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를 따른다
귀신은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를 따른다
  • 김기대
  • 승인 2022.05.11 04: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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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逐邪)라는 말로 취임식 축사(祝辭)를 대신하며

윤석열 귀하가 새로운 자리에 앉게 것을 기념하는 취임식이 열리는군요. 잔칫날에는 축하의 말이 있어야 하는 , 비록 변방의 신문에 글을 쓰고 있는 이름없는 글쟁이 목사이지만 축하는 해야겠기에 글로 축사를 대신합니다.

먼저 앞으로 5( 짧을 수도 있겠습니다만)간은 그대의 이름뒤에 새로 맡게 공식 직함을 붙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 진영의 옹졸함이라고 탓하지는 마십시오. 전임 대통령을 문재앙이니 문죄인이니 부르던 그대의 추종자들의 천박함과는 다르니까요. 그대를 두고이라고 부르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발음이 어려워 그도 쉽지는 않을 같습니다. 굳이 쓰자면 이름뒤에 육두문자를 붙이는 것인데 그것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대의 추종자들처럼 교양없지는 않으니까요. ‘그대’ ! 존귀한 호칭 아닌가요?

 

듣기로는 그대가 점에 무척 의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가짜 뉴스라고 하기에는 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대와 그대의 아내가 심취해 있다고 소문난 천공이란 이름의겉늙은 청와대 귀신론을 이야기하고 그대는 청와대에서 하룻 밤도 없다하는 인과관계를 단지 유언비어라고 하기에는 의심가는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더군다나 청와대를 개방해서 관람객에게 귀신이 묻어가게 해야한다는 이른바귀신받이론에 가서는 아연실색할 밖에 없습니다. 아니겠지요? 그대가 맡은 자리가 얼마나 책임을 요구하는 자리인데 그대가 보호해야 시민들을 귀신받이로 쓴다니요. 저는 정말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말이 나온 김에 귀신에 대해서 간단히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무당은 시베리아 지역의 샤먼의 영향을 받았지만점은 주로 중국의 도교전통과 신선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도교 경전의 하나인 포박자(抱朴子) 나오는 공과격(功過格)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과격은 어떤 사람의 잘한 () 잘못한 () 기록한 ()으로 옥황상제 앞에 가서 책에 쓰인 데로 계산해 후에 사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생전에는 죄를 기록한 종이를 태워(한국 교회의 청소년 수련회에서 이짓을 따라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시거나 부적같은 것으로  죄와 액을 막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국적 취득에 있어서 미국은 태어난 곳을 따르는 속지주의 정책을 쓰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가족의 혈통에 기초한 속인주의를 쓰고 있습니다. 용어를 차용하면 귀신은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를 따릅니다. 공과격에 쓰인 것을 기초로 사람을 심판합니다. 그대가 허물이 없이 깨끗하다면 청와대 아니라 귀신 소굴에 가서 하룻 밤이 아니라 임기내내 지내도 끄덕없을 것입니다.

명당이니 흉가니 하는 것은 뭐냐구요?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대가 어려워 할까봐 간단히 설명하자면 본래 풍수지리설은 중국 선불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도참설(圖讖說) 관계가 있습니다. 기독교의 종말론처럼 왕조의 미래와 번영과 관계하는 것이지 개인의 생멸(生滅)과는 관계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유대교 신비주의 일파인 하시딤 우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라하에 사는 자카이의 영혼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은 멍청한 저승사자가 프라하만 기억하고 상세 주소는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무 자카이나 찍어서 데려가려고 합니다. 정보를 입수한 진짜로 지명된 자카이는 프라하만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에 다른 도시로 도망갑니다. 그런데 멍청한 저승사자가 도망간 자카이가 자카이구나라고생각하고 다른 도시로 그를 따라가 마침내 그의 영혼을 데려갑니다. 자카이의 운명은 프라하라는 지명에 속했던 것이 아니라바로 사람에게 달려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속지(屬地)하지 마시고 사람을 두려워 하십시요. 그대가 잘하면 아무리 무서운 귀신이라도 그대를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귀신을 쫓아내는 축사(逐邪) 정치를 하십시오. 경제적 양극화의 귀신, 전쟁을 부르는 귀신, 신자유주의 귀신, 기득권 유지의 귀신이 곳곳에 드글드글한데 그대의 안녕을 위협하는 귀신만 두려워하려면 자리가 당신의 자리가 아닌 겁니다. 제대로 축사의 정치를 하신다면 5년이 가기 전에 제가 이름뒤에 공식 직함을 붙여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그대의 선배들이 사형을 구형했던 신영복 선생이 그의 강의에서 소개한 한비자의 구절을 소개하며 축사를 마칩니다.

날짜를 받아 귀신을 섬기고, 점괘를 믿으며 제사를 좋아하면 나라는 망한다.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만 따르고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한 사람만을 요직에 앉히면 나라는 망한다.

用時日 事鬼神信卜筮而好祭祀者 可亡也 聽以爵不待參驗 用一人爲門戶者 可亡也 (韓非子 亡徵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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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 2022-05-15 18:40:33
까더라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시작합시다.

서주형 2022-05-13 11:34:25
우리 사회에 아직 괜찮은 목자가 계신 것을 발견하였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