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신세계, 언더아머, 그리고 ‘오너 리스크’
[뉴스 뒤끝] 신세계, 언더아머, 그리고 ‘오너 리스크’
  • 지유석
  • 승인 2022.01.15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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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케빈 플랭크 CEO ‘입방정’으로 기업 가치 급전직하
‘멸공’ 게시글로 논란을 일으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사장 Ⓒ 사진 출처 = 신세계그룹
‘멸공’ 게시글로 논란을 일으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사장 Ⓒ 사진 출처 = 신세계그룹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 저의 자유로 상처받는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정 부회장은 해당 SNS계정에 ‘멸공’ 게시글을 올려 한 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멸공 논란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신세계가 소유한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을 찍어 올리면서 정치 공방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치 논란과 별개로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곧장 기업 손실로 이어졌다. 이 논란으로 한때 신세계 주가는 6% 급락했다. 

이뿐만 아니다. 정 부회장이 소유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극우 온라인 사이트 ‘일베’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소셜미디어 상엔 스타벅스 로고를 패러디한 ‘밈’들이 넘쳐나고, 트위터 페이스북 유저들은 이 밈을 퍼나르며 정 부회장을 조롱하고 있다. 

급기야 이마트 노조가 성명을 내고 “본인 스스로 기업인이라 한다면,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그간 사업가로서의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2014년 미국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 나이키를 위협할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언더아머는 기능성을 강조하며 도심에서 가벼운 운동하기 좋아하는 젊은 중산층에 어필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로고 모양도 멋져 보였다. 

그러나 언더아머 성장세는 이후 주춤해졌다.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엔 언더아머가 기능성에만 집착해 ‘패션’을 소홀히했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케빈 플랭크 CEO가 소비자 정서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가 미국의 자산?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치켜 세우다 곤욕을 치렀다. Ⓒ 사진 출처 = Fortune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치켜 세우다 곤욕을 치렀다. Ⓒ 사진 출처 = Fortune

케빈 플랭크는 2017년 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친화적인 대통령은 이 나라의 자산(Asset)”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서 나왔다.  

당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다. 트럼프는 이때 중동·북아프리카에 있는 7개 무슬림 나라 시민들 그리고 시리아 출신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 행정명령을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문제는 언더아머의 주 소비층은 젊은 도시인들이었는데, 이들이 트럼프에 비호감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케빈 플랭크의 발언에 격분했다. 당시 광고 모델이었던 NBA 농구 스타 스테픈 커리가 플랭크’ CEO의 자산’(Asset)’이란 발언에 빗대 ‘멍청이’(Ass)라고 공개적으로 조롱할 정도였다. 

간판 광고모델이 CEO를 ‘저격’하는 지경에 이르자 케빈 플랭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자문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논란, 그리고 언더아머 케빈 플랭크 CEO의 사례는 소비자 정서를 무시한 최고 경영자의 입방정(?)이 기업 가치 하락에 직결되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기업인들이여, 말 그리고 손가락을 조심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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