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와 줄스
줄리와 줄스
  • 김기대
  • 승인 2022.03.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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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펄프 신문이 저지른 일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 B 영화로 분류되지만 제가 꼽는 인생 영화 한편입니다. 펄프 픽션이라는 말은 휴지처럼 질낮은 종이로 만든 잡지(펄프 매거진) 실리던 저질 소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휴지 쪼가리에나 쓰면 어울릴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지난 개월 우리는 펄프 픽션같은 이야기들을 경험했습니다. 줄리라는 사람과 김부선이라는 사람때문입니다. 요즘에도 펄프 매거진이 있냐구요? 미국에서는 1950년대를 기점으로 펄프매거진이 사라졌지만 대한민국에는 정론지라는 이름만 달았지 펄프 매거진에 다름없는 내용을 싣고 있는 언론을 현재도 많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티즌들은아무개 신문이 정론지면 우리집 화장지(펄프) 팔만대장경이라는 조롱을 보내고 있습니다.

줄리라는 이름은 보석(Jewelry), 또는 7(July)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중들은 종이 쪼가리 소설을 소비하듯 관음적으로 실명을 조심스레 거명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사람이 신생 인터넷 매체인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나는 줄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처음으로 김건희씨와 줄리라는 이름이 함께 불릴 계기가 만들어 졌습니다. 이것은 김건희씨에게 실수 였습니다.

언어철학이나 논리철학에서 ‘A B 아니다라는 명제를 설명할 맞으면 맞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참으로 복잡하고 골치아프게 많은 추론들을 가져 옵니다.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A B 경우를 비롯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아무튼 어려운 설명은 제쳐 놓고 A B 아니다라고 언명했을 이미 A B 관계는 어떤 식으로라도 연관을 맺게 된다는게 결론이지요. 그런 점에서 실수를 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줄리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없으나 그럴듯한 증언과 증거가 쏟아지는데도 펄프 신문은 웬일인지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과거를 문제삼지 않는다구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부분은 줄리의 과거가 아니라 그것을 연결고리로 했음직한 부정한 혐의였다는 것을 펄프 신문들은 몰랐던 같습니다.

반면 유명 배우였던 김부선씨는 이름과 얼굴이 공개 되었는데 사랑을 나누었다는 아무런 중거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군지 모르는데 증거는 넘쳐나고 사람은 존재는 명확한데 증거가 없고 이런 경우 실을려면 싣든지 안실으려면 싣든지 해야 되는데 펄프 언론은 김부선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펄프 신문에도 나름 편집 방침이 있다는걸요. 그게 뭐냐구요? 진짜 부정을 기사화하면 신문이 무거워지니까 가벼운 펄프의 정신을 지키자는 편집 방침 말이지요.

윤석열 당선자도 후보 시절 아내 편을 든다며 아내의 과거 언급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내는 술먹고 노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나갔을리가 없다고 말이지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진보언론도 발언을 그냥 간과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들은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구호로서만 알고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시중을 드는 이른바 호스티스들은 술먹고 노는 좋아해서 나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하여 견디기 어려운 감정노동을 견뎌내며 술잔을 들이키는 겁니다. 술이 받지 않으면 몰래 뱉어가며 말이지요. 특히 검사같은 권력자들- 한국 영화들 보면 그들이 노는 모습들 아주 추하죠- 오면 마담은 호스티스들에게 특별히 잘해주라고 엄명을 내립니다. 그래야 세금신고 술을 몰래 팔다 걸려도, 매춘을 하다 걸려도 넘어 있기 때문이지요. 감정노동뿐아니라 더러는 육체 노동까지 해야하는 그분들을 향해술마시고 노는 좋아하는 사람들 불러도 펄프 신문의 기자들은 문제점 조차 파악 못했던 거죠. 왜냐하면 그들 역시 자신들 앞에서 웃어주고 놀아주는 여성들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는 김건희씨를 소개하면서 학창시절 콜걸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는 김건희씨를 소개하면서 학창시절 콜걸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펄프 픽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영화 내용 이야기도 잠깐 하겠습니다. 영화에는 배우 사무엘 잭슨이 연기한 줄스(Jules)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의도한 건 아닙니다. 줄리를 생각하다 보니 줄스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줄스는 빈센트( 트라볼타) 함께 어떤 조직의 행동대원인데 상대 조직원의 아파트에 찾아가 조직원들을 모두 죽입니다. 빈센트와 줄스가 사람을 죽일 화장실에 숨어 있던 상대 조직원 명이 밖으로 뛰쳐 나와 사람을 향해 총을 다섯 발인가 발사하지만 좁은 아파트 안에서 사람은 발도 맞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신의 섭리라며 이를 계기로 줄스는 이제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종교에 귀의하겠다고 말합니다.

