숙, 유시민, 윤미향 등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사건들이 중간중간 터져 나오면서 불길을 돋우고 있으니, 억울함을 견뎌야 하는/했던 개인들에게는 끔찍하고 그래서 죄송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촛불 혁명의 과업들을 생각하면 전화위복의 다행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도, 역사의 아이러니는 끊임없이 반복을 거듭하고 있으니 인간 내면의 진보보다 더 지난한 일은 있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아이러니란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의 잠시 악함이 역사의 영원한 선함을 결코 이길 수 없으니 그 까닭은 사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선한 양심 때문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은 누구나 선에 대한 기준을 지니고 있기에 악한 인간들이 파괴력이 있는 악을 제대로 성공시키려면 그 선한 기준을 이용하여 자신의 악을 선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악을 곧바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악을 선으로 포장하지만 않아도 그 악은 그다지 대단한 파괴력을 지니거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지는 못하는 법입니다.) 

이처럼 선으로 짐짓 포장하거나 악의 발톱을 철저히 은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한 기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제되어 있어야 하며, 이 지식 때문에 사실 스스로를 먼저 정죄하지 않고서는 위선(僞善) 하기란 생득적인 양심을 인해 사실 불가능하며, 나아가서 그 위선이 드러나게 되는 날에는 온 세상에 의해 심판을 받고 정죄를 당하게 될 것이기에 웬만한 파렴치(破廉恥)나 화인(火印) 맞은 양심이 아니고선 악을 악으로 알고서도 행동에 옮긴다는 것은 결코 평정심(平靜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평정심을 거스르면서까지 위선을 하고 나면 자신 안에서 렴치와 파렴치가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갈등을 은연중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 온갖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므로 이 사람의 인생은 그 순간부터 사실 순리적인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며, 물을 역류시키거나 중력을 거스르는 일처럼 역리적인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게다가 혹여라도 생전에 그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이 포장했던 거짓이 드러나게라도 된다면, 이제 모든 것이 다 부메랑이 되어 자업자득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조국 가족에 대한 거짓 증거가 거짓임이 판명 난다면, 거짓에 기초해서 수색하고 수사를 하고 기소를 했던 모든 거짓과 위선이 도리어 위악(僞惡)으로 드러나서 염치가 파렴치가 되고 공권력을 사용화(私用化)했던 사악함이 일거에 드러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실의 힘을 빌기 위하여 진실인 양 포장했던 모든 거짓은 이제 바로 그 진실의 힘으로 동일한 심판과 정죄를 받게 될 터이니, 말하자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는 격이 되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었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있는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는 외통수에 걸리고 말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사법부의 심판대 앞에 정반대 입장이 되어 세워지든, 공소시효가 지났음을 이유로 처벌을 면하든 간에 그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이 온 세상에 공표되는 것까지는 면피하지 못할 것이며 왕조시대처럼 3족을 멸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본인은 물론 그 후손들까지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수치를 안고 살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도둑놈도 제 자식에게는 도둑질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공권력을 이용하여 자식들과 그 자손들에게까지 이런 수치를 대물림하려는 사람들은 어쩌면 좀도둑들보다도 더 못난 사람들이며 자식 사랑은커녕 그야말로 가문 전체에 수치를 안기는 실로암(실로 암적인 존재)과 같은 인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해서 인간의 역사는 선(진리와 정의 그리고 무엇보다 자비)을 위해 고안되었으며, 일시적으로 악에 의해 선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종내에는 선이 승리할 수밖에 없도록 고안되었다 하겠습니다. 과학과 기술 문명에 먼저 눈을 뜨게 되면서 물질문명의 우세한 힘을 자랑하던 선진 식민국가들이 소위 말하는 식민사관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심지어 기독교 선교를 앞세워서 다투어 자행하던 식민 정책이 냉전 시대를 거쳐 소강상태로 빠지면서 대부분의 피식민 국가들이 이런저런 모양으로 기술이전을 해가면서 이제는 식민국이던 선진국들이 피식민지국이던 제 3세계에 의존적으로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겠습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힘의 우열로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마치 영원하고 대단한 행복의 비결이라도 되는 듯이 잘 못 간주해 오던 과거의 세계 질서가 전혀 다른 논리, 곧 상생과 평화를 위한 협력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기본 원리를 다시 일깨워주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소위 선진 반열에 서 있는 국가들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치사율에서 더욱 무기력하고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코 과학과 기술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선과 자비를 기본으로 하는 인간성의 성숙이 인류 역사의 궁극적인 발전과 진보의 척도가 되어야 함을 다시 상기 시켜 주었다 하겠습니다.

공수처의 설치와 검경의 분권 논의 등은 이런 대의 민주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들이며, 장차는 시민 의식의 고양과 그에 걸맞은 여론 형성을 위해 수오지심(羞惡之心: 선을 찬양하고 악을 혐오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인간의 기본 심성)을 회복하기 위해 언론계의 정화와 재편 역시 넘어야 할 관문이라 하겠습니다.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공권력의 조작과 음모가 더 통하지 않게 된 것은 역시 그간의 희생을 바탕으로 축적해 온 시민의식의 내공 덕분이라 하겠습니다만, 좀 더디더라도 일단 팩트를 분명히 하기까지는 묵묵히 그러나 경계의 눈으로 기다리는 인내/지혜가 필요할 줄 압니다.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대처해 온 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혁명의 신작로로 나아가고 있음을 입증해 준 단적인 증거라 해도 좋을 듯합니다. 화이팅 코리아여, 화이팅 진리와 정의여!! 화이팅 자비롭고 선한 인간의 위대한 역사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