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비극은 현실이 되나
카산드라의 비극은 현실이 되나
  • 김기대
  • 승인 2022.03.21 18:3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0대 여성, 카산드라의 역할에 지치지 않기를 기도하며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의 , 공주다. 카산드라의 동생 파리스 왕자는 트로이와 스파르타의 화친을 기념하는 만찬에 참석했다가 스파르타 왕비 헬레나와 사랑에 빠져 헬레나를 데리고 트로이로 돌아온다. 힘들게 협력 관계가 되었던 나라는 철없는 트로이 왕자의사랑 놀이 인해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진 일퇴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다가 스파르타가 포함된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에 다시 화친을 요청한다. 상대방이 화친의 선물로 제공한 거대한 목마를 의심없이 트로이의 영토 안으로 받아들었다가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 병사들에 의해 트로이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다. (영화 트로이도 있지만 넷플릭스에 드라마 시리즈로도 있다).

카산드라만이 목마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저주를 받은 였기에 그의 예언은 허공에 머물고야 말았고 결국 트로이의 비극으로 끝났다.

카산드라는 어쩌다가 이런 저주를 받게 되었을까? 카산드라를 사랑한 아폴론은 환심을 사기 위해 그에게 예언의 능력을 주었다. 하지만 인간인 카산드라는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신인 아폴론은 늙지 않을 것이기에 관계가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았던 카산드라는 아폴론을 밀쳐 내었고 그로 인해 저주를 받게 되었다. 그 카산드라의 입안에 침을 뱉어 넣어( 지저분하다) 이후로 누구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카산드라의 이러한 역할은 오랫 동안 잊혀져 왔다. 비슷한 역할을 남성들이 신화 속에서 계속 거론된 것과는 달리 카산드라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랬던 카산드라를 다시발굴 사람은 프랑스 학자 문인들이었다. ‘연옥의 탄생’(문학과 지성사 펴냄)으로 유명한 프랑스 아날 학파의 대표적 학자 자크 고프를 비롯한 여러 명의 글이 실린카산드라’(이룸 출판사 펴냄) 여성으로 거의 잊혀져 있었지만 실은 가장 주체적인 여성이었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책의 책임 편집자인 마리 구도는 아래와 같이 안타까워 한다.

 

여러 사건이 일어나자 여자가 옳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이 여자의 예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그리스 인들의 입장에서라면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동포들이 아닌가? 이들이 어떻게 그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그야말로 못들은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여성이기 때문에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자크 르 고프는 위의 책에 실린 그의 글에서 15세기 활동하던 크리스틴 드피장의 소설부인들의 도시 대목을 이렇게 소개한다.

 

카산드라는 아무리 훌륭한 왕자를 소개해도 신랑감으로 받아들이기를 한사코 거부했고, 트로이아 사람들에게 예정된 장래의 모든 것을 예언했기 때문에 깊은 비애를 느껴야 했다. (중략) 조용히 지내기 위해 그들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멀찌감치 떨어진 방에 여자를 가두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여자의 말을 믿는 나았을 것을. 여자가 예언한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고야 말았다. 결국 그들은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15세기 소설치고는 파격적이지 않은가? 훌륭한 왕자감을 거부하는 것을 훌륭하게 받아들이고 여성의 말을 믿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썼으니 말이다. 중세에도 카산드라는 이처럼 주체적 삶의 표본이었다.

프랑스 말고도 독일작가 크리스타 볼프가 지은 소설카산드라’(문학동네 펴냄)에서 카산드라는 전쟁을 막는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에 따르면 사실 헬레나는 트로이에 오지 않았다. 카산드라는 헬레나가 트로이에 없음을 알림으로써 지배층의 전쟁 선동에 희생되는 민중의 구원자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20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언론의 선동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그만큼 양쪽 진영 절박했다는 이야기였다. 절박함에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실종되었다. 한쪽에서는 진보에서 넘어간 김영삼을 제외하고 모두 비극의 주인공이 보수 대통령으로 인한 상실감과 위기 의식 때문에 무조건 정권교체를 외쳤고, 쪽에서는 역대 최악의 보수 후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표출되었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그를 찍은 사람들도 그의 수많은 의혹과 무지를 모르지 않았을 , 오직 상실감과 위기의식으로만 그를 선택했다. 당선 이후 그는 여전히 위험하고 독선적이고 뭔가에 홀린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흔히 나타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도 여론에 잡히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한반도의 전쟁을 걱정해야 하고, 치솟은 부동산 폭등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라던 언론이부동산 훈풍, 호재라고 고쳐 쓰는 변신을 견뎌내야 하고, 사형장 망나니 칼처럼 휘두르는 검찰의 칼날이 소시민의 삶까지 파고 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카산드라의 경고를 듣지 않아 파국에 임박한 것 같은 일들이 서슴잖게 일어나고 있다. 

선거 전부터 이런한 시대가 온다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경고했고, 뽑으면 안된다고 외쳤던 한국의 카산드라들이 있었다. 바로 2~30 여성들이다. 그들은 멸칭이 되어 버린페미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주체적 선택을 했고, 카산드라처럼 혼인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조롱이 되어버린 세상을 감내하면서도 투표장으로 향했다. 보수는 갈라치기를 통해 현대판 카산드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그들을 골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가둬 두려 하지만 (여성 가족부 해체가 그런 의도일 것이다) 그들은 끝내 이길 것이다. 고맙고 그들에게만 짐을 지우는 같아 미안하지만 부디 트로이 목마 안에 숨은 추악한 저의를 계속 외쳐 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Lisa 2022-03-30 00:46:27
그렇게나 뽑으면 안된다고 외쳤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