사실 줄스는 본래종교적(?)’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죽일 때마다 에스겔서 25:17 외웠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책벌로 원수를 그들에게 크게 갚으리라 내가 그들에게 원수를 갚은즉 내가 여호와인 줄을 그들이 알리라 하시니라

배신자를 응징하는데 성경구절로 방어막을 치는 겁니다.

반면 빈센트는 우리가 총에 맞지 않은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었다며 두 사람은 티격태격합니다. 어쨌든 결국 줄스는 살고 빈센트는 허무하게 죽습니다. 빈센트는 화장실에서 나온 상대 조직원의 총이 비켜가서 살았지만 빈센트 자신은 다른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총에 맞아 죽습니다. 화장실에는 항상 휴지(펄프) 있지요. 화장실 사건 사이에 하나의 화장실 사건이 있는데 빈센트는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좀도둑(미국인지라 좀도둑도 총은 들었습니다) 마주치지만 그때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타란티노는 가히 천재적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정말 신의 섭리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줄스의 회심을 섭리와 연결시키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하지만, 아닙니다. 타란티노는 오히려 우연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빈센트와 줄스는 조직의 2인자쯤 되는 경험많은 행동대원이고 그들이 죽였던 상대 조직원들은 조무래기 들이었기 때문이 화장실에서 나온 조직원은 잔뜩 겁을 먹은 상태에서 총질을 댔으니 정확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게 만약 섭리라면 화장실에서나 통하는 원칙이라고 에둘러 말라고 있는 셈입니다. 

타란티노는 오히려 성경조차도 펄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영화 평론가들은 착각하지 마십시요. 줄스가 죽인 사람들이 폭력배라도 생명은 소중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살인을 저지르던 사람이 앞으로 종교적으로 살거야!” 하면 회개가 됩니까? 그게 하나님의 섭리입니까?

갑자기 줄스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자신은 줄리가 아니라고 하는 그분(A B 아니다라는 명제를 다시 상기해 보시지요) 무속에 아주 관심이 많다고 들어서 입니다. 남편의 출세를 맞추었으니 법사의 점집은 아마도 문전 성시를 이루겠지요, 아니 점같은거 봐주는 자잘한 일은 이제 안하고 일을도모하겠지요.

그런데 줄리 아닌 ! 같은 것에 너무 빠져들지 마십시오. 우연일 뿐입니다. 아니 줄스의 경우처럼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남편의 권력욕, 정부 여당의 차기 권력 다툼의 부산물, 그를 끝까지 보듬으려고 했던점잖은 지금 대통령’, 보수층의 상실감, 펄프신문들의 전폭적 지지가 이루어낸 결과일 뿐입니다. 그게 바로 시운(時運)이라고 한다면 달리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 경영은 시운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입니다. 점쟁이가 몇 월에 물을 조심하라고 해도 태평양을 건너가 정상회담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남편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으니 충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줄스하면 생각하는 직업군이 있군요. 바로 대형교회 목사들입니다. 일개 점쟁이 한테 이번에 밀린 것을 인정하시고 초야로 물러 나서 조용히 사시길 부탁드립니다. 줄스가 성경구절로 사람을 죽였던 것처럼 당신들이 그동안 성경으로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폭력과 갈등을 조장한 일을 회개하며 사십시오. 줄스 같은 깡패도 이제 사람 안죽이고 종교 생활 열심히 하며 살겠다는데 당신들이 앞으로도 계속 갈등과 혐오의 문화를 성경의 이름으로 조장하며 살겠다면 후과는 책임 못지겠습니다. 그런데 한마디는 하고 싶군요.

성경을 휴지쪼가리로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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