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악’이라는 프레임
차악’이라는 프레임
  • 이재호 변호사
  • 승인 2022.01.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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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만 되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 같다’, '어차피 우리와는 상관없는 정권다툼 아니냐', ‘차악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기권하겠다’ 이런 말들이요. 모든 선거가 비슷했지만 특히 다가오는 대선에 대해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윤석열은 본인과 가족의 비리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있습니다. 국정이 이끌어갈 지식도 식견도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이재명에게는 전과 4범이라는 딱지가 있습니다. 형수에 대한 욕설 사건도 있습니다. 딱히 누구에게도 정이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차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선뜻 누구를 선택할 지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차악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하는 선택 혹은 기권이 현명한지는 의문입니다. 

상황을 바꿔서 생각했으면 합니다. 만약 5년에 한 번씩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반드시 정해진 직업에 따라 5년 동안 일을 해야합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선택지에서 최대한 좋은 직업을 선택하려 하지 않을까요. 몇십 억 연봉의 대표 직책이 아니라면, 근사해보이는 본부장 자리가 아니라면 그게 그거야라고 아무거나 선택할까요. 아니죠. 어느 쪽이 근무환경이 좋은지 연봉이 어느 쪽이 높은지 자세히 따져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쪽을 선택하겠죠. 그렇다면 이 선택은 항상 ‘최선’의 선택입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차악’이 아니라요.  

물론 대통령 선거와 직업 선택이 같지는 않습니다. 매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직업에 비해 선거의 결과는 바로 다음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피부에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요. 선거의 결과는 크든 작든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줍니다. 박근혜의 메르스 방역과 문재인의 코비드 방역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은 어느 누구보다도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자리입니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넘어갈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주어진 답 중에서 ‘최선’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차악’이라 부르며 평가절하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물론 양대 정당의 후보들이 보여주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빠르게 만나고 싶은 욕심을 채울 수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 이상적 의견을 존중하지만, 현실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혹은 뽑힐 가능성이 없는 '초인'을 기다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과 윤석열 둘 중 하나가 됩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 중에 누가 최선의 선택일까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독교인으로 항상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애씁니다. 그래서 저는 이재명을 지지합니다.

물론 그에게 거친 면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왜 전과를 가지게 되었는지 왜 형과 형수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오히려 개인과 가족의 불행을 딛고 지금에 이른 그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경제와 사회에 대한 식견과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통한 행정력을 볼 때 윤석열과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로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법한데 당시 사찰을 받던 조영래 변호사 밑에서 일을 시작한 의기도 보입니다. 

저는 이재명을 지지합니다. 이 선택은 마지못해 하는 ‘차악’이 아닙니다. 미래를 위한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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