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워싱턴포스트’가 쏘아 올린 ‘성평등’
[뉴스 뒤끝] ‘워싱턴포스트’가 쏘아 올린 ‘성평등’
  • 지유석
  • 승인 2022.05.2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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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강화 필요성 묻는 질문에 안절부절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정부의 시대에 역행하는 성평등 정책에 문제를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정부의 시대에 역행하는 성평등 정책에 문제를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 동안 한국을 다녀갔다. 신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한국행이라 여러모로 무게감 있는 행보였다. 그런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뜻밖의 의제가 떠올랐다. 바로 ‘성평등’이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는 사실상 한미 동맹과 북핵 정도다. 이런 관례를 감안해 볼 때 성평등 이슈가 나온 건 무척 이례적이다. 성평등 이슈가 한미 정상간 협상 테이블에 오른 건 아니지만 말이다. 

발단은 기자회견 중 나온 취재진의 질문이었다. <워싱턴포스트> 김승민 기자는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새정부 내각 인사가 남성 편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같은 경제대국이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라고 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장면을 기사화했다. 아래는 본문 중 일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잠시 아무 동작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통역 이어폰을 떼어냈다. 답변하기 곤란해 보였다. 공식 통역은 이랬다. 

정부부처, 특히 내각에서 여성 장관의 약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아마 다양한 지역에선 평등할 것이다. 여성에게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성에게 기회를 보장해준 역사가 일천하다. 이에 여성을 위한 기회 보장에 노력하는 중이다. 

이어 통역관은 기자회견 종료를 알렸다. 이 장면은 윤석열과 한국 사회 전반이 직면한 어려움, 즉 성평등에 중요한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어려움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원문 ; 

Yoon stood motionless for several moments, took off his earpiece through which he received translation, and seemed to struggle to answer. He then replied, as officially translated:

‘If you look at the public official sector, especially the ministers in the cabinet, we really didn’t see a lot of women advancing to that position thus far. Probably in various regions, equal. Opportunities were not fully ensured for women, and we have actually a quite short history of ensuring that. So what we’re trying to do is to very actively ensure such opportunities for women.’

An interpreter then quickly announced that the news conference was over.

The exchange underscored the difficulty facing Yoon — and broad sectors of South Korean society — to make significant advances in gender equality.

확실히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질문을 대하는 윤 대통령은 안절부절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취임 전 정권인수위 시절, 윤 대통령은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라는 정책 기조만큼은 유지했다. 

더구나 장관 후보로 고른 인물들이 서울대 출신, 5~60대, 남성 일색이어서 ‘서·오·남’ 내각이란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후보 시절 윤 대통령 스스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힘주어 말하기까지 했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은 남성 우월주의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윤석열 내각인사는 장관급은 물론 차관급에서도 압도적으로 남성”(Yoon’s cabinet is overwhelmingly male, at both the minister and vice minister levels)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약속하고 당선된 윤 대통령, 한국 사회 성평등 시계는? 

문제는 여론의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폐지’ 단 일곱 글자 공약을 냈다. 그즈음 윤 후보 지지율은 급락하던 추세였는데, 여가부 폐지를 공언하자 곧장 지지율이 반등했다. 특히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윤 대선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열광했다. 

미국이나 EU 등에선 여성·성소수자·이민자 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이미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만 해도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은 사상 최초 인도계 흑인 혼혈 출신 부통령이다. 핀란드는 총리 등 내각 장관 19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경제규모와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감안해 볼 때 여가부 폐지를 들고 나온 보수 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건 시대흐름에 역행한 셈이고, <워싱턴포스트>는 바로 이 점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기자회견 내용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특히 민주당 지지성향 소셜미디어 유저의 논조는 살벌하다. 

그러나 비판에 앞서 한국 사회의 성평등 시계를 묻는 <워싱턴포스트>의 문제제기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자신하며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 그리고 20대 남성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의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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