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무지개 빛 뒤덮인 광장, 주한미대사도 연설했다
3년 만에 무지개 빛 뒤덮인 광장, 주한미대사도 연설했다
  • 지유석
  • 승인 2022.07.19 03: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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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필립 골드버그 참석, 반대진영 반감 숨기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세로 열리지 못했던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오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건너편 서울시의회 앞 대로변에선 보수 개신교를 주축으로 반대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코로나19 확산세로 열리지 못했던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오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건너편 서울시의회 앞 대로변에선 보수 개신교를 주축으로 반대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광장이 3년 만에 무지개색으로 뒤덮였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열리지 못했던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오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이다. 

서울광장은 이날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이 같은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퀴어축제 조직위는 연인원 13만 5천 명이 참여했다고 알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3년 동안 중단되어서 인지 볼거리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부활의 날개짓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서울광장 건너편 서울시의회 앞에선 개신교계를 주축으로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차별금지법·학생인권조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눈에 띠는 건 이번에 새로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에 대한 반감이다. 참가자들은 골드버그 대사 부임 반대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퀴어 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경찰의 통제로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는 성소수자다. 이번에 한국에 부임할 때에도 동성 배우자와 함께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퀴어 축제 시작 전, 축제에 참여해 연설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선 골드버그 대사 부임 전 주한미대사관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이번 퀴어축제에선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보수 진영이 주한미대사에 드러내놓고 반감을 표시하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골드버그 대사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후 서울광장을 방문해 주한미대사관 부스를 방문한 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필란드, 호주 등 총 12명의 대사와 함께 연단에 올랐다. 취재진도 골드버그 대사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혐오는 실패해야 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가 성소수자로 알려지면서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퀴어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도 골드버그 대사에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가 성소수자로 알려지면서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퀴어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도 골드버그 대사에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가 성소수자로 알려지면서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퀴어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도 골드버그 대사에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버그 대사는 아랑곳 없이 퀴어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에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가 성소수자로 알려지면서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퀴어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도 골드버그 대사에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버그 대사는 아랑곳 없이 퀴어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에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단상에 오른 골드버그 대사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이번 주 막 한국에 도착했지만, 이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다. 차별을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골드버그 대사는 말했다. 

앞서 연설한 12개국 대사도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동성 배우자와 연단에 서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외쳤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은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혐오는 실패해야 한다. 사랑은 언제나 승리한다”고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각국 대사가 연대 발언을 하는 와중에도 반대집회는 이어졌다. 자신을 사랑제일교회 학생부에 출석한다고 소개한 한 학생은 “차별금지법은 목사가 동성애 반대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을 가게 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서울광장을 향해 “동성애는 죄악이고, 이성애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동성애가 허용되면 어느 날 남자 며느리가 온다”고 외쳤다. 

성소수자와 연대해온 대한성공회 민김종훈 자캐오 신부는 “상대가 진화해야 이쪽 편의 논리도 정교해 지는데 반대 세력은 몇 년째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를 전후해 서울엔 강한 빗줄기가 내렸다. 그러나 퀴어축제 차량행진은 빗줄기 속에 이어졌다. 반대집회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 역시 비를 맞으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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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 2022-08-03 09:31:57
NEWSM은 동성애 문제에 있어 한국의 뉴스엔조이와 같은 노선에 서 있네요.
지역 교회들의 후원이 필요할 때에는 뉴조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더니,
이제는 다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문에 걸었군요.
차든지 더웁든지 하시기 바랍니다. 동성애를 지지하려면 확실하게 그 쪽에 서서 입장을 밝히고
미주 한인교회들 앞에서 이중 플레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촛불의 이름으로 2022-07-28 16:06:12
'차별을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사랑은 언제나 승리한다.'? 손으로 해를 가리려는 것처럼 너희들이 무슨 미사여구를 써도 결국 쾌락의 노에, 방종의 노예, 파멸의 앞잡이로 밖에는 기능할 수 없다. 보수 기독교 운운하지 말라. 동성애 입법의 근본 취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결코 속지 않는다.