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감시활동이 정파적이라고요? 다른 대안 있나요?”
“설교 감시활동이 정파적이라고요? 다른 대안 있나요?”
  • 지유석
  • 승인 2022.02.0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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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장 김디모데 목사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장으로 활동 중인 김디모데 목사. Ⓒ 사진 = 지유석 기자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장으로 활동 중인 김디모데 목사. Ⓒ 사진 = 지유석 기자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다. 5년 마다 다가오는 대선철이면 온 사회의 이목은 대선 정국에 쏠린다. 종교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대선 정국 때마다 ‘선수로 뛰는’ 행태를 보이기 일쑤였다. 이명박 후보가 나선 2007년 대선이 극명한 사례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사뭇 양상이 다르다. 개신교계 안에서 일부 인사들의 정치개입을 감시하는 활동이 활발하다. 시민단체인 ‘평화나무’에서 공명선거감시단장으로 활동 중인 김디모데 목사도 그중 한명이다. 

‘평화나무’는 주요 정당 대선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40명의 활동가로 공명선거감시단(아래 감시단)을 꾸리고 현재 전국의 170여 곳의 교회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리고 김 목사는 지난해 10월 1일 단장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감시단의 감시 대상은 비단 목회자에 그치지 않는다. 감시단은 지난 1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직접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성과가 없지 않았다. 감시단은 김진홍 목사가 한 ‘정권교체’ 설교영상을 송출한 개신교계 방송사 CTS를 방심위에 신고했다. 뉴라이트를 조직한 대표적인 보수인사인 김 목사는 해당 설교 영상에서 “3월9일 선거에서 정권 교체해야 그런 걸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지난 1월 CTS에 경고를 의결했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를 요청했고 김 목사는 흔쾌히 응했다. 설 연휴 뒤 첫날인 3일 김 목사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나 감시단 활동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김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 감시단 활동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전국의 온·오프라인 교회설교, 개신교계 방송 보도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불법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목회자를 적발해 선거관리위원회나 방송심의위원회에 고발하는 게 주된 활동이다. 

감시단이 꾸려진 10월과 11월 사이엔 불법선거운동 예방캠페인에 주력했고, 12월부터는 상습적으로 선거개입을 일삼는 주요 교회부터 모니터링에 나섰다. 올해엔 전국으로 확대해 본격적인 감시활동을 수행 중이다. 

-. 얼핏 감시활동을 빙자한 또 다른 형태의 정치개입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이에 대한 입장은?

이 같은 비판이 없지 않다.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판은 어느 한 쪽을 비판하면 다른 쪽은 반사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래서 감시단 활동이 정파적으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감시단은 최대한 공정하게 활동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감시단은 여야를 막론하고 고위공직자중에 불법선거운동을 한 이들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이 시무하는 벙커1 교회도 감시 대상이다. 

그런데 활동 결과를 살펴보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을 하거나 비방하는 사례, 그리고 윤 후보를 지지하라고 선동하는 사례에 대한 대응이 많았다. 이건 감시단의 공정성이라기보다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본다. 목회자들의 성향 전반이 보수적이고 그래서 윤 후보 지지에 기울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정치개입 운운하며 비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교회의 정치개입을 막을 다른 효과적 방법이 있는지 말이다. 

가짜뉴스 근거한 정치선동, 반드시 근절해야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장으로 활동 중인 김디모데 목사. Ⓒ 사진 = 지유석 기자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장으로 활동 중인 김디모데 목사. Ⓒ 사진 = 지유석 기자

-. 상습적으로 정치 편향적 설교를 하는 교회가 없지 않을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대표적이다. 광주 안디옥교회 박영우 목사도 이에 못지않다. 정치 편향적 설교를 하는 목회자들의 공통점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강한 불만을 품고, 음모론적 환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또 문재인 정부에 적대적이다. 설교시간에 노골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하는 발언도 상습적으로 한다. 

-. 감시단 활동 하면서 이룬 성과라면? 

앞서 총선거와 보궐선거에도 감시단이 감시활동을 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지난 두 차례의 선거에 비해 불법행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마 설교자들이 감시단을 의식해 불법 소지가 있는 발언을 스스로 조심하는 것 같다. 

물론 설교 중에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내용을 말했음에도 이를 편집해 영상으로 올리는 사례도 없지 않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실시간으로 설교 내용을 모니터링해 불법 소지를 확인한다. 

무엇보다 정치선전으로 오염된 예배를 회복하고,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한국교회의 자정능력을 회복하는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든다. 

-. 한 달 후면 대통령 선거다. 투표장으로 향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나름 그리스도인을 정의하면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리스도인이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가짜뉴스나 카카오톡으로 퍼나르며 거짓선동에 앞장서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심지어 목회자들이 설교시간에 이런 가짜뉴스를 설교예화로 쓰면서 불법선거운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무엇보다 이런 잘못된 행태들이 근절되고 개선되길 바란다. 

또 하나, 함석헌 선생은 이런 말씀을 남겼다. 

"정치란 선악을 판단하는 종교행사가 아니다.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래야 더 나쁜 놈들이 점차 도태되고 종국엔 덜 나쁜 놈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모두 다 도둑놈들이라고 말해 버리면 기분이야 시원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쁜 놈, 더 도둑놈들을 두둔하는 꼴이 된다."

함석헌 선생의 말씀대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아예 악한 이들밖에 없다면 덜 악한 이를 가려 뽑길 꼭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